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용균 씨가 사고를 당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 A씨가 일하다 숨진 가운데, 공공운수노조가 "병원 이송 과정이 길어져 살 수 있는 노동자가 죽었다"며 "김용균특조위 권고안대로 발전소에 응급의료체계를 갖췄다면 노동자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전날인 10일, 하청노동자 A씨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제1부두에서 2톤 무게의 둥근 기계 부품인 스크루를 화물차에 이중으로 겹쳐 싣고 이를 끈으로 결박하던 중 차에서 떨어진 스크루에 하체가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 A씨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사고 당시 A씨는 혼자 고정 작업을 하고 있었고, 화물차에 스크루를 결박하기 전 이를 고정하기 위해 쓰이는 크레인 등 설비는 동원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태안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의 정비 하청업체와 특수고용 계약을 맺은 화물차 운전 노동자였다.
노조 "김용균 특조위 권고안 따랐다면, 살 수 있었다"
공공운수노조는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사고를 당한 뒤 A씨가 빠르게 치료를 받았다면 살 수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119가 A씨 사고를 접수한 시간은 9시 48분이다. A씨는 10시 22분 태안의료원으로 옮겨져 10시 37분 응급조치를 받았다, 이후 상태가 위중해 10시 56분 닥터헬기에 태워져 11시 20분 단국대병원에 이송됐다. 그리고 1시간 20분여가 지난 뒤 사망했다.
사고 발생 뒤 A씨가 단국대병원에 도착해 본격적인 치료를 받기까지 1시간 30분 이상 걸린 셈이다.
공공운수노조는 "A씨는 태안의료원에 도착했을 때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의식이 있었다고 한다"며 "그러나 닥터헬기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과다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해 8월 김용균특조위 권고안에는 '상주 노동자 1000명 이상 발전소에 부속의원을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과 '발전소의 높은 재해율을 고려할 때 응급환자 발생시 대응 시스템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있다"며 "만약 권고안대로 사고 현장에 고인의 상태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의사가 있어 발전소에서 곧장 병원으로 이송됐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는 "지금 이 상황에서도 발전소는 노동자의 죽음을 본인 귀책으로 몰며 원청의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며 "김용균 특조위 권고안을 나몰라라 유체이탈하고 있는 정부여당도 이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용균재단 "혼자 위험한 일 하게 한 작업구조와 위험의 외주화가 사고 원인"
김용균재단에서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반복해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두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용균재단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안전조치 없이 혼자 위험한 일을 해야 했던 작업구조와 복잡한 고용구조에 따른 위험의 외주화가 태안화력 하청노동자 사망 사고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비를 위해 컨베이어벨트로 몸을 집어넣어야 했던 작업구조가 김용균을 죽인 것처럼 안전장비 없이 스크루를 혼자서 결박해야 했던 작업구조가 또 한 명의 노동자를 죽였다"며 "하청 노동자라는 이유로 28번의 위험 개선 요구가 묵살당해 김용균이 죽은 것처럼, 특수고용 위탁 구조가 또 한 명의 노동자를 죽였다"고 밝혔다.
김용균재단은 "스크루를 옮기고 겹쳐 쌓는 과정에서 생길 문제나 굴러 떨어질 위험 등을 점검해 안전조치를 취할 의무는 한국서부발전에 있지만 한국서부발전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한국서부발전이 기계를 정비하는 일을 하청업체에 맡기고, 하청업체는 또 개인에게 일의 일부를 위탁한 복잡한 고용구조와 이에 따른 '위험의 외주화'도 여전했다"고 일갈했다.
김용균재단은 "이와 같은 구조가 유지되는 한 지금 같은 죽음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한국서부발전은 김용균의 죽음 이후 왜곡된 고용구조와 위험한 작업구조를 바꾸겠다며 한 약속을 지금 당장 이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용균재단은 이어 "기업이 스스로 개선하지 못한다면 원청에 대한 책임과 처벌을 통해 이를 바꿀 수밖에 없다"며 하청노동자 중대재해가 나면 원청 사용자에게도 책임을 묻도록 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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