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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주자가 없어서 국민의힘이 무능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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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주자가 없어서 국민의힘이 무능한 걸까?

[최창렬 칼럼] 보수야당의 무기력과 패배의식

오늘의 정당 지형에서 보수를 표방하는 국민의힘이 정권을 획득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근거로 더불어민주당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정당지지도에서 민주당이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고, 대선주자들의 지지율도 여권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강경보수로 박제화된 정체성을 바꾸려고 시도했으나 초반에 성과를 보이는 듯하다가 이내 동력을 상실해 가고 있는 상황도 여권의 우위 전망을 뒷받침한다.

한국 정치의 특징 중 하나는 정당 간에 사회경제적 정책의 차이가 사소한 데도 불구하고, 정파 간 대립의 정도는 정책 차이를 훨씬 뛰어넘는다는 사실이다. 오늘의 정치적 대결 구도는 정책에 근거하여 유권자의 지지를 구하기 위해 경쟁하는 구조가 아니고 정책과 연계되지 않은 추상적 수준의 이데올로기적 갈등에 기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구도에서 박근혜 탄핵의 원죄를 안고 있는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서 나가기는 현재로서는 무망한 일이다.

향후 보수가 집권 세력과 건강한 길항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일방의 압도적 우세로 진행되는 맥빠진 대선을 치른다면 시민들로서는 불행한 일이다. 보수 대 진보가 균형을 이룰 때 정당정치가 사회적 균열과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능력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각종 의혹 사건에서도 여권이 일방적으로 앞서나가는 상황에서 검찰 등 관료기구는 여권의 정치적 이익에 잠재적 우군이 될 수 있는 구조가 되기 십상이다.

보수의 무기력과 패배의식은 어디에 기인하는가. 일반적으로 당을 이끌 간판 대선 주자의 부재를 원인으로 들지만 이는 부차적인 문제다. 정당지지도와 대전 주자급 정치인의 지지도가 상승 작용을 일으키겠지만 대선 주자의 부재에서 1차적 원인을 찾는 것은 진단이 잘못된 것이다. 해답은 그들 내부에 있다.

첫째, 대북문제에서의 강고한 냉전적 사고는 강경보수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자유롭지 않다. 물론 공무원 피격 사건의 경우 북한이 책임을 남한에 떠넘기려 한다든지, 남측의 공동조사 요청에 무반응인 상황에 대한 국민의힘의 비판적 태도 등은 국민 눈높이와 괴리가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북의 사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등의 균형잡힌 시각이 결여돼 있다는 것은 남북문제를 보는 패러다임에서 변화가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보수야당이 제1야당으로서의 역할과 위상을 갖기 위해서는 이데올로기적 경직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남북관계에서 전향적 태도를 취하고 대북메시지도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발상의 대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냉전친화적 세력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둘째, 결정적 요인으로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책임 있는 정당이 이에 대한 통찰과 반성이 없다는 점과 탄핵에 반대한 행태에 대해 명시적 사과와 성찰을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시민일반은 지지성향과 무관하게 탄핵을 초래한 세력으로서의 국민의힘에 대해 정서적 거부감이 상당하다는 사실은 2018년 지방선거와 지난 21대 총선 참패에서 적나라하게 노출됐다.

자유한국당과 미래통합당 시절 합리와 보편의 수준에서 납득되지 않는 '좌파 독재 프레임'으로 여권을 비판한 것에 대한 부정적 앙금이 강하게 남아있다. '보수' 단체의 광화문 집회는 이에 대한 확증을 강화시켰고, 그들과의 결별을 감수하고 합리적 보수를 선언하지 못하는 지적 능력과 상상력의 부재도 국민의힘의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셋째, 국내정치적으로는 각종 여권 관련 의혹 사건에 대해 기존의 정쟁 차원을 넘는 논거를 내지 못한다면 과감하게 방향을 선회하여 그러한 쟁점을 기각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시민이 힘들어하는 문제에 제3의 방법으로 대안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때 정체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사회경제적 갈등의 축을 제시하고 중도 유권자의 이익과 가치를 조직화하기 위한 시도가 보수 세력에게 긴요한 이유이다. 그러나 제1야당에게서 그러한 의지와 실력, 비전을 찾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나무에서 생선을 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집권 세력에 대한 흠집내기가 야당의 존재이유일 수는 없다. 또한 대법원 판결도 나지 않은 박근혜 재판에 대해 무조건 '박근혜 석방'을 외치고, 아직도 21대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굳게 믿으며, 현 정부에 색깔론을 들이대는 단체들과 명시적 결별을 하지 못한다면 백약이 무효다. 미필적 고의를 연상케 하는 암묵적 연대로 비친다는 사실을 국민의힘 구성원들은 모르는 것인지, 애써 외면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보수 진영은 왜 그들이 무력한지에 대한 정확한 원인 진단부터 해야 한다. 보수가 변화와 혁신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집권 측의 일방적 우위 속에서 여야의 이데올로기적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정당정치가 정책을 두고 경쟁하는 궤도를 벗어나면 사익과 지대(地代)를 추구하는 거대한 굿판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일방의 승리가 쉽게 예측되는 구도가 이를 부채질한다. 보수 야당이 국정운영의 수단과 자원을 가지고 있는 집권 세력 못지않게 책임이 큰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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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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