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른바 '공정경제 3법'에 대한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강경보수 세력과는 거듭 선을 그었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연대설 역시 안 대표에 대한 노골적 비난까지 동원해 가며 일소에 부쳤다. 중도화 전략에 입각해 "흔들림 없이 당 혁신을 주도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김 비대위원장은 24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과 관련해 '여당은 이 법들을 공정경제 3법이라고 하고, 기업들은 기업규제 3법이라고 부르는데 어떤 명칭이 적절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법에 특별히 명칭을 부여할 게 아니라 이 법을 왜 개정하겠다고 들고 나왔는지 연유를 알아야 한다"면서 기업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가 경제성장을 하는 과정 속에서 정부는 가급적이면 기업이 다소 불법적 행위를 저지른다 해도 용인하고 지나갔다. 그런 과정 속에서 우리나라 경제에 커다란 모순이 축적돼 왔고 (이것이) 제거되지 않는 현상을 초래했기 때문에 IMF 이후 양극화가 극도로 심화되고 (대)기업 집중 현상이 생겨났다"고 설명하고 "이런 것이 한국경제의 미래를 위해 올바른 상황이냐고 생각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따라서) 그것이 정상적 상황으로 바뀔 수 있도록 상법·공정거래법 등을 시정하려 제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들이 큰 우려를 갖고 있다는 재질문에 대해서도 "설사 상법 개정안이 현행대로 통과된다 해도 기업을 운영하는 데 크게 문제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기업은 어떤 제도가 수립되면 그 제도 범위 내에서 경제활동을 하면 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법안 심의과정에서 정말 문제가 있는 상황이 전제되면 당연히 (그 부분은) 수정될 것"이라며 "너무 지나치게 처음부터 '이 법은 안 되겠다', '이 법은 기업을 옥죈다'는 사고를 가지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일침을 놨다.
그는 특히 "지금까지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제활동 관행을 보면 법이 규정한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경제활동을 못 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일견 냉소적으로 보이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이른바 공정경제 3법 찬성이 경제민주화 소신 때문인지와 관련해서는 "나는 사실은 상법 개정안에 나온 여러 조항에 무슨 '경제민주화 조항'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상법 개정안을 낸 것은 기업들 행태를 보고 '그런 행태를 더 지속하면 안 된다'고 시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오히려 부족한 법이라는 취지다.
자신이 한때 호평을 보냈던 윤희숙 의원 등 당 소속 의원들로부터 반대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데 대해 그는 "(법에) 문제가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입법 과정에서 자기 나름대로 견해를 피력하고, 그게 수용되면 입법 과정에 반영될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않고 '문제가 있다', '이 법은 반시장적인 법이다'라고 하는 것은 옳은 생각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의원들이 상당수 있으니 이런 의견 저런 의견을 내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 자체가 입법 과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개천절 집회와 관련해 '태극기 부대와 국민의힘은 어떤 관계냐'라는 질문이 나오자 김 위원장은 "솔직히 말해 태극기 부대와 국민의힘이 직접적 연관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코로나 위기 상황이 아니라면 보수집회 참석도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라는 질문이 나온 데 대해서도 그는 "나는 사실 정치하는 사람이 군중적 집회에 참여하는 것 자체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그런 게 있다고 해서 내가 거기 앞에 나가 선동적 연설을 할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거리를 뒀다. 태극기 집회에 적극 참여해 온 황교안·심재철 전임 지도부를 연상시키는 면이 있다.
개천절 집회 계획 그 자체에 대해서는 "코로나 사태가 빨리 끝났으면 하는 것이 모든 국민의 소망"이라며 "질병관리청 (방역)준칙에 모든 국민이 협조하고 따라야 한다"고 집회 자제를 거듭 촉구했다. 김진태 전 의원 등이 주장하는 '드라이브 스루 집회'에 대해서도 그는 "방역과 관련해 집회를 자제해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에, 정상적 사고를 하는 분이라면 수긍하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굳이 본인 스스로가 (그런 것에) 상관 없이 해야겠다? 그것을 막을 방법이라는 것은 없는 것"이라고 냉담한 태도를 보였다.
