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구도를 놓고 국민의힘 측이 자신을 비판한 데 대해 작심 반박에 나섰다. 앞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안 대표를 놓고 "'나로 단일화해 달라'는 요구를 하면 안 된다", "자기가 유일한 야당 단일후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정치 상식으로 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비난한 바 있다.
안 대표는 14일 국민의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제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접고 서울시장 보선 출마를 결심한 배경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이 지면 정권 교체도 물 건너간다는 절박감 때문"이라며 "누가 단일후보가 되는지는 2차적인 문제이고 단일화를 이루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저는 저로 단일화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 정권의 무능과 폭주를 비판하고 정권 교체를 간절히 원하는 국민의 뜻에 따르자는 것"이라고 김 비대위원장의 말을 반박했다.
안 대표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차분하게 진행돼야 할 단일화 논의가 전체 야권 지지층의 바람과는 반대로 가려 하고 있다"면서 "심지어 실제로는 저와 정치를 함께하지도 않았고, 저를 잘 알지 못하는 분들까지 나서서 저에 대한 근거 없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김 비대위원장뿐 아니라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이 최근 연이어 자신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는 데 대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그 분들도 자신의 생존을 위해, 재기를 위해 그러는 것이라는 것도 잘 안다"며 "그러나 안타깝다. 과연 여러분의 행동이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것인지, 아니면 결과적으로 이 땅의 민주주의와 법치를 압살하고 있는 자들을 이롭게 하는 행동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는 "선거에서 이기면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지만, 선거에서 지면 여당 30년 집권을 보장하는 철옹성이 완성될 것이다. 이런 선거에서 질 수 있는가?"라며 "백 번을 생각해도 여러분의 비판이 향해야 할 곳은 저 안철수가 아니라 무도하고 폭압적인 문재인 정권"이라고 국민의힘을 거듭 겨냥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겨야 한다. 민심이 원하고 국민이 응원하는데도 야권에서 서로 간의 시기와 질투, 반목과 분열로 또다시 패배한다면 국민 앞에 얼굴을 들 수 없을 것"이라거나 "국민은 야당을 버릴 것이고, 국민의 버림을 받은 야당은 공중분해돼버릴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안 대표는 "이미 저는 야권의 승리를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왔다"며 "야권 전체의 승리를 위해 작년 총선에서는 지역구 후보도 내지 않았고, 총선 출마를 원하는 분들이 제1야당으로 당적을 옮기는 것도 반대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대표의 측근인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도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근 국민의힘 인사들이 안 대표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해 "합리적인 근거에 기반한 비판은 얼마든지 수용하고 토론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근거 없는 비방, 네거티브 정치로 흘러가면 야권 전체 지지층의 실망을 가져오고 피로도를 높이는 잘못된 행동"이라고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 사무총장은 "같은 야권 내에서 굳이 각을 세울 발언들을 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라면서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들한테 연락이 오거나 (국민의힘) 내부적으로 여전히 안철수 대표에 대한 호감과 관심을 갖고 있는 분위기는 그대로 있다"고 주장했다.
이 총장은 전날 나경원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출마 기자회견에서 안 대표를 겨냥해 '중요한 정치 변곡점마다 결국 이 정권에 도움을 준 사람'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그런 인식과 자세는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정치행태"라며 "솔직히 제1야당이 못나서 정권 빼앗기고 연전연패한 것 아니냐? 거기에 대한 반성을 먼저 해야 되고, 본인도 지난 총선에서 왜 떨어졌는지 반성부터 해야 본인이 나아갈 답이 보일 것"이라고 강하게 맞받았다. "첫 출마 회견을 네거티브로 시작하면 오히려 시민들이 보실 때 자신감의 결여로 비칠 수 있다"고도 했다.
김종인 위원장의 '3자구도 불사' 주장에 대해서는 "지지층의 뜻을 거스르고 역류할 수 있는 정치는 존재할 수 없다"며 "김 위원장께서 말씀하시는 3자 구도는 야권 전체 지지층이 바라는 구도가 아니라는 것이 분명하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安 무시전략' 계속
안 대표에 대한 국민의힘의 싸늘한 반응은 이날도 이어졌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 대표의 이날 발언 내용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그에 대해 별로 얘기한 바가 없다"며 "(현재는) 우리 당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자꾸 지금부터 그런 얘기를 할 필요가 없고, 우리 후보가 선출된 다음에 단일화 얘기를 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 본인에게도 분명히 이야기했다. '단일화는 3월 초에나 가서 얘기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우리 당에 들어와서 (경선을) 하는 것, 둘 중 한 가지밖에 없으니까 결심하면 얘기하라'고 했다"고 지난 6일 회동 내용을 설명하면서 "그 외엔 얘기할 게 없다"고 말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는 단일화는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저는 일단은 지금 해야 될 선거가 많더라. (당 내) 경선을 해야 되고, 그다음에 야권 단일화 경선이 있을 것이고, 그 다음에 본선"이라고 김 위원장과 비슷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단일화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처음부터 끝까지 안철수 대표 말씀 그만하시라. 아니, 저한테 물어보셔야지…"라고 불편함을 드러내면서 "단일화를 자꾸 얘기하는 건 너무 정치공학적이다", "(단일화는) 마지막에 국민들께서 하시는 것", "어떻게 룰을 정해서 하느냐 하는 것은 마지막 단계"라고 거리를 뒀다. 그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조건부 출마선언'에 대해 "충정은 이해하지만 좀 아쉬운 점이 있다. 앞뒤가 바뀐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오신환 전 의원도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권 공동 경선기구를 만들어서 한 번에 경선을 치르자는 것은 이미 물 건너갔다. 왜냐하면 안 대표는 입당을 거부했고, 국민의힘도 당대당 통합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면서 "이제부터는 국민의힘이 시민들에게 호감이 갈 수 있는 좋은 후보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전 의원은 "안 대표의 말을 보면 결국에는 '나로 단일화를 해달라'는 것 아니냐"며 "단일화에 대한 진정성이 사실은 조금 문제가 있다. 그리고 애매모호한 화법 자체가 상대를 굉장히 피로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고, 결과적으로는 성사된 적이 없다"고 안 대표를 겨냥했다. 오 전 의원은 바른미래당 시절 안 대표와 당을 같이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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