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로 예정됐던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대상 국정감사가 한 주 연기됐다. 국정감사 기관증인으로 여야 합의 채택된 청와대 고위공직자들이 감사 하루 전날 불출석을 통보하면서 야당이 이에 반발한 끝의 일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개의 예정이었던 운영위의 청와대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당 측과 협의한 끝에 "11월 4일 오전 11시에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참여하는 가운데 국감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기자들과 만나 밝혔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이를 확인했다.
당초 이날 기관증인으로 채택된 서 안보실장(장관급)과 유연상 경호처장, 김종호 민정수석비서관(이상 차관급), 이성열 국가위기관리센터장, 노규덕 평화기획비서관, 박철민 외교정책비서관은 전날 오후 국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서 실장의 경우 지난 17일까지 미국 출장을 다녀와, 코로나19 방역수칙상 격리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불출석 사유였다. 김종호 민정수석은 '국정 현안에 신속히 대응해야 하는 업무적 특성'을, 유연상 경호처장은 '경호 임무 특성' 등을 불출석 사유로 들었다.
야당은 "서 실장 등 방미단의 격리가 끝난 후" 국감을 하겠다며 "국가에 가장 중요한 게 안보다. 안보실장이 빠진 국감은 의미가 없다"(주 원내대표)라고 서 실장이 참석한 가운데 국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여당과 청와대가 이를 수용하면서 감사는 한 주 가까이 순연됐다.
남은 쟁점은 민정수석·경호처장 출석 여부다. 민정수석은 비서실장이 자리를 비울 경우 사실상 그 업무를 대행하며 대통령을 보좌한다는 특성 때문에 통상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아 왔다. 이전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이 정부 들어서도 2017~18년 조국 전 수석, 2019년 김조원 전 수석 역시 국감에는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다만 조 전 수석은김태우 전 수사관이 폭로한 민간인 사찰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2018년 12월 31일 운영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전례가 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2003년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일 당시 운영위·법사위·재경위(현 기재위) 국정감사에 3연속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민정수석의 국감 증인 출석은 이때가 거의 유일했다.
야당은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현재 첨예한 현안이니만큼 김종호 민정수석이 이번 국감에 출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옵티머스 사태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전직 청와대 행정관 이모 변호사가 민정수석실 산하 민정비서관실에 근무했던 일이 국감에서 야당의 집중공격 대상이 될 것으로 꼽혔다. 민정수석은 검찰·법무 사안을 관할하느니만큼, 연일 논란이 되고 있는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갈등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있다.
경호처장의 경우 대통령 경호라는 임무 특성상 국감에 차선임자인 경호처 차장을 대신 출석시키는 일이 관례화돼 왔고, 실제로 지난 2년 동안도 차장이 국감에 나왔다. 다만 이번 국감의 경우, 전날 대통령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발생한 '주호영 원내대표 몸수색 논란' 때문에 야당이 경호처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감사가 1주일 가까이 연기됐음에도 여야가 새로 합의한 것은 '11월 4일 서훈 실장이 참석한다'는 것 하나여서 추가 공방이 예상된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국감 연기가 결정된 후 기자들이 민정수석의 국정감사 출석 여부를 묻자 "그건 우리가 (답변)할 게 아니다"라며 운영위에서 여야가 협의할 일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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