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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래가 환경부 장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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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조명래가 환경부 장관에게

[제주도가 환경부 장관에게]

제주도는 한국에서 자연생태의 원형이 그나마 남아있는 드문 땅입니다. 그리고 현재 난개발에 따른 갈등의 섬, 지구온난화로 인한 위기의 섬입니다. 살아야하고 살려야한다는 절박감에 동료 시민에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이 메시지가 환경부 장관에게 가 닿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인류가 뭇 생명과 더불어 생존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노력만이 아니라 정책과 노선의 전환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임박해 위기의식 가운데 연재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환경부가 동의하고 국토부가 기본계획을 고시하면 제주 제2공항 사업은 법적 지위를 갖게 됩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환경부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우리는 매일 글을 이어갈 것입니다. 제주 제2공항 사업만이 시대와 지역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 구체적인 사안을 배경으로 우리의 제주발 문제의식은 펼쳐질 것입니다.

제주도가 환경부 장관에게 연재 바로가기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고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지난 삶을 성찰하고 내가 지금 여기에 왜 있는지를 되새기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래야 자기 몫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이 글은 환경부 장관이 자신의 글과 삶을 돌아보도록 도우려 한다. 부디 성찰을 통해 제주 제2공항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사업에 제동을 걸어주길 바란다.

제주판 4대강 사업인 제2공항과 제주국제자유도시

제주도민들 사이에 제주 제2공항은 제주판 4대강 사업이라 불린다. 아래 글에서 “MB정권” 대신 “원희룡 도정”을, “국민” 대신 “도민”을, “한반도” 대신 “제주도”를 넣고 생각해 보라.

“국민 3명 중 한 사람은 우리나라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이는, 사회 전반에 법과 제도가 온전히 작동하지 않고, 도덕과 윤리가 제대로 서있지 않으며 특권·탈법·박탈·배제가 일상 코드화 되어버린 결과다.

………

MB정권은 시대착오적인 정책들을 시대착오적인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토건개발사업(예, 4대강 정비)을 국운창출을 위한 것이라고 우기면서 강압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한걸음 더 나아가 한반도 생태계를 거덜 낼 회색의 파괴적 개발사업을 ‘기후변화 시대 녹색의 성장 프로젝트’로 분칠하고 있다. 누가 봐도 기만이지만 정권은 거침이 없다. 이러한 기만이 최고 통치권자에 의해 반복적으로 이루어졌으니 이에 대한 정부의 책임불감증은 당연하다.”(조명래, ‘불공정 사회를 위한 공정 사회론’, <건축과 사회> 2013년 10월호)

이명박 정권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제주도를 국제자유도시로 만든다는 계획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다. 제주도는 이미 해외자본까지 끌어들이는 국제자유도시이고, 그런 역할을 맡은 국토교통부 산하의 공기업 제주국제자유도시추진센터(JDC)까지 있다. 아래 글에서 “인천시” 대신 “제주도”를 넣어보자.

“인천의 도시정치에서 기업과 자본의 영향력은 점증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구적 도시를 지향하는 인천의 도시공간 자체가 ‘자본의 해방구’로 변질할 가능성은 그만큼 커졌다. 그 징표는, 경제자유구역 내에 천문학적 자금을 투자하겠다는 해외투기자본들의 약속, 화교자본까지 참여하는 다국적 부동산개발회사들의 대규모 부동산 투자계획, 일련의 초고층 빌딩의 건축계획, 최고급 주택단지 건설, 다국적 운송업체의 입주, 국내외 유명대학들의 캠퍼스 신축계획, 호화 관광레저단지의 조성 등 같은 개발계획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돈과 이권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보니 이들은 인천을 세계인이면 누구나 부러워하는 아름답고 건강하며 지속가능한 삶터로 만드는 데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다.

