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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시대가 촉발한 '공정 임대료'...'건물주' 중심 사고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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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시대가 촉발한 '공정 임대료'...'건물주' 중심 사고 벗어나야 한다

[조정흔의 부동산 이야기] 상가 임대료, 이제 공공 영역에서 기준 마련할 때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산업생태계의 가장 약한 고리라고 할 수 있는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가장 먼저 드러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조사 결과, 자영업자들은 경영비용 가운데 가장 부담되는 것으로 임대료(69.9%)를 꼽았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19일 코로나 19로 손님이 줄고, 집합금지명령으로 영업을 못하는 상황에서 자영업자가 모든 피해를 떠안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임대료 조정과 감면에 대한 유권해석과 행정지도를 중앙정부에 건의해 가혹한 현실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에는 차임 등의 증감청구권 조항에서 '경제 사정의 변동으로 인하여 상당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에 당사자는 차임 또는 보증금에 대하여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그러나, 증감청구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데다 대법원은 IMF 경제위기 당시에도 경제 사정의 변동을 인정하지 않았던 바 있다.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고 있는 임차인으로서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자영업자에게 코로나 19란...

코로나로 인한 외부 활동이 위축되고, 재택 근무자가 늘어나면서 명동, 강남역, 시청, 이태원, 홍대입구, 대학로와 같은 서울의 주요 핵심 상권의 유동인구가 현저히 줄었음을 체감한다. 그로 인해 빠져나간 점포들의 공실이 길어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부담하는 고정비용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인건비이다. 여건이 어려워지면 인건비는 대부분 자가노동력으로 대체된다. 다음으로 큰 고정비는 바로 임대료인데, 임대료는 대체가 불가능하므로 가장 큰 부담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 임차인의 차임연체액이 3기의 차임액에 달하는 때에는 계약을 해지할수 있으며, 임차인이 3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에는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평상시 같으면 권리금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임차인에게 영업장 시설비를 포함해서 영업권을 넘기는 방법으로 투자 금액을 일정 부분 회수할 수 있을테지만, 매출액이 비용에도 이르지 못할 정도로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투자에 나서는 사람을 구하기 쉽지않으니 이 또한 여의치 않다.

새로운 임차인을 구해서 임대인과 임대차계약 체결을 주선하지 못하면 임차인은 보통 원상회복의무를 지게되므로,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시설 철거비용까지 부담해야한다. 거기에다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경우에는 잔존 계약기간 동안의 임대료까지 모두 임차인의 부담이 된다. 이런 사정이니 보증금을 모두 소진하고 빈털터리가 될 때까지 속수무책인 상황에 처한다.

권리금의 이중성

권리금이란 임대차목적물인 상가건물에서 영업을 하는 자 또는 영업을 하려는 자가 영업시설, 비품,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상가건물의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유형, 무형의 재산적가치를 양도 또는 이용할 때 발생하는 대가다. 권리금은 법제정 이전에는 임차인끼리 암암리에 거래되어 왔는데, 임차인들의 불안정한 지위를 보호하기 위하여 지난 2015년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었다.

동법은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여 임차인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2019년 5월 권리금의 법제화 이후 권리금에 대한 첫 대법원 판례 이후에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에 기한 임대인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런데 권리금 회수 기회 방해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권리금 감정을 진행하다보면 권리금이 임차인들에게 주는 양면성이 있다고 느끼게 된다.

감정평가 관련 규정에서 권리금은 해당 업체의 매출액에서 매출원가와 인건비, 임대료 등을 포함하는 판매비 및 일반관리비를 공제한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수익환원법을 원칙으로 결정된다. 권리금 감정평가를 위해서 자영업자들의 수익을 분석해보면 대체로 매출은 하향곡선, 비용은 상승곡선을 나타낸다. 비용에서 가장 큰 부분이 바로 인건비인데, 직원 없이 나홀로 운영하는 경우라도 자가인건비 상당액까지 공제하도록 하므로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하여 무형재산에 귀속되는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러한 평가방법은 최저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언제든지 구할수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일종의 기회비용인 자기 인건비를 공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장에서 형성되는 권리금은 훨씬 높은 수준이다. 시장에서 형성되는 권리금에는 시설비(유형재산)와 자릿세(바닥권리금), 영업권리금에 더하여 자기인건비, 즉 일자리의 대가까지 포함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인테리어 시설비 등에 더하여 내가 일해서 벌어야할 소득까지 미리 지불하는 것이다. 그러니 1~2년에 걸쳐 권리금을 회수하기 전까지는 자기 노동력의 대가는 온전히 권리금이라는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것으로 소진된다. 현대판 매관매직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것도 대단한 벼슬이나 안정적인 직업을 사는 것이 아니라, 위험과 불안을 모두 내포한 불안정적인 일자리에 큰 비용을 지불해야만 하는 것이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자영업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의 열악한 지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거기에다가 권리금 액수가 커질수록 수수료가 높아지는 중개업체와 종전 임차인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권리금은 실제 매출이나 수익보다 부풀려지게 마련이다. 심지어 한 사건에서는 전 세입자가 권리금을 편취할 목적으로 아예 포스기계를 조작하여 부풀린 매출로 권리금을 높게 받고, 형사처벌까지 받은 경우도 있었다. 권리금 1억2000만 원을 받아주고 중개업체는 3000만 원의 중개수수료를 챙겨갔다고 한다.

