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최고위원이 당내 정견이 획일화돼 가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차기 지도부에 '다양성'을 당부했다. 21대 총선에서 낙선하고 최고위원 임기도 단 열흘 남겨둔 그는 "우리가 절대선(善)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은 19일 오후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한 공개 발언을 통해 "당 지지율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만, 거대한 민심의 흐름 앞에서 깊은 성찰이 필요할 때"라며 "분명 민주당의 위기"라고 경고했다.
김 최고위원은 "위기의 원인으로 부동산 문제가 주로 거론되지만, 부동산과 더불어 또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동안 당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현안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동을 종종 보여온 부분"을 지적했다.
부동산 문제 외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등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최고위원은 "이런 행보가 누적돼 지금의 당 위기를 가져왔다고 본다"며 "지도부의 일원으로 책임을 통감하고, 차기 지도부는 선민후당의 정신으로 당의 가치를 만들어가 달라"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또 "당의 위기 극복을 위해 또 한 가지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당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17일 조응천 의원이 "'3무' 전당대회다. '관심'이 없고 '논쟁'이 없고 '비전'도 없다"며 "이름만 가려놓으면 누구 주장인지 구분할 수도 없는 초록동색인 주장들만 넘쳐나고 있다. 이래도 되는 것이냐"고 한탄했던 것과 같은 취지의 지적이다.
김 최고위원은 "지금 같은 획일적 목소리가 앞으로도 지속되면 당에 더 큰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 본다"면서 "어떤 생물 조직이든 다양성이 있어야 건강하다. 차기 지도부는 당의 미래를 위해 다양성이 살아 있는 당내 문화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는 특히 "급변하는 시대적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치가 국민 통합의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이끌어야 하지만, 현실은 이와 반대로 진영논리를 바탕으로 한 '정치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정치 양극화에 맞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때다. 민주당 새 지도부는 우리가 절대선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가장 낮은 곳에서 모든 물줄기를 받아안는 바다 같은 리더십으로 대한민국의 새 미래를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최고위원은 코로나 확산 사태에 대해서는 "방역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전광훈 목사는 신속히 방역 당국에 최대한 협조해야 하고, 방역 지침을 어긴 부분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이 뒤따를 것"이라고 하고는 "국민 모두 한 마음으로 방역 당국의 지침을 잘 지켜 달라. 민주당도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만 했다.
반면 민주당 지도부는 광복절 이후 줄곧 '코로나 확산 야당 책임론'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 확산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광복절 도심 집회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방조'했다고 전날 김태년 원내대표가 주장한 데 이어, 이날은 이해찬 대표까지 나섰다.
이 대표는 "이번 확산은 사랑제일교회가 주요 진원지"라며 "(교회가) 신도들에게 검사 거부를 종용하고 확진자가 밤에 도주하는 등 검역 당국과 공권력에 불복하고 있다. 600명 신도는 연락 두절 상태다. 이런 극단적 행태는 감염 방치를 넘어 국가·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라고 먼저 교회 측을 비난하고는 "검역·사정 당국은 총력을다해 감염 위험자를 찾아내야 한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해서라도 관련자들을 확보하고, 경찰도 필요한 경우 주저 없이 강제력을 동원해야 한다"고 각 기관에 촉구했다.
이 대표는 이어 "통합당 소속 전현직 의원과 지역위원장, 당원들이 전광훈 목사가 개최한 8.15 광화문 집회에 참여한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며 "이는 공당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행위다. 통합당 지도부는 이런 상황을 방조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도 "사랑제일교회의 방역 방해 행위에 대한 엄정한 사법적 대응을 촉구한다"고 밝히고 "통합당은 광화문 집회 참석당원 명단을 조사하고 방역에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통합당을 겨냥했다. 그는 "통합당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우를 범하지 말라"며 "회피와 변명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홍문표 의원 등 전현직 의원은 물론 많은 통합당원들이 전국에서 (집회에) 참석했다는 게 확인됐다"면서 "사태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당원들에게 자가격리와 신속한 검사가 이루어지도록 당 차원의 비상한 조치를 취해 달라. 특히 통합당은 집회에 참가한 당원 명단을 신속하게 파악해서 신속히 방역당국에 제출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박광온 최고위윈은 "통합당은 전광훈 목사 및 극우 선동 세력과 실질적으로 결별하고 있는지 아니면 계속 손을 잡고 갈지 분명히 밝히라"고 했고, 설훈 최고위원은 "통합당이 뒤늦게 전 목사와 선 긋기에 나섰지만 '아스팔트 보수'를 의식해서인지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지 못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참석한 분들이 코로나에 감염될 위험이 있음에도 나갔다는 엄중한 메시지를 새겨들어야 한다'며 정부로 화살을 돌리고있다"고 했다.
특히 설 최고위원과 남인순 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이 "광화문 집회가 열리기 전 '당원들 스스로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묵인·독려했다"(설 최고위원)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해당 발언은 지난 11일 김 위원장이 당 정강정책특위의 비공개 보고를 받은 후 기자들과 만나 약식으로 질의응답을 하던 가운데 나온 것으로, 당시 한 기자가 '통합당이 당 차원에서 광복절 집회에 참여하느냐'고 묻자 김 위원장이 "당원들 스스로가 참여하고 싶으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것"이라며 "당이 무슨 공식적으로 거기에 참여하는 건…(아니다)"라고 답변했던 내용이다. 당시 이 발언은 '자유로운 참여 독려'보다는 '당 차원의 참여는 없다', '선 긋기' 등으로 해석돼 보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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