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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 탄소중립, 립서비스만으로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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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2050 탄소중립, 립서비스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초록發光] '아직도' 기후위기 대응 의지 없는 정부 여당

지난 9월 24일, 국회가 '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어서 문재인 대통령은 10월 28일 국회 시정 연설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로 선언하였다. 그 영향이겠지만 정부의 발걸음이 빨라진 듯 하다. 지난 19일 환경부는 2050년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국회 공청회에서 탄소중립 목표와 달성 방안을 제시하였다. 또 23일에는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가 2045년 이전까지 석탄발전을 제로로 하고 늦어도 2040년부터는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자는 '국민정책제안'을 발표하였다. 기존의 그린뉴딜 정책과 2050년 탄소중립 선언을 통합하는 국가비전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도 포함되었다.

국회의원들의 관련 법안 발의도 이어지고 있다. 일찍이(8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탈탄소사회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그린뉴딜정책 특별법안'을 발의했고, 결의안 통과 이후 민주당 의원들이 법안을 쏟아냈다. 양이원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에너지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10월), 이소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탄소사회 이행 기본법안'(11월), 그리고 민형배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녹색금융 촉진 특별법안'이 주목된다. 2050년 탄소중립을 뒷받침할 법제도를 마련하려는 노력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들을 정부와 여당이 과거와 다른 태도로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야 할까. 회의적이다. 우선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국회의 비상결의안 통과에 환영보다는 아쉬움이 더 많았다. 국회 결의안은 "청소년을 비롯한 많은 시민들의 절박한 행동과 외침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아직 갈 길은 너무나 멀다"고 평했다. 국회에서 통과된 비상결의안에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절반으로 줄이자는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발의 내용이 빠져 버린 탓이다.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절반으로 줄이지 못하면, 2050년까지 탄소배출 순제로 목표는 거의 달성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결의안의 의미는 크게 반감했다.

대통령의 2050년 탄소중립 선언을 언론들이 크게 보도하기는 했지만, 따지고 보면 2030년 감축 목표 강화를 언급하지 않아 국회 결의안을 넘어선 것도 아니다. 게다가 정부는 탄소중립 선언과 별개로 국내 석탄발전소 신규 건설을 중단하지 않았고 오히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석탄발전소 투자 결정을 강행했다. 국내외에서 "그것이 문재인식 그린뉴딜이냐?"며 조롱까지 일어났으나 대통령은 눈을 감았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기후위기의 엄중함을 거듭 강조하였지만, 과거 정책의 잘못을 바로잡지 않아 비웃음을 자처했다. 게다가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의 "탈석탄 속도 조절"이나 "탄소중립 불가능" 같은 '말실수(?)'도 잦아, 이 정부의 진심이 무엇인지 의구심이 커진다.

정부와 여당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지만, 과연 현 정부 하에서 중대한 진전을 이룰 의지가 있을까?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이 "언제 밥 한번 먹자"는 말과 다를 바 없다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의 논평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립서비스에 바쁘고, 정부는 할 마음이 없고, 여당은 일하는 흉내 내기에 바쁜 것 같다. 비상결의안을 심사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법안심사소위 회의록(9월 21-22일)은 적어도 여당인 민주당 의원의 의지는 크지 않다는 점을 분명해 말해주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 보자.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그냥 무늬만 기후위기 선언하고 말아서는 안 된다"며, 2030년까지 2010년 배출량 대비 50% 감축 목표를 꼭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안호영 의원은 "이 수치를 그대로 명시했을 때 정부가 여러 가지 앞으로 논의하는 과정이라든가 정책과 충돌하는 문제가 혹시 없을까"하는 걱정부터 하고 있었다. 이에 맞장구를 쳐, 홍정기 환경부 차관은 "현행 법령을 넘는 구체적인 수치를 담기보다는 2025년에 정부 측이 NDC를 수정하는 계기에 좀더 강화된 감축안을 만들도록 촉구하는 정도"를 주문하였다. 어쩌면 이때부터 청와대-정부-여당은 30년 뒤 탄소중립은 선언하되 당장의 목표는 모른 척 하겠자고 합의를 해두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보다 못한 국민의힘 김웅 의원까지 나서서 "2050년까지 이야기를 하는데 2050년 생각해보면 80이거든요. 여기 계신 분들, 그때 여기 아무도 책임지실 필요도 없을 겁니다. 노인 보고 누가 책임지라고 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는 2050년 목표만 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니 2030년 목표도 명시하자며 강은미 의원을 거들었다. 그러나 민주당 임종성 의원은 "오늘 결의안 채택만큼은 일단 2050년까지 해놓고 나중에 22대 가서 결의안 또는 후반기에 가서 새로운 로드맵이 나오면 결의안 채택을 다시 하자"고 제안하였다. 지난 대선 시기 사회적 소수자들의 권리 요구에 맞서 민주당원들이 외치던 "나중에"라는 말이 기후위기 앞에서도 다시 등장했다.

이런 무책임한 발언 속에, 환경운동 활동가 출신인 양이원영 의원은 "이 50%라는 수치를 딱 내고 싶다"면서 다른 민주당 의원과 차별점을 보여주는 듯 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의 발언은 너무도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그전에 이명박 정부에서 수치만 내고 말아 버린 경험이 있어서 그렇게 되어 버릴까 봐 굉장히 우려가 많이 되고요. 그래서 어떻게 좀 더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표현으로 가져가면 좋을지 그런 고민이 좀 듭니다. (중략) 저는 수정 제안으로 사실 '2030년에 50%' 이렇게 보다는 석탄발전소를 2030년까지 얼마 이상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얼마 이상 늘리고 이런 목표가 들어가야지 실효성이…… (중략) 그런데 그게 도저히 안 된다고 한다면 현재의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보다 훨씬 더 상향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노력한다든지(후략)."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포함 여부에 대한 논쟁 중에, 양이원영 의원은 갑작스럽게 2030년 석탄발전소 감축 목표나 재생에너지 목표를 제안하면서 논점을 흐려 버렸다. 그리고 다들 그것이 더 어려운 일이라며 난색을 표시하자, 2030년 감축 목표를 "적극적으로" 상향해 나자는 모호한 문구로 다시 후퇴했다. 양이원영 의원은 더 실효성 있는 결의안 문구가 필요하다고는 했지만, 결국 정부와 여당을 넘어서려는 강은미 의원을 좌절시키는 데 일조했을 뿐이다.

2050년 LEDS 국회 공청회가 열리던 날 아침, 11명의 시민이 국회 정문에 자전거 자물쇠로 자신의 목을 묶는 직접행동에 나섰다. 정부는 이제야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세웠다는 것을 자랑하였지만, 그들은 "30년 뒤 넷제로? 우리에게 죽음뿐"이라는 현수막을 펼쳐 들었다. 그들이 보기에 "입으로는 기후위기 대응을 말하며 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 결의안에서 2030년 50%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거부한 여당 의원들의 행태는 이중적이고 기만적"이며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 행동)를 불확실한 미래의 목표로 두는 것이 아닌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국회 정문에 목을 맨 자물쇠를 절단기로 끊고 이들을 연행하였다. 그들은 한국에서 기후행동으로 경찰에 연행된 첫 번째 사람들이 되었지만, 이들이 마지막은 아닐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2050년 탄소중립 선언으로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시민들의 절박함을 외면한 채 계속 꾸물거린다면, 더 거친 소리를 더 자주 듣게 될 것이다. 기후위기는 시민들을 급진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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