이 경우에는 포스를 조작한 사실이 운좋게 밝혀졌지만, 대부분의 경우 신규임차인이 이를 입증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거기에다 형사재판과는 별도로 민사소송까지 제기해서 손해를 입증하고 배상을 청구해야하니, 보통의 임차인이라면 엄두를 내기 어렵다. 그런데다가 해당 상권의 특징이나 사정은 종전 임차인이 훨씬 잘 파악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신규임차인은 중개회사나 종전 임차인의 말만 듣고 경험없이 어설프게 뛰어드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렇게 많은 가게들이 얼마 버티지 못하고 폐업을 하는데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새로운 임차인들이 계속 쏟아져 나온다. 임대인의 방해로부터 권리금을 보호해주는 것이 임차인 보호의 의미도 있지만, 매출이나 수익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보증하지 않는 상태에서 권리금은 신규 임차인에 대한 약탈적 성격도 동시에 갖고 있다.

다른 한편 기존 임차인들간 관행적으로 거래하던 권리금이 임대인의 임대료를 보호하고 유지시켜주는 완충장치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신규임차인은 종전 임차인에게는 권리금을, 임대인에게는 임대보증금이라는 목돈을 지불해야하는데 경기가 나빠짐에 따라 제일 먼저 소멸되는 것은 임대료가 아니라 권리금이기 때문이다. 권리금이 소멸됨으로 인하여 신규임차인이 부담해야하는 권리금이 없어진 자리는 임대료를 그대로 유지할수 있는 완충 역할을 해준다.

이렇게 매출이나 수익, 상가임대료, 권리금에 대한 데이터가 미비한 상황, 어느 누구도 보증할만한 신빙성 있는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에게 받겠다는 권리금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임대인이 적정한 임대료를 받도록 하고, 임차인의 의사에 반하여 퇴거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더 많은 임차인을 폭넓게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중소상인들의 어려움은 더 커지고 있으며, 권리금이 없는 점포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적정한 임대료가 얼마인지가 아마 중요한 분쟁의 중심이 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자영업자들에게 가장 큰 부담은 임대료 위험이다. 18일 오후 서울 동대문시장의 한 상가 안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위기의 시대, 적정한 임대료는 얼마인가

서울시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서 임대료 감액을 청구하는 분쟁조정사건의 정상임대료 검토를 감정평가사들이 수행하고 있는데, 실제로 임차인들이 요구하는 임대료 감액이 인정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 이유는 한번 정해진 임대료는 계약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보통 고정된 상수가 되기 때문이다. 상가의 경우에 1년이나 2년씩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간혹 5년 또는 10년 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임대료는 대부분 1년이나 2년에 한번씩 계속 인상하는 내용으로 계약을 하게 된다. 또한 임차인에게는 투자한 시설비나 권리금은 거의 전 재산이자 생계 기반이므로 계약 만기가 되어도 쉽게 포기할 수 없게 되고, 임대인과의 임대료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를 갖게 된다. 따라서 임대료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임대차관계의 안정을 위하여 장기 계약을 한 임차인이라면, 이렇게 급격한 경제 상황 변동에 따른 매출감소로 인해 마음대로 계약을 해지할 수도, 새로운 임차인을 구할수도 없게 돼 더 큰 나락으로 빠지게 된다. 장사가 잘 되건 안되건 계약서상 명시된 계약기간까지는 약속된 임대료를 지불할 의무를 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시장의 임대료는 경기가 나빠지고 매출이 떨어지더라도 쉽게 하락하지 않는다.

