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국민의힘=일본 극우단체"라고? 그럼 文대통령 발언도 극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국민의힘=일본 극우단체"라고? 그럼 文대통령 발언도 극우?

[기자의 눈] 선 넘은 친일 몰이, 혹은 '생계형 정치'

일부 여당 의원들이 제 얼굴에 침뱉기를 하고 있다. 제1야당의 새로운 당명 '국민의힘'이 일본 극우단체의 슬로건을 베껴온 것이라는 과도한 주장이 집권 여당 의원들의 입에서조차 서슴없이 나온다.

이들의 주장 근거는 두 가지다. 첫째, 일본 우익단체 '일본회의'가 과거 행사에서 사용한 현수막에 국민의힘 당명과 비슷한 표현이 담긴 표어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 '국민의 힘'이라고 띄어쓰기를 하지 않고 '국민의힘'이라고 붙여 쓴 것이 일본식 표기법이라는 것이다.

먼저 첫째. '국민의 힘'이라는 문구가 포함된 현수막이 해당 단체 행사장에 내걸린 것은 사실이지만, 그 원문은 다음과 같았다. "誇りある国づくりへ国民の力を(자랑스런 나라 만들기에 국민의 힘을!)"

이 가운데 이 단체가 '슬로건'처럼 여러 곳에서 반복적으로 쓰고 있는 표현은, 이 문장의 뒷부분 '국민의 힘을'이 아니라 오히려 앞부분인 '자랑스런 나라 만들기'다.

일본회의 인터넷 홈페이지 상단 배너(제목 영역)에는 "자랑스런 나라 만들기를 위한, 나라를 사랑하는 새로운 국민운동 네트워크"라는 글이, 단체 소개 페이지에는 "우리는 아름다운 일본 재건과 자랑스런 나라 만들기를 위해 정책 제언과 국민운동을 추진하는 민간단체이다"라는 글이 쓰여 있다.

그런데도 '국민의 힘'이라는 말이 이 극우단체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중요한 표현이고, 따라서 이 문구를 사용한 것이 이 단체와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핵심 증표일까? 만약 그렇다면 이들 '일부 여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2019년 3.1절 기념사, 광복절 경축사도 문제삼아야 한다. 3.1절과 광복절은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항거와 승리를 기념하는 날이다.

"우리 국민들이 이룬 가장 위대한 성과는 국민의 힘으로 역사를 전진시킨 경험과 집단 기억을 갖게 된 것" 문 대통령 제33주년 6.10항쟁 기념사 (2020.6.10)

"72일 만의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0명. 총선 이후 14일간 선거로 인한 감염 0명. 대한민국의 힘, 국민의 힘입니다" 문 대통령 트위터 글(2020.4.30)

"통합된 국민의 힘은 위기를 기회로 바꿨고 도전은 우리를 더 강하고 크게 만들었습니다" 문 대통령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사

"우리가 갖게 된 한반도 평화의 봄은 남이 만들어 준 것이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 국민의 힘으로 만들어낸 결과" 문 대통령 제100주년 3.1절 기념사

심지어 이 극우단체 일본회의의 전신은 1981년 조직된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인데, '국민회의'는 마하트마 간디가 이끈 인도의 정당 이름이자 DJ가 1995년 정계 복귀 당시 만든 '새정치국민회의'의 약칭이기도 했다.

둘째, 띄어쓰기. 이것이야말로 난센스에 가깝다. 이들 '일부 여당 의원'이 소속된 정당 이름부터가 '더불어민주당'이다. '더불어 (띄고) 민주당'이 아니라.

표준국어대사전의 용례·예문을 보면, 부사격인 '더불어'는 뒤에 오는 문장 성분과 띄어 써야 한다. 국어사전에 제시된 예문은 "더불어 사는 세상", "혹한과 더불어 폭설이 예상된다" 등이다.

'띄어쓰기를 하지 않은' 현재의 당명을 정할 당시 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었고, 당명 개정 작업을 주도한 이는 손혜원 당시 홍보본부장이었다.

민주당의 전신 정당 중 하나인 민주통합당의 탄생 과정에서 산파 역할을 한, 이명박 정부 시절 야권(현 여권) 통합을 주도한 시민단체 이름은 '백만송이 국민의명령'이었다.

진보진영에서도 1987년 대선 당시 민중후보 백기완 선대본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민중의당'이 결성된 바 있었고, 그 이후에도 '민중의집', '민중의소리', '노동자의힘' 등의 단체가 있었다. 현재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중도보수성향 정당(3석, 원내 4당)도 '국민의 당'이 아니라 '국민의당'이다.

이처럼 고유명사 표기에서는 통상 띄어쓰기를 하지 않아 왔지만, 그것조차 '일제의 잔재'라고 주장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일 것이다. 다만, 그렇다면 잣대는 같아야 한다. '국민의힘'이라는 당명이 일본식이라면, 문성근 씨의 '국민의명령'도, 민족주의 성향 언론 <민중의소리>도 마찬가지가 되는 셈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