………

인천의 국제자유도시 꿈은 그만큼 도박이라는 뜻이다. 그것이 도박이라 하는 까닭은 ‘지구적 도시’의 화려한 경관 너머에서 이루어지는 도시의 일상 삶이 결코 인간답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돈을 처발랐지만 도시의 삶의 질 고양이 담보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나? 도시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경제자유, 경쟁, 중심, 허브, 자본, 부동산, 개발, 투자유치, 세계최고빌딩, 투자약정서 등과 같은 도시개발에 관한 코드 대신, 일상, 상생, 분산, 네트워크, 정신, 문화, 보전, 인간적 교감, 삶터, 시민적 합의 등과 같은 도시발전에 관한 코드를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코드들을 조합할 때, 인천이 가야 할 길은 ‘장소의 번영’이 아니라 ‘사람의 번영’이다. 이는, 인천시민이 인천의 진정한 주인이 되고, 이들의 일상생활이 안정적으로 지속되는 길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본가, 관료, 전문가, 정치인들이 아니라 ‘인천의 보통시민들’이 앞장서 인천을 이야기하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인천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조명래, ‘지구화 시대 도시의 정치경제: 인천시를 사례로’, <황해문화> 2007년 6월)

▲조명래 환경부 장관 ⓒ연합뉴스

제주 제2공항이 만들 환경불평등

조명래 교수는 <환경정의>라는 시민단체의 공동대표를 지내기도 했고 ‘환경정의’ 개념을 국내에 적극적으로 소개한 사람이다. 환경정의는 결과보다 과정에, 특히 사회적 약자에게 피해를 집중시키는 환경부정의에 주목한다. 그리고 환경정의는 환경불평등이 인간이나 다른 생명의 생태권(“생태환경의 파괴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이면서 동시에 이를 지키고 보호해야 할 권리”)을 파괴한다고 주장한다. 환경정의 개념에 따르면, 환경부장관의 역할은 이런 불평등을 바로잡고 국책사업을 내세운 개발주의세력을 통제하는 것이다. 장관은 지금 이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나?

“이러한 사업들은 당대(현세대)의 경제적 편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된 국책 사업으로, 계획대로 추진되면 현지주민들의 삶터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광역의 지역생태계가 파괴됨으로써 미래세대의 환경권이나 생태종의 권리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당하는 환경 부정의를 범하게 된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업이 추진되는 까닭은 개발우선주의 국가정책이 가지고 있는 권력과 그 권력에 의해 뒷받침되는 정책결정과정의 불공정성(폐쇄성, 비민주성, 위법성 등) 때문이다.…추진과정은 법규 미비, 치적우선, 관료적 우월주의, 개발세력과의 유착, 전문가주의 등으로 인해 관련 이해당사자와의 숙의나 합의를 이끌어내는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하는 게 태반이다. 국책사업의 추진과정에서 자주 목도되는 결정사항의 은폐, 예비타당성 조사의 결여, 환경영향평가의 부실, 형식적 공람공고 등은 정책과정을 왜곡시키는 국가권력의 편향적 작용 결과일 뿐이다.

………

법리적으로 사업의 합법성이 판정되었다 하더라도, 세계적인 규모의 갯벌을 인공토지로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광범위한 생태. 생명 가치의 훼손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또한 그로 인해 환경약자로서 갯벌 인근 주민들이 겪는 환경 불평등 문제도 지울 수 없게 되었다. 여기서 환경약자는 지역주민, 미래세대, 생태종 등을 망라한다. 이들은 공익성이 불분명한 대규모 토건개발에 의한 희생자란 점에서 전형적인 개발약자, 즉 왜곡된 개발정치구조에 의해 배제된 환경약자라 볼 수 있다. 그들이 겪은 환경피해 혹은 환경부정의는 정책결정의 불공정에 의한 지역생태계의 파괴로 생물종이 사라지고 삶터가 해체되어 생존권이 박탈당하는 것과 관련된다.