그런데 감정평가 관련 법령에서는 임대료를 평가할 때 임대사례비교법의 적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법령에 규정만 덜렁 있을 뿐, 상가 오피스 부동산의 경우 임대료에 대한 어떠한 데이터도 없을 뿐만 아니라 감정평가사에게 임대료를 조사할 수 있는 권한도 없는 상태에서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적정 수준의 임대료를 평가할 수 있겠는가? 명확한 조사가 이뤄질 리 만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평가사들은 열악한 여건에서 조사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입하고, 당사자들과 부동산 중개사, 인근 상인들의 불명확한 진술에 기대어 장님 코끼리다리 만지듯 꾸역꾸역 업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임대료는 기존 임차인들의 계약기간이 모두 만료되고, 시설비, 권리금을 포함한 투자금을 모두 포기하더라도 차라리 사업을 접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하는 임차인들이 많아져서 상권이 공실이 증가하고, 더 이상 견디지 못한 건물주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할 무렵이 되어서야 비로소 조금씩 떨어지게 마련이니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부동산 임대료는 움직이는 돈의 크기가 큰 무거운 자산이며, 경기에 후행한다. 또한 자금 여력이 어느정도 있는 임대인들은 공실로 놔둘지언정 좀처럼 임대료를 낮추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현재의 임대료에 기초한 임대사례비교법을 적용하여 감정평가를 해봤자 현재의 임대료가 높은 수준임을 입증할만한 해법을 찾기가 어렵다.

'적정 수준의 임대료'가 과연 얼마인지를 판단하는 일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다. 임차인이 부동산을 통해서 얻는 소득의 일부를 부동산을 이용하는 대가로 얼마나 지불할것인지의 문제가 임대료를 결정한다. 이미 전 임차인이 권리금이라는 이름으로 자릿세를 받고, 여기에 프렌차이즈 업체까지 가맹료, 인테리어, 재료 납품 등으로 한 숟가락을 올린다. 상권 변동과 맞물려서 매출액의 증감을 모두 반영할 수 있어야할 뿐만 아니라, 유입되는 유동인구의 특성에 따라 업종이 계속 변동되기도 하며, 업종마다 원가와 이익의 구조가 조금씩 다르다. 거기에다 임대인과 임차인간의 문제 뿐만 아니라 임차인과 프렌차이즈 업체와의 문제까지 끼어든다.

또한 업종이나 상권에 따라서 매출의 감소폭에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하여 동네 편의점, 분식점, 빵집, 떡집, 동네마트, 배달음식점 같은 곳들은 오히려 매출에 큰 변동이 없거나 증가했을 수도 있다. 반면 문화 예술 공연관련 업종, 노래방, 사우나, 뷔페음식점, 숙박여행업과 같은 곳들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코로나19의 역습이 얼마나 장기화될 것인지에 따라 업종과 상권은 재편될 것이지만, 지금 당장이 문제다.

임대료 조정의 근거와 기준 마련

전통적으로 사적자치, 사적 계약관계의 영역이라 여겨왔던 임대료 문제에 대해서 이제 공공의 영역에서 어떤 기준 세우고 역할을 할지 고민할 때라 생각한다. 서울시상가임대차조정위원회에서 공정임대료 평가를 감정평가사에게 검토하도록하고 있지만 전술한 바와같이 경기침체나 상권변동의 영향이 즉각적으로 반영되기 어려운 임대사례비교법의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따라서 공정임대료의 감정평가와 더불어 개별 점포별로 코로나 전후의 매출액이 얼마나 변동되었는지, 정부의 영업금지 조치 등의 직접적인 대상이 되었는지, 이로 인하여 영업활동에 얼마나 타격을 입었는지 등을 업종별, 상권별로 구체적으로 접근하여 자영업자 개인이 온전히 부담하여야 할 몫이 얼마인지를 판단하고, 임대인에게 임대료의 조정을 권고해주면 어떨까. 임대인의 경우에도 어려운 시기가 지속되어 임차인이 버티지못하고 나가게되면 오랜기간 공실로 방치됨에 따른 손실을 입을 우려가 크다. 임대료 조정은 임차인 뿐만아니라 임대인을 위한 것이기도하다.

이러한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 형성, 충분한 대화를 통해서 임대인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조정권고절차를 밟고, 법원에서도 보다 적극적이고 전향적으로 '현저한 경제사정변경'으로 인한 임대료 감액청구권이 인정되었으면 좋겠다. 조정제도가 실효성이 있기위해서는 법원의 적극적인 판결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조정이나 소송 절차를 통해서 현장의 다양한 데이터와 사례들이 쌓이고, 추후 부동산을 시세차익보다는 임대료, 즉 이용에 근거한 가치로 점차 전환되기를 바란다.

그간 대한민국은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임대료에 기반한 수익가치보다는 매매차익, 즉 자본이득을 더 중시했다. 그러다보니 거래사례비교법을 중심으로하는 비준가격이 평가의 중심이었으며, 부동산을 통해서 창출되는 소득은 이용을 통하여 수익을 올리는 사람, 즉 임차인보다는 임대인, 즉 소유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코로나를 계기로 부동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소득을 어떻게 분배할지, 부동산 가치 발생의 원천이 무엇인지 다시한번 성찰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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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흔

2004년부터 감정평가사로 활동하면서 많은 부동산 현장과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부동산시장에서 나타나는 가격은 현상이지만, 가격에는 적절한 자원의 배분과 사회의 가치의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현상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나누고, 소통하고 싶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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