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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 만에 바뀐 주택임대차보호법, 남은 과제는?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집, 빌려 쓰더라도 걱정 없이 살 수 있어야

7월 29일 새벽부터 장대비가 무섭게 내렸다. 국회 앞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 기자회견 참석하려고 준비하며 우비를 챙겨 들었다. 비가 많이 내리면 기자회견을 연기하거나 취소하기도 하지만, 30년하고 1년이 더 지나는 동안 한 뼘의 진전도 없었던 세입자들의 삶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는 날이었기에 국회 앞으로 모이자고 의견을 모았다.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다. 아마 수십 년간, 세입자가 사람답게, 쫓겨나지 않는 삶을 위해 살아온 사람들의 마음이 모였던 것일까. 기자회견을 순조롭게 진행했다. 그리고 그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임대차 3법이 통과했다. 다음 날인 7월 30일 본회의에선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31년 만에 바뀐 주택임대차보호법

새로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임대차법)의 주요 내용은 이러하다. 세입자에게 2년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부여하여 기존에 최장 2년만 1회 갱신 가능하던 것이 4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변하였다. 또한 5% 이내로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를 두었다. 개정안을 통해 기존 2년마다 쫓겨나듯 이사를 했던 세입자들의 삶이 조금 더 나아지게 되었다. 어쩌면 매우 작은 변화이지만 이조차도 수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왔기에 이루어낸 결과였다. 그렇기에 소중하고 귀한 첫걸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도 이 지면을 빌려 하고 싶은 말이 참 많다. 여전히 인천에서 하루 3~4시간 이상을 대중교통 속에서 시달리며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 독립하지 못한 사람으로서, 친구들과 각종 '집 구하기 어플'을 탐방하며 최저의 보증금과 월세를 찾다 세입자 친구들의 경험담을 들으며 이내 좌절하는 사람으로서 나누고 싶은 생각이 많다. 여전히 안정적으로 빌려 살 수 있는 집이 없다는 생각에 독립을 포기하는 '세입자 지망생'이 꿈꾸는, 함께 만들어나갈 변화와 세입자들의 목소리를 담고자 한다.

아쉬운 점과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한 부분을 말하기 전에, 그래서 새로운 임대차법은 어떻게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을지 살펴보자.

먼저 가장 중요한 '계약 갱신 요구 기한'의 경우 계약 만기 1개월 전에 갱신을 요구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권리 행사를 하지 못하게 된다. 한편 임대인이 계약 만기 1개월 전까지 갱신 거절을 통지했다면 자동 갱신이 되지 않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묵시적 갱신'이 작용하는 경우는 임대인이 계약 만기 1개월 전까지 갱신 거절 통지를 하지 않을 때다.

계약갱신 요구권을 행사하는 방법은 임대인에게 문자, 메일, 내용 증명을 남기는 방식이 될 수 있으며 '계약 갱신을 원한다는 의사표시'를 하면 된다.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인상은 당사자 간 합의가 꼭 필요하다.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이러한 권리 행사를 할 수 있도록 개정된 임대차법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다양한 과제들도 가지고 있다.

먼저 개정된 임대차법의 핵심적인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은 바로 '조례'다. 5%를 상한선으로 두고 있지만 조례를 통해 그 범위 내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일자리를 잃고 정기적인 수입이 중단되어 생활 자체가 어려워진 시민들, 불가능해진 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게다가 사회적 위기는 새로운 얼굴들로 계속 등장하고 있다. 적어도 살고 있던 집에서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있도록 각 지방정부는 5%보다 낮은 수준으로 책정한 임대료 상한율 상한 조례 제정을 해야 한다.

동시에 '주택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의 권한이 강화될 수 있는 방법 또한 필요하다. 물론 '분쟁조정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한다고 하여 해결될 수 없는 일들도 많겠지만 현행제도는 한계점이 명백하다. 국토교통부에서 분쟁 조정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현재 전국 6곳에만 있는 위원회를 인구 50만 명 이상의 도시에 1곳 이상 설치할 방침이라고 이야기했으나 외국에선 이미 하고 있는 세입자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거나, 실질적으로 권리를 확인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이러한 내용뿐만 아니라 피신청인이 조정을 거부했을 시, 조정절차가 개시되지 않는 것 또한 사회정의의 측면에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표준임대료도입이 이번 임대차법 개정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한 것도 매우 아쉽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는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독일의 경우엔 '지역상례적 비교임대료'를 정하여 면적, 건축 연도 등을 기준으로 월세를 책정하도록 한다. 영국은 공정임대료 개념을 통해 주택 연한, 집의 상태, 옵션 등을 고려하여 감정평가청에 소속된 임대료 사정관이 산정한다. 집을 재산으로 인식하고, 치솟는 임대료를 제어할 수 없는 주거불평등이 심각한 한국에 꼭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빌려 쓰지만 걱정 없이 살 수 있으려면

임대차법이 본회의에서 개정된 다음 날 세입자인 친구 A에게 메시지가 왔다. "그래서 관리비는 어떻게 되는 거냐"는 질문이었다. 답변하기 어려워 주거운동을 오랜 기간동안 하고 계신 분께 물어봤다. 그리고 실제로 이 부분에 대한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컨대 아파트의 경우 관리비 정산 등을 공개로 진행하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으나 원룸이나 소규모 빌라의 경우 그것조차 없다고 한다. 결국 어떤 집에 살고 있느냐로 차별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평균 3.2년의 거주기간을 가진 세입자들, 월 소득 2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는 세입자들, 주거 문제로 인한 생활고에 시달리다, 결국 삶을 포기하는 많은 세입자들의 삶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고, 빌려 쓰는 집에서도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필요하다. 집 걱정 없는 세상을 위해서 시민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적정주거 기준을 지킨 안정된 공공임대주택이다. 세입자들의 권리에 대한 말하기는 더욱 커지고, 많아져야 한다.

이제 단호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주거권에서 예외가 발생해선 안 된다. 대책 없이 쫓겨나는 시민들을 지켜내지 못하는 사회는 바뀔 필요가 있다. 집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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