………

환경훼손과 생태계 파괴 등의 환경위험을 일으키는 계획과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면서도 환경피해나 편익을 공정하게 분배하고 책임지우는 환경형평성에 대한 고려는 형식적으로 하거나 생략하는 게 일반적이다. 환경파괴로 인한 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할 경우 최소한의 경제적 보상이 이루어지지만 온전한 환경형평성을 구현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러한 사업들은 개발공사가 맡아서 추진한다. 이들 준국가기관들은 특별법(예, 택지개발촉진법, 전원개발촉진법)에 의거해 특권적인 방식(예, 지구지정, 강제매수, 사업독점 등)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역주민보다 사업자들의 이해관계를 우선적으로 반영한다. 개발세력들간의 이러한 먹이사슬로부터 구조적으로 배척되는 지역주민이나 지역 생태종들은 최종적으로 환경피해 혹은 환경부정의를 겪는 객체로 전락한다. 지역의 환경약자들이 겪는 이러한 피해는 환경권 혹은 생태권 박탈과 같은 것이다.

………

문제는 사회적 부정의가 그러하듯이, 환경부정의 또한 사회계층 간 분배체제의 불공정성을 강제하거나 은폐하는 권력 작용이 관철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불평등하고 부당한 상태가 갖는 부정의(injustice)의 현상적인 문제도 문제지만, 권력의 부당한 작용에 의해 부정의스러운 것이 사회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은폐되는 것이 더욱 문제이다.”(조명래, ‘개발국가의 환경정의: 한국적 환경정의론의 모색’, <환경법연구> 2013년 12월)

환경부 장관의 역할이 남았다

조명래는 토건국가, 개발국가가 주도하는 환경불평등을 막기 위해 여러 방안들이 필요하다고 ‘이미’ 제안했다. 이 방법들에 여러 한계가 있지만 외부인이 아니라 중앙행정기관의 장이라면 그런 한계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

“민주적 운영을 위해서는 이를 테면 환경영향평가, 공청회, 공람공고, 사전협의, 자문, 설명회 등과 같이 법제도로 규정하는 다양한 절차와 방법이 있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이러한 절차와 방법들이 대개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는 담당자가 가지는 비민주적(관료적) 사고나 행태, 그리고 공공기관의 비민주적(관료적)인 문화 등에서 기인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지방자치의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한 관행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이렇듯, 정책의 수혜자이자 피해자인 주민과 정책집행자인 공공당국 모두가 민주적 게임의 법칙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장소를 둘러싼 갈등은 합리적으로 해결할 길이 없다.”(조명래, “자치시대 지역주의의 양상과 쟁점”, <한국지역개발학회지> 2006년 6월)

“환경용량에 걸맞은 국토개발과 이용방식은 이젠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선택이다. 국토개발이 현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의 개발까지를 고려한 ‘지속가능성’의 원칙에 따라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미래세대를 위한 ‘현재 개발의 최소화’, ‘유보지의 지정’, ‘환경자원의 보전지역 지정’ 등과 같은 방안이 실제 강구되어야 하지만, 이러한 배려도 충분치 않다.”(조명래, “새 천년의 국토 집중해서, 물리적으로, 관리하기”, <중등우리교육> 1999년 9월)

다른 이라면 몰라서 그랬다지만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몰라서 안한 게 아니라 알고서도 하지 않은 셈이다.

“환경은 더 이상 환경주의가 옹호하는 가치가 아니라 개발주의자가 지키고 대변하는 영역으로 될 참이다. 사람이 있고 환경이 있지, 사람 없이는 환경도 없다는 말은 개발주의자들이 스스로를 환경주의자로 규정할 때 자신 있게 내세우는 주장이다.”(조명래, “환경정책: 신자유주의 개발정부와 환경정책의 실종”, <월간 복지동향> 2008년 3월)

2018년 11월에 장관이 되었으니 이제 자리를 지킬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함께 활동했던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장관이 되길 빈다. 그래야 예전 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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