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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국공 논란, '을과 을의 사투' 막는 차별 해소가 공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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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국공 논란, '을과 을의 사투' 막는 차별 해소가 공정이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좋은 일자리' 목표 달성보다 '을과 을의 사투' 막는 것이 중요"

청와대가 지난 21일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시오'라는 국민 청원에 답했다. 청년층에서의 공정 논란에 불을 지핀 청원이다. 청와대 답변의 골자는 정책 배경 및 필요성 그리고 정책성과에 대한 설명이 주가 되었다. 논란의 여진이 계속되는 현재,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해법이 적절했는지 되짚어야 할 시점이다.

공공기관 정규직화라는 정부 정책을 살펴보기에 앞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정책 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청년 문제로 규정된 불공정 논란, 공론화 과정에서 불협화음, 정규직화로 인해 해고된 비정규직 등 정책의 역효과까지 촘촘히 살펴야 하겠지만,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할 방향이다. 이를 전제하고 인국공 논란을 살핀다.

'채용 공정' 앞에 갈라선 청년들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로 인해 촉발된 대표적인 논란은 불공정 논란이다. 보수 정치인들과 언론이 '채용 과정에서의 공정'을 문제 삼으며,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로또 취업, 특혜 등으로 규정하고 폄하했다. 문제는 야권의 비난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적지 않은 청년이 이에 호응했다는 데 있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중단을 요청하는 청와대 청원 동의는 하루 만에 20만을 넘었고, 총 35만이 넘었다.

'노동시장 이행기'라는 사회적 특징은 청년 문제의 핵심을 관통한다.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를 위한 정책이지만, 적지 않은 수의 청년에게 강한 시사성을 가지는 이유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라는 구조적 문제가 본질이지만, 지극히 청년들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이는 '채용 과정에서의 공정'과 '노동시장에서의 공정' 문제가 공존하는 사안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해법 또한 그 가운데서 찾아야 한다.

서 있는 자리에 따라 풍경은 달라진다. 청년의 '노동시장 이행기'를 전제하면 다음 질문이 가능해진다. 청년은 단일한 계층인가?

'채용 과정에서의 공정'에 분노하는 청년은 비정규직이 겪는 차별이 극심하다는 것과 그 문제가 사회를 병들게 한다는 사실을 알아도, 나의 문제로 인식하기 어렵다. 현재 노동시장 이행기 청년들은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인 에코붐(1991~1996년생) 세대다. 출생 후 곧이어 외환위기가 터졌고, 한국은 구조적 저성장 사회로 돌입했다. 그들은 각자도생과 극심한 경쟁이 일반적인 사회에서 성장했다.

'채용 과정에서의 공정'은 '경쟁에서의 공정'과 동의어다. 이와 같은 공정 관념의 뿌리에는 사회가 자신을 보호해주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이 있다. 외환위기 이후 사회적 안전망이 해체되면서 불안은 광범위하게 퍼졌다. 반면 조국 사태에서 보듯 기득권에 속한 청년들은 기득권 계층의 안전망을 세습해나갔다.

사회적 안전망 부재라는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면, 공정 논란은 언제든 다시 재발할 것이다. 상생을 위해 부조리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적 의지를 품은 이들의 희생을 동반한다. 당장 노동시장에서 도태를 두려워하는 중하위층 청년들은 제한된 선택지 위에서 '채용 과정에서의 공정'에 내몰려 있다.

공채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가능한 고용 방식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19년 연구에 따르면 300인 이상 대기업이고, 노동자를 직접·지속 고용하며, 노동조합 있는 '좋은 일자리'는 전체의 7.2%에 불과하다. 반면 전체 청년 노동자 18.4%인 68만 명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다. 이들에게 공채 준비는 언감생심이다. 생계를 위해 일을 쉬지 못하고, 다쳐도 보상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불안정 노동 폐해를 절박하게 느끼지만 미조직된 경우가 많아 사회적 목소리를 내기도 어렵다.

민간의 가장 열악한 부분까지 확장되지 못하는 정규직화는 공채를 준비할 수 없는 이들에게 박탈감만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이토록 논란이 된 것은 청년들이 선망하는 공공기관의 고용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김용균들'이 일하고 있는, 사회적 해법이 시급한 분야는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 이들은 불안정 노동을 감내하며, 정규직의 절반에 가까운 임금을 받으며 착취당한다. 청년은 단일하지 않다. 지극히 분열되어 있고, 계급적이기 까지 하다.

