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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책을 넘어 대안을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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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책을 넘어 대안을 말하자

[인권으로 읽는 세상] 코로나19 사태가 우리에게 던진 과제

코로나19 백신이 언제 나올지도 그 효과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을에 다시 유행할 거라던 코로나19는 한여름에도 맹위를 떨치며 확산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와 충격을 우리는 아직 감당할 수 없음에도, 이런 상황이 점점 일상이 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여름은 연이은 가뭄과 폭염이 문제였는데 올해는 54일 간 이어진 장마와 홍수피해를 겪었다. 기상청의 ‘이상기후보고서’가 이야기하듯 기후변화는 분명한 현실이 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이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상황은 일상 아닌 일상이 되고 있다.

300조 원에 달하는 긴급경제대책들, ‘물리적 거리두기’의 일상화, 잦아지고 커지는 자연재난과 특별재난지역 선포의 반복까지, 이런 대책들이 우리가 겪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전례 없는 상황이라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출했던 정부는 이미 4차 추경은 부담스럽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재난이 일상이 되는 이 때, 반복되는 대책을 넘어 이제 대안을 고민하고 말하기 시작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7개월, 정부 대책은 어땠나

최근 인구의 절반이 밀집한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의 비율이 늘어나면서 누구라도 감염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특히 ‘물리적 거리두기’가 다시 강화되고 한 번도 시행되지 않았던 3단계 거리두기가 고려되기 시작하면서 여행·숙박업, 음식 도소매업, 문화예술산업 등 민간 서비스업 전반에 대한 막대한 경제적 충격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올해 초 코로나19 확산 이후 정부가 내놓은 수많은 대책들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지금, 적절한 대책들이 시행되고 있는지부터 짚어보자.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를 골자로 하는 공공의료체계 확충계획을 발표했고 의사들은 파업에 나섰다. 공공의료체계를 확충한다는 것은 이윤논리가 아닌 공중보건과 건강권의 관점에서 의료자원이 작동하도록 공공의료시설과 공공의료인력을 확충하는 게 핵심이 되어야 했지만, 정부는 예산을 가장 적게 들일 수 있는 의대정원 확대를 공공의료 확충방안으로 내세웠다. 이조차도 10년에 걸친 장기계획이었다. 이는 대구에서 경험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의료체계 마비에 대한 대책이 아니었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25일 발표한 성명에서 코로나19 중환자 치료체계를 만들 것을 촉구했다. 지금 당장 수도권에 입원 가능한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이 10개 미만이라며, 필요한 시설과 의료 인력이 확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마다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받은 병원들은 일반 환자들을 받을 수 없게 됨에 따라 정부에 수익보전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으로 비대면 의료를 확대하겠다며 원격의료도 추진하고 있다. 삼성을 필두로 한 의료기기 산업을 키우겠다는 것인데, 코로나19 확산은 병원 내 감염보다는 지역사회 감염이 핵심경로라는 점에서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00조 원에 달하는 긴급경제대책은 또 어떤가. 예산의 대부분은 실물경제의 위축이 금융시장 붕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은행과 증권사 지원, 재벌의 기간산업 지원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실직과 폐업에 따른 소득감소를 막기 위한 ‘생계지원 및 고용안정’에는 고작 25조 원이 소요되었는데 그 중 절반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었다. 그밖에 휴업 시 인건비를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자영업자와 특수고용노동자를 지원하는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일자리안정자금이 집행되었고 실직 시 지급되는 구직급여액은 5월부터 3개월 연속 1조 원을 돌파했다.

상반기 통계자료가 보여주는 것은 대기업, 공공부문과 중소영세기업, 자영업, 특수고용노동자, 일용직에게 코로나19가 미친 경제적 영향이 완전히 달랐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소득감소와 취업자 감소는 불안정 노동의 영역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대책들은 기업과 금융시장에 돈을 퍼붓는 것이었고 넘쳐나는 현금은 주식시장으로,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주택담보대출보다 신용대출 이율이 더 낮은 상황까지 벌어졌다. 흔히 경제위기가 오면 기업가, 자산가들도 기업 도산과 주식과 부동산 자산 가격 급락으로 큰 타격을 입는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는 달랐다. 대기업은 버틸 여력이 있었고 힘들면 정부에게 손 내밀면 됐다.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할 여력이 있었던 이들은 지갑이 두둑해졌다. 경제적 피해는 약자에게, 지원은 가진 자들에게 집중됐다.

게다가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집행되었던 25조 원은 대부분 일회성-한시적 지원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은 9월이면 종료되고,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은 한 번 지급되면 끝이다. 정부여당은 2차 재난지원금의 규모를 축소하려 하고 있고 4차 추경예산편성도 부정적이다. 코로나19가 당분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식의 일회성 대책은 지속되기 어렵다.