광복절 당시에 비해 최근 개천절 집회를 앞두고 보수 집회에 대한 국민의힘의 태도가 '방조→자제 촉구'로 변화한 배경에 대해 그는 "8.15때만 해도 그때는 정부 당국이 코로나가 이미 진정된 것처럼 얘기했는데, 그러다가 8.15 집회가 생기고 확진자가 늘어나니 무슨 8.15(집회)에 국민의힘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여권 인사들이) 발언하기 시작해서 정치적 문제가 되고 국민의힘이 여론상 지탄을 받는 상황이 됐다"며 "그 빌미를 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코로나를 빨리 극복하고 안정된 국민 생활을 영위하는 데 협조해 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도로의 외연 확장을 추구하는 것이 당 전체가 중도로 이동하는 것이냐, 아니면 극우부터 중도까지를 모두 포괄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나는 무슨 '중도로 이동'이다, '좌클릭'이다 이런 용어는 수용할 수 없다"며 "일반 국민의 성향에 따라, 상식에 맞게 정당을 끌고가려 하는 것이다. 특별하게 무슨 방향을 설정해서 그 방향에 맞춘다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덕흠, 당에서 물러난 분…윤창현은 소위 활동 자제하면 문제없다"
당내 사안에 대한 질문·답변에서는 박덕흠 의원 때문에 논란이 된 국회의원 이해충돌 문제에 대해 윤창현 의원을 언급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김 위원장은 박 의원 관련 질문에는 "당에서 물러난 분이기 때문에 제가 구체적으로 얘기할 필요가 없다"며 다만 "본인 스스로가 자기 사업 관련 상임위는 피해야 하는 게 도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걸 피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고 간접 비판을 했다. 또 "당 차원에서 (박 의원 사태를)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제가 온 지 4달 됐는데 이미 그 이전에 일어난 상황이고, 잎으로는 그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당을 변혁시키로 노력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물산 사외이사를 지낸 경제학자 출신 윤창현 의원의 국회 정무위 보임과 관련, 그는 "국민으로부터 의심의 여지가 있는 사람은 스스로가 결정을 해야 한다. 내가 특정 기업에 있었는데 그 기업 관련 법안을 심의하는 위원회에 들어가 있다면 '내가 빠져야겠다'고 정치인으로서 결정해야 한다"면서도 "그 안에 있으면서도 본인 스스로 소위원회(심의)를 자제한다든가 한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무소속 의원 복당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를 복당시키고 말 것인지는 당 변모 과정에서 당의 변화에 긍정적 효과를 보여줄 수 있는 분도 있고…. 여러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에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통해 결정될 문제지 특정인을 언제 어떻게 하겠다고 말할 수 없다"고만 했다. '홍준표 의원이 복당하면 당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직구성 질문에는 "우리 상황이 어떻게 진전되고 본인 스스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당 상징색이 빨강·파랑·하양으로 결정되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실무자에게 '프랑스 국기처럼 하는 게 어떠냐'고 했다는 보도의 진위를 묻자 그는 "프랑스 국기를 택한 게 아니고, 일반 국민 의식 구조가 다양하고 국민들이 분파가 심하기 때문에 국민 다양성을 보여주기 위해 색을 3가지로 쓴 것이다. 다른 의미는 없다"고 답했다.
당무감사 관련 잡음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당협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는지 점검하지 않으면 당을 변화시킬 수 없다"며 "내가 측근을 거느리는 사람이 아니다. 측근을 투입하기 위해 하는 그런 당무감사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와 관련, 황교안 전 대표가 종로 당협위원장직을 유지할 것인지 묻자 그는 "감사 결과를 봐야 안다. 특별히 황 전 대표만을 지정해서 얘기할 수 없다"고 했다.