'좋은 일자리' 늘리기가 해답인가?

인국공 논란을 두고 정부가 '좋은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정부가 나서서 대기업의 고용 체계를 전면 개혁하거나, 보수가 주창하듯 대기업을 육성하라는 것이 아니면, '좋은 일자리' 만들기는 정부의 재량 범위를 넘어선다. 정부의 재량으로 양산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인 공공기관을 제외 한다면, 정부가 늘릴 수 있는 좋은 일자리는 한계가 있다. 단순히 좋은 일자리 육성을 정책적 목표로 잡는 것이 아니라 '을과 을의 사투'를 막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 상시·지속 업무의 정규직 전환은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기준이다. 이 원칙들은 차별 해소를 목표로 한다. 공공기관과 대기업 수준의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보다, 불안정 노동과 차별을 해소하는 것이 목표다. 계약직, 간접고용, 특수고용 등 다양한 양태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 안정성을 확보하고, 공공기관 및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와 차별을 줄이는 것이 정책 목표가 되어야 한다.

격차 해소를 목표로 하면, 반발이 야기되겠지만, 실험적인 정책도 모색할 수 있다. 비정규직은 불안정 고용과 낮은 임금을 모두 감내한다. 따라서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불안정 노동을 감내하므로 정규직보다 높은 임금을 주는 것이 방안일 수 있다. 기업의 습관적 비정규직 사용 유인을 줄이고, 정규직화 유인은 늘릴 수 있다. 기업은 불가피한 상황에서 비정규직 계약을 할 수 있다. 정규직의 의미가 고용 안정성과 높은 임금, 사내 복지를 모두 함의하는 것이 아니라면, 청년들의 반발도 줄어들 수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 정규직화로 비정규직 문제에 성과를 얻었다 자평할 수 있겠으나 오산이다. 노·사·전 협의체에서 숙의 절차를 거쳤다고 하지만 사측을 대변하는 전문가 위원이 많았고 그 영향력이 적지 않았다 한다. 또한 정부의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은 결정을 개별 사업장에 떠맡겼다. 그 결과는 간접고용 처지를 벗어날 수 없는 자회사 전환 방식 남용과 일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로 이어졌다. 정부는 첨예한 갈등이 존재하는 사안을 중재하며 개혁의 원칙 반영에 노력하기보다 성과에 급급했던 것이 아닌가? 공공기관 정규직화가 민간으로 확장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공공·민간 노동시장의 격차만 확대하는 결과로 치달을 수 있다.

개별 사업장 차원에서의 결정은 공익적이기 어렵다. 정부는 해법 구상과 추진의 전 단계를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다루도록 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 과정은 단기적인 성과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합의와 공론화 수준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경사노위에서 민간의 정규직화 추동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나아가 경사노위 계층별 위원회의 청년 위원과 비정규직 위원이 합심해 인국공 불공정 논란을 생산적 논의로 전환해야 한다. 불공정 논란의 근원에 사회적 안전망 부재에 따른 불안이 있음을 직시하고, 정부의 성과보다 노동시장의 격차 해소를 위한 장기적인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차별 해소가 '공정'이다

취업준비생의 애타는 마음에 공감한다. 취업의 문턱 앞에 서면 갖은 고생하며 응원하는 가족, 연인, 친구의 얼굴이 겹칠 것이다. 그러나 '채용 과정에서의 공정'보다 '사회적 부조리'에 분노하는 청년이 많아야 우리가 살아갈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해간다. 경쟁적 공정 관념은 결국 스스로를 옭아맨다. 신자유주의적 공정이 지배하는 사회는 피폐해진다. 사회구성원 모두를 극렬한 대립 상태로 몰아간다.

끝없이 양극화되는 정상 노동시장과 불안정 노동시장의 간극을 좁히기 위하여 청년과 정규직 노조를 포함한 사회 각 부문의 이해당사자가 조금씩 양보하고 자신의 사회적 책임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사회적 약자와 배제당하는 이들, 차별받는 이들을 사회가 돕고, 격차와 차별을 해소해나가는 것이 공정의 본래 의미다. 사회적인 것의 복원이 공멸하지 않고, 모두 살 수 있는 공정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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