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구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간호사 격려' 메시지를 겨냥했다. 내년 4월 보궐선거 및 차기 대선에서의 보수야권 연대론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비례대표 상위 순번에 호남 인사 배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대국민사과 등 "후퇴하지 않을" 당 혁신 방향 구상도 밝혔다.
"국민은 하나…영수회담, 실질 사안 확정돼야"
김 비대위원장은 3일 오전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진행된 기자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국민은 하나다. 국민에 내 편, 네 편을 따로 나눌 수 없다"며 "국가의 총체적 위기 앞에 온 국민의 힘을 모아 전진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구체적 언급을 하지는 않았으나,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SNS 메시지에서 "의사들이 떠난 의료 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간호사분들을 위로"하겠다면서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 상황을 연상시켰다는 평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현재 코로나 사태는 인류에게 '뉴 노멀'을 요구하는 상황인데, 정부·여당은 편협하고 단기적인 처방에 머물러 우리의 미래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큰 틀에서 위기 극복의 해법이 나와야 한다. 추경과 재난지원은 물론 중장기적 산업 대책, 일자리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솔직히 말해서 문 대통령이 모든 측면에서 다 잘하시리라 믿었다. 야당 때 여당 잘못 지적을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으며 "여당이 되면 과거 여당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게)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가장 잘못하고 있는 것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민주주의의 기본인 3권분립 자체를 무너뜨리는 일을 하지 않느냐"며 "사법부를 장악한다든가, 검찰을 개혁한다고 하는데 지금 검찰 모습이 과연 개혁적으로 가고 있느냐? 이런 것은 민주주의의 기반을 흔드는 것이어서 굉장히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필요성에 대해서도 여전히 거리를 뒀다. 그는 "영수회담이라고 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회담을 하기 위한 사안이 정확하게 확정됐을 때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며 "야당 대표가 대통령을 한 번 만난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토의할 사안이 전개되면 (그때 가서) 하면 된다"고 했다.
여야정 상설협의체 재가동에 대해서도 "영수회담도 여야정협의체도 실질적으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야 필요한 것이지, 그게 전제되지 않고 말로만 영수회담이니 여여정협의체니 하는 것은 별로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안철수와 연대설' 질문 거듭되자 "왜 자꾸 질문?" 버럭
내년 4.7 보궐선거와 이후 대선 국면에서의 야권연대 등 정계개편 구상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강경보수 세력과의 절연, 중도 세력과의 합작 및 확장을 어떻게 이룰 것이냐는 것인데, 특히 이와 관련된 질문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 여부에 집중되자 김 위원장은 노골적으로 불쾌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먼저 구체적 인명을 언급하지 않고 "밖에 계신 분들이 우리 당에 관심을 가지면 흡수되셔서 (우리 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드시리라 생각한다"거나 "서울시장 후보가 되고 싶은 분들이 '국민의힘에 들어가 후보가 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다면 입당을 하시든지…"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대선이든 서울시장 보궐선거든, 일단 당에 합류하는 게 선제 조건이라는 얘기다.
그는 "(국민의힘이) 모든 국민을 아우르는 정당으로 변신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새롭게 (이 당에서) 대통령 후보를 해 보겠다고 관심갖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며 "당 내부를 국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형태로 변경함으로써, 자연발생적으로 당 내에서 대통령 후보가 나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보선 연대론에 대해서도 "우리는 제1야당을 서울시장 후보를 내는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며 '야권 단일후보'론을 일축했다.
그러나 '주호영 원내대표는 연대가 가능하다면서 안철수 대표에게 연대 성사 여부가 달려있다고 했다'는 등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 기자회견을 내가 (취임) 100일을 맞이해 하고 있는데, 왜 안철수 씨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자꾸 안철수 씨를 언급해 달라고 하는데 언급할 필요가 없다. 더 이상 답변 안 하겠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안철수 씨 개인으로 볼 것 같으면, (그가) 앞으로 어떤 생각을 갖고 정치 활동을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꾸 국민의힘과 안철수 씨와의 관계를 말하는데, 그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는 특히 "통합당(국민의힘)을 끌어가는 게 저의 책임이다. 당에서 어떻게든지 인물을 발굴해 서울시장 후보도 대선 후보도 내놓을 것인데, 그렇지 않은(당에 있지 않은) 사람에 대한 질문에 제가 구체적으로 얘기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강하게 선을 그었다.