그 와중에 정부여당은 남 탓만

정부가 현금살포만 한 건 아니다. 지난 7월 코로나19 이후 한국사회의 새로운 발전전략으로 ‘한국판 뉴딜’이 발표되었다. 2025년까지 160조 원을 투입해서 19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일자리들은 대부분 저임금에 6개월 임시직이다. 예산은 대부분 공공 데이터 개방과 수소차, 전기차 인프라, 스마트 배송 및 물류, 원격의료, 5G,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인프라 구축에 투입된다. 이런 신산업의 인프라를 정부 재정으로 깔아주면 민간 기업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영리활동을 하게 되는데, 상용직 일자리는 민간기업의 고용규모에 좌우된다. 정부는 90만 개의 임시직 일자리가 디지털 뉴딜로 새롭게 생긴다는데, IT 대기업들의 독점적 지위로 사라지게 될 일자리는 추산조차 못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노동유연화라고 불렀던 지난 20년의 경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디지털·그린’이라는 간판을 달고 더 강화되고 있다.

그런 한국판 뉴딜에는 주식시장과 재벌기업만 환호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득감소와 고용위기를 이미 심각하게 겪는 와중에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고, 54일 간의 장마와 홍수피해가 이어졌다. 정부는 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고 각종 소비쿠폰을 발행해 내수 소비를 끌어올리려고 했지만 그 결과는 코로나19 재확산이었다. 정부여당은 부동산 시장 과열 책임을 이전 정권의 부동산 정책 탓으로 돌렸고, 홍수 피해에 대해서는 4대강 사업 탓을 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재확산은? 보수 세력이 키운 전광훈과 815 집회를 허가한 판사 탓이 되었다. 방역수칙을 지킨 이들의 집회와 코로나19 바이러스 자체를 부정하는 이들의 집회는 구분 없이 매도당했다. 국회와 정부 권력을 ‘독점’한 집권 4년 차 정치세력은 아직도 남 탓만 하고 있다.

대책을 넘어 대안으로

올해 초 코로나19 유행 이후 정부는 몇 개월을 허비했다. 이미 대구에서 코로나19 환자 폭증으로 인한 의료체계 마비를 경험했지만,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확보나 감염병 지정 병원에 대한 인적-재정적 지원체계도 제대로 꾸리지 않은 채 알맹이 없는 공공의료확충 방안만 발표했다. 수백 조 원대의 경제대책은 주식과 부동산 시장만 잔뜩 부풀려 놓았고, 심각한 생존권 위기에 처한 수많은 이들에 대한 지원은 그 규모나 지속성에서 효과를 보기 어려웠다. 한국판 뉴딜은 장기계획이기도 하지만 그마저 임시직 일자리 190만 개를 늘리는 것일 뿐이다. 당장 3단계 거리두기가 시행되면 겨우겨우 버티고 있던 영세자영업자, 비정규직 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들은 가계대출로 연명할 수밖에 없다. 정말 답답한 상황이다.

정부가 한국은행까지 동원해 돈을 찍어내면서 지금 한국 사회에는 돈이 넘쳐난다. 돈은 사회적 재화와 노동을 동원할 수 있는 힘이다. 그런데 그 돈을 정부는 기업의 대금결제를 도와주거나 차세대 산업 인프라를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서 쓰겠다고 한다. 기업이 살아나면 공급한 돈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으니 투자가 되지만, 생계지원을 위해 나눠준 현금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고용위기를 해결하지도 못하면서 경제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에 일회성 현금 지원을 할 게 아니라, 지금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분야와 영역에 재화와 노동을 투여함으로써, 필요에 의해 다시 생산과 소비가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탈탄소 에너지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우리에게 점점 분명해지는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지출이며, 그렇게 전환된 에너지산업은 그 어떤 산업보다 지속가능하다. 고령화와 감염병의 시대에 국가가 주도하고 투자하는 보건의료산업의 공공적 역할은 더욱 요구될 것이다. 의료와 더불어 교육, 돌봄 영역에서의 수요와 필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다. 대규모 시설 중심의 돌봄이 아닌 아동, 노인, 장애인과 함께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돌봄 노동이 사회적으로 조직되고 배치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취학아동이 줄어든다고 교사 수를 줄이는 게 아니라, 학급 당 학생 수를 줄여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모든 일들에는 엄청난 재정이 소요된다. 그런데 이런 일들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생산-재생산 노동이기에 전혀 낭비가 아니다. 이윤 중심의 경제가 아닌 인간의 존엄과 권리에 기반한 경제와 노동의 새로운 배치를 우리는 코로나19와 기후위기 시대에 강제 받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재확산 와중에도 집회시위 탓이나 하면서, 2차 재난지원금을 선별 지급할 것인지, 금액은 얼마가 될 것인지가 주요 쟁점이 되는 답답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코로나 19와 기후위기가 우리에게 던진, 우리가 직면해야 하는 다른 세계를 향한 고민과 물음들이 너무나 크고 많다.

인권운동사랑방이 발행하는 '인권으로 읽는 세상'은 <프레시안>과 <비마이너>에 공동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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