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광복절 서울 광화문 등 도심 집회가 코로나19 확산의 주요 계기 중 하나로 지목받는 가운데, 해당 집회에 참석한 미래통합당 출신 정치인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19일 보건 당국에 따르면, 통합당 후보로 지난 총선을 완주하고 선거 다음날 자진 탈당했던 차명진 전 의원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차 전 의원은 전날 경기 가평군 청평면보건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차 전 의원은 광화문 집회 참석 후 자가 격리 중이었다. 지난 18일 세월호 유가족 모욕 등 혐의로 열린 자신의 첫 재판에도 불출석했다. 인천지법 부천지원은 차 전 의원의 불출석에 따라 심리를 9월 15일로 연기했다.
같은 집회에 참석했던 김진태 전 통합당 의원은 코로나 검사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자 <강원도민일보>에 따르면, 김 전 의원은 "코로나검사를 받을 이유도, 받을 생각도 없다"고 했다고 한다.
"보수단체 집회나 같은날 민주노총 집회나 그전에 치러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장례식이 무슨 차이가 있느냐. 보수단체 집회만 코로나 확산 원인으로 삼는 것은 불합리하다"라는 이유에서다.
통합당의 도의적 책임론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은 "(집회가) 야당하고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했고, 주호영 원내대표도 대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주최했느냐"며 "무엇을 사과하느냐"라고 했다. "우리가 집회를 주최한 것도 아니고 참석을 독려한 것도 아니고 마이크를 잡은 것도 아닌데 여당이 그렇게 공세를 한다"는 항변이다.
주 원내대표는 특히 "광화문 집회와 통합당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민주당한테 좀 물어보라. 억지로 엮으려고 하지 않나"라며 "그렇게 치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공동장의위원장을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맡아서 거기에 사람들을 모은 건 훨씬 더 비판받아야 되는 것"이라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당 전현직 의원의 집회 참석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그런 질문 자체가 민주당의 프레임"이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나 통합당 주장대로, 이들이 집회를 주최하거나 참석을 독려한 것이 아니어서 민주당의 '코로나 확산 야당 책임론'이 무리하다손 치더라도, 이와 별개로 당 소속 정치인들의 집회 참여에 대해서는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주 원내대표 본인도 전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방역적인 측면에서 보면 광화문 집회는 잘못된 것이다.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보건이나 국민방역, 국민 건강 차원에서는 그런 집회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바람직하지 않은', '잘못된' 행동을 자당 소속 정치인들이 했다면 소속 정당도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차명진·김진태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광복절 도심 집회에 참석했던 민경욱 전 의원은 전날 오전 SNS에 올린 글에서, 자신은 지난 17일 인천 연수구보건소로부터 코로나 검사 음성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민 전 의원은 자신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같은 마이크를 사용해 감염 우려가 있다는 일각의 의혹 제기에 대해 "저는 2시에 연설을 하고 떠났고 전 목사는 3시 10분에 와서 연설을 했다. 안 아픈 사람이 연설하고 떠난 뒤에 아픈 분이 와서 연설하면 앞의 사람이 소급해 전염되느냐"고 반박했다.
통합당 현역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광화문 집회 현장을 방문했던 홍문표 의원은 전날 서울 광진구보건소를 찾아 코로나 검사를 받으려 했지만 의사가 '검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해 검사를 받지 않고 발걸음을 돌렸다. 홍 의원은 '지역구(충남 홍성·예산)에서 집회 참석차 상경한 지역구민들이 보자고 해 집회 현장 인근에서 잠시 만나 사진을 찍은 것뿐'이라며 본인이 집회에 참여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