입법·정책 사안 관련, 여당의 공수처법 개정 시도에 대해선 "갑작스럽게 새로 법을 개정해 야당 추천 자체를 무효화시키려는 짓을 하는 것 같은데, 여권이 너무 과한 행동을 하지 않느냐 생각한다"고 비판하면서도 "우리가 야당 추천 위원을 선정해서 내면 그걸로 일단락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그는 말했다.
'추천이 언제쯤 되겠느냐'는 질문에는 "그것은 우리 원내대표가 맡아서 하는 일"이라며 "원내대표가 국민의힘이 추천할 2사람을 계속 고르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고만 했다. "우리가 추천하고 나면 (법 개정) 명분이 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그는 부연했다.
주택정책에 대해서는 지난 7월 관훈토론에 이어 이날도 후분양제 도입을 재차 주장했고,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는 어업지도선 승선 공무원 피격 사망사건을 언급하며 "문재인 정권 수립 이후 가장 열정을 들여 노력한 정책이 대북정책이고, 북한과의 대화에 많은 진척이 있는 것을 자랑해 왔는데 왜 갑작스레 이런 사태가 일어나게 됐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대북정책이 환상에 빠져 있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시장 보궐선거 관련 "안철수와 합당? 필요없어"…"대선엔 관심 없다"
김 위원장의 임기 막바지가 될 내년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대한 질문에서는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딩과의 연대설을 철저히 부인한 점이 주목받았다. 그는 야권연대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 문제에 대해 분명히 말하는데,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니 당연히 후보를 내는 게 상식이다. 시장 후보가 되기 위해 국민의힘(의 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은 (당에) 들어와서 경쟁하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김 위원장은 "야권연대라는데, 솔직히 말해서 국민의힘이 누구와 야권연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면서 "제가 1960년대부터 선거 때만 되면 '야당 단일화' 얘기를 많이 들어 왔는데 그렇게 해서 효과를 낸 기억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의당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질문에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왜 통합을 해야 하는지 물어야 한다. 과연 국민의힘이 국민의당과 통합해서 뭘 달성할 수 있겠나? 제가 보기에 큰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안철수 대표가 자꾸 언론에 부각돼서 거기 무슨 관심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내가 안 대표라는 분이 어떤 분인지 너무 잘 안다"고 말해 좌중의 이목을 끌었다. '어떤 분이냐? 안 대표의 정치적 역량을 평가해 달라'는 재질문이 나오자 그는 "정치적 역량은 제가 평가를 안 해도 다른 사람들이 이미 다 알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안 대표가 정치를 시작할 무렵 자신이 그를 만난 일화까지 끄집어내 혹평을 했다.
그는 그러면서 "국민의당이 (우리와) 통합·합당을 하고싶은 생각도 있을 것인데, 또 한편 안 대표 얘기는 '국민의힘이 제대로 변화를 못 해서 관심없다'고 하지 않느냐"며 "굳이 우리가 그런 사람들한테 관심을 갖고 합당하겠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하기도 했다.
차기 대선과 관련해서는 "나는 솔직히 말해 다음 대선(까지 당)을 끌고가려는 생각이 없다", "누가 나오는지 관심을 갖지 않으려 한다"면서도 "때문에 특정인이 내 머리 속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 말씀을 드리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머리 속의 특정인'이 누군지 묻는 질문에는 "이름은 거론 않겠지만 야권에도 대선 후보가 되려는 생각을 하는 분이 네댓 분 계신 건 틀림없다"고만 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도 마크롱 같은 지도자가 하나 나왔으면 하는 기대는 버리지 않고 있다. 그런데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 답답하다. 나라의 장래를 위해 그런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기도 했다.
자신이 대선후보로 추대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물음엔 "그런 일이 벌어지리라 생각지 않는다. 솔직히 관심이 없다. 내가 지금 나이가 80살이 된 사람인데"라고 단칼에 잘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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