최근까지 기업인으로 활동했던 홍정욱 전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질문에도 그는 "그것도 마찬가지"라며 "'외부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구체적으로 답변할 이유를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차기 대선 구도와 관련해서는 "과거 경험을 봤을 때 여론조사가 대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현재 여권 주자들의 독주 양상인 대선주자 관련 여론조사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고 그는 주장했다. 과거 자신이 '2017년 대선에 출마했던 이들은 시효가 끝났다'고 유승민 전 의원, 홍준표 무소속 의원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렸던 데 대해서는 "내가 당에 합류하기 전에 어느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씀드린 적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결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 분들이 앞으로 대통령 후보를 하겠다는 것은 그 분들 생각대로 해나가면 된다. 별다른 논평을 할 필요가 없지 않나"라고 했다.
"후퇴하지 않을 당 변화·혁신 DNA 심겠다"
당 혁신 방안에 대해서는 "후퇴하지 않을 변화와 혁신의 DNA를 당에 확실히 심겠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이와 관련 "호남에 많은 관심을 갖고, 호남 사람들이 지금까지 국민의힘에 대해 좋지 못한 감정을 가진 것을 해소하는 데 적극적 노력을 펼치려 한다"며 "비례대표 인선에 (상위) 20위권 안 25%를 호남인에 배정하는 얘기를 당 내에서 계속 그런 방향으로 추진하려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에 대해 당 차원의 대국민사과 입장 표명을 할 계획에 대해 그는 "지금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사법 절차기 완료되면 적절한 시점에서 대국민 사과를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공식 언급했다.
이른바 '태극기 부대' 등 강경보수 세력과의 절연 방안을 묻는 질문도 니왔으나, 그는 즉답을 하지 않고 "앞으로 국민의힘이 국민 모두를 아울러야 하는 과제를 갖고 있다.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와 생각을 좀 달리하는 분들도 흡수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면 자연적으로 영역이 확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만 말했다.
홍준표·권성동·윤상현·김태호 의원 등 무소속 의원 복당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은 정강정책, 당명에 변화를 가져오고 당의 지속적 변화를 추진하는 과정"이라며 "당에 완전히 안정적 지반을 구축하게 되면 그 다음에 가서 복당 문제를 의논해도 늦지 않을것"이라고 했다.
정책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도 나왔다.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수도권에 인구가 너무 집중돼 있어 언필칭 지역균형발전을 얘기하고 여러 조치를 취해 왔는데 실질적으로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면서도 "이번에 서울시 아파트(값) 인상 관련, 갑작스럽게 여당 원내대표가 세종시로 행정수도를 이전하자고 하는데 수도라는 것이 그렇게 일조일석에 함부로 옮길 수 없다. 앞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거듭해 결론이 나기 전에는 행정수도 이전은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재난지원금과 관련해서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환경에 처한 분에게 지원하는 게 마땅하다"며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정부 기대와는 달리 기부 실적이 저조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과연 그것이 한정된 국가 자원을 갖고 효율적 짓을 했느냐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행할 수 없다"며 "기존 복지정책을 통합해 기본소득으로 합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그 작업이라는 게 용이하게 될 수 없다. 한국형 기본소득을 어떤 형태로 실시할 것이냐는 앞으로 한참 지속적으로 연구해서 실질적으로 어떻게 다음 선거에 이것을 공약으로 실현시킬 수 있느냐, 거기 대한 노력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국민의힘이 다음 선거에서 기본소득 관련 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하겠다는 계획을 시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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