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노선을 추구하는 연장선상에서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공정경제 3법'에 찬성 입장을 밝혀온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돌연 "공정경제 3법뿐 아니라 노사관계, 노동법 관계도 함께 개편할 것을 정부에 제안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추석연휴 직후인 5일 오전 열린 당 비대위 회의에서 "이번 정기국회를 맞이해서 정부가 공정경제 3법을 제안하고 있다"며 이같이 역제안했다. 그는 "코로나 사태 이후 우리나라가 경제·사회 전 분야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지 않으면 안 되리라 생각한다"며 "정부·여당은 차제에 공정경제 3법뿐 아니라 노사관계, 노동법 관계도 함께 개선하는 시도를 해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노동법 개편 방향에 대해서는 '해고'와 '임금 유연화'를 언급했다. 그는 "OECD 발표에 의하면 세계 141개국 중 우리나라의 고용·해고 문제는 102번째에 이르고, 노사관계는 130번째, 임금 유연성은 84번째에 위치해 매우 후진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코로나 사태 이후 경제 체질을 바꾸고 모든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새롭게 개정하려면 반드시 노동관계법을 변화시키지 않고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노동시장 개편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경제계와 보수진영의 숙원이었다. 박근혜 정부 때 여당이었던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은 2015년 이른바 '노동개혁 5대 입법'을 추진했고, 입법이 여의치 않자 이듬해인 2016년 이른바 '양대 지침'으로 일반해고 도입과 취업규칙 변경을 밀어붙였다. 양대 지침은 결국 문재인 정부 들어 폐지(2017년 9월)됐다.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공정경제 3법에 대해 재계가 반대하고 있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김 위원장의 '3법 찬성' 입장에 불만이 나오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사실상 교환조건으로 노동시장 개편을 주장하고 나선 셈이어서 주목된다.
다만 김 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노동법 개정이 공정경제 3법 통과의 조건이냐'는 질문을 받자 "공정경제 3법은 공정경제 3법대로 하는 것이고, 노동법은 노동법대로 따로 개정을 시도하자는 것"이라고 두 사안의 연계를 주장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노동법이 성역시돼 왔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마찰이 예상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정부가 개천절 집회를 막기 위해 광화문광장에 친 차벽을 놓고 시민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과 관련해 "광화문 거리에 새로운 산성을 만들어 쌓는 모습을 보고 정부가 국민이 뭐가 두려워서 막대한 경찰력과 경찰버스를 동원해서 도시 한복판을 요새화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한국 민주주의가 발전은 못할 망정 퇴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정부·여당이 보다 더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전향적 사고를 가져 주기 바란다"고 당부해 눈길을 끌었다. 과거 이런 종류의 '당부'를 주로 들었던 쪽은 보수성향의 정권이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방역을 보건당국이 하는게 아니라 경찰이 방역을 하는 '경찰 방역국가'가 됐다"고 빈정거리면서 "국정에 대한 국민 비판이 두려워서 방역을 이유로 산성을 쌓고 90여 군데 검문소를 설치하고 1만 명의 경찰을 동원했다"고 가세했다.
주 원내대표는 "우리 당은 집회에 참여하지 않고 찬성도 하지 않지만 국민이 가진 헌법상 권리, 법원이 인정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단호히 반대하고 비판한다"면서 "부디 한글날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와 국민 말씀을 듣고 본인 생각을 밝혀주기 부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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