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장 '대리' 사과에도 정부, 국시 불가 입장 고수

박능후 "의대생 국시 재응시, 정말로 어렵다"

8일 주요 대학 병원장이 의대생 국가고시 응시 기회를 달라며 대국민 사과에 나섰으나 정부는 추가 기회 제공은 불가하다는 기존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와 별개로 의대생들은 병원장들의 대국민 사과를 강하게 비판하는 모양새다.

이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정부가 1년에 수백개씩 치르는 국가시험 중 어느 한 시험만 예외적으로, 더구나 그 사유가 응시자 요구에 의해 거부된 뒤 재응시한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박 장관은 "국민의 양해가 필요한 문제"라는 기존 복지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른 국시와의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야 하는데다, 의대생들이 재응시를 요구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시 재응시는 논의 대상이 아님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날 오전 김영훈 고려대학교의료원 원장 등 주요 대학병원장들은 "(의료계가) 국민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의대생들에게 국시 재응시를 허용해 달라는 취지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올해 국시에서 큰 규모의 공백이 발생할 경우, 앞으로 상당 기간에 걸쳐 의료의 질 저하가 오므로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병원장들이 나서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이날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영호 대한병원협회장도 "반성과 용서를 구하는 심정"이라며 "의대생들의 재응시 기회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본 여론은 대체로 교수들이 학생들의 사과를 대리한다는 비판적 입장으로 보인다.

의대생들도 이 같은 상황에 강력한 불만을 표하는 모습이다. 이날 온라인에는 병원장들의 대국민 사과 모습을 의대생들이 강력히 성토하는 의대생 커뮤니티 글이 올라왔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재응시하게 되리라는 주장, 정부가 해결해야 할 일을 병원장들이 사과해 어이없다는 주장 등이 회자된 것으로 풀이된다.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영상으로 연결해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