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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3법, 집없는 서민 보호 첫걸음...추가 대책은 반드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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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3법, 집없는 서민 보호 첫걸음...추가 대책은 반드시 필요

후속조치로 노태우 정부 실기 반복 말아야...6년 거주 보장, 추가 가격 제한 등 대안 필요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의결해 부동산 시장에 큰 변화의 계기가 마련됐다. 해당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코앞에 두면서, 임차인의 주거안정성이 얼마나 커질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번 개정안은 이른바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핵심으로 한다. 앞서 전날(28일)에는 전월세신고제가 국회 국토위를 통과함에 따라 임대차 3법의 핵심 내용이 모두 본회의로 올라가게 됐다.

'임대차 3법' 내용은?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원할 경우 계약기간을 2년 더 연장하도록 보장한다. 사실상 세입자가 한 주택에서 최소 4년의 주거 안정성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기존 계약자에게도 소급 적용된다. 즉, 개정안 국회 통과 전 임대차계약을 맺고 주택에 거주 중인 세입자도 임차 기간에 관계없이, 본 개정안의 입법화 후 한 번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갖게 된다.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후, 세입자가 계약서에 명시된 임차기간을 채워야 할 의무는 없다. 이전처럼 세입자가 계약 기간 내 이사를 원할 경우, 집주인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이사할 수 있다.

다만 집주인이나 직계존속·비속이 해당 주택에 들어와 살겠다고 한다면, 세입자는 집을 비워줘야 한다. 재건축으로 인한 멸실 등의 사유가 발생해도 집주인은 계약갱신청구권을 거부할 수 있다. 만일 집주인이 주택 거주를 이유로 세입자와 계약을 거부한 후, 정작 새로운 세입자를 받는다면 기존 세입자는 집주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전월세상한제는 기존 임대인과 임차인이 계약을 갱신할 때 임대료 상승폭을 기존의 5%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다. 전세 보증금과 월세 모두 적용된다. 정확한 임대료 인상폭은 각 지자체가 5% 제한 내에서 정하도록 했다. 다만 임대인이 새로운 세입자와 계약을 체결할 때는 인상폭 제한이 없다.

전월세신고제는 임대차 계약 때 보증금과 임대료, 임대기간 등 세부사항을 30일 안에 지자체에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다. 임대차 시장을 더 투명하게 관리해 지방 정부가 해당 시장 실태를 보다 상세히 파악하도록 하고, 임대인에게 사업주로서 의무를 지우자는 취지다. 세입자는 이전처럼 전입신고를 함에 따라 관련 신고를 갈음할 수 있다.

당정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는 국회 통과 후 최대한 빨리, 전월세신고제는 내년 6월에 시행하자는 입장이다.

▲'임대차 3법'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29일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 부동산중개업소 매물 정보란이 비어있다. 임대차 3법의 시행이 다가오며 서울을 중심으로 전셋값 폭등 및 품귀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연합뉴스

임대차 시장 안정화 위한 후속 대책 필요

개정안 통과를 시민 사회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개정안 통과를 요구해 온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 환영 입장을 밝히는 한편, 예상되는 부작용에도 신속히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野시절부터 추진 8년여 만...참여연대 "전월세상한제 등 통과 다행")

가장 널리 거론되는 부작용은 전월세상한제의 한계다. 새 세입자와 집주인이 계약을 체결할 경우에는 가격 인상 폭의 제한이 없어, 오히려 전월세 폭등의 계기가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거론된다.

이미 이 같은 현상은 최근 전세 가격 폭등으로 그 조짐이 보이고 있다. 임대차 3법 통과를 앞두고 국내 아파트 전세 시장이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까지 56주 연속 상승했다.

미리 가격을 올려두자는 집주인의 심리가 반영됐다. 이는 앞으로 4년 마다 같은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 과거 노태우 정부 때 비슷한 일이 있었다. 풍부한 유동성과 부족한 주택 공급으로 인해 주택 가격이 급등했던 1989년 2월 24일 노태우 전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기념해 영구임대주택 25만 호를 포함해 주택 200만 호를 전국에 공급해 주택 시장을 안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일산 등의 신도시 건설 붐으로 이어졌다. 대규모 주택 공급이 이어진 후에야 주택 가격은 안정됐다.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은 지금과 달리, 당시는 주택 공급이 주거 안정을 위해 중요한 과제였다.

당시의 주택 가격 인상은 심각했다. 한국 정부가 제공하는 <정책포커스>의 2007년자 '실록 부동산정책 40년' 연재 9편에 따르면, 5공화국 기간 정부의 인위적 통제로 억눌린 인플레이션이 노태우 정부 들어 폭발한 게 주요 원인이었다. 6공 출범 첫해인 1988년 지가가 한꺼번에 27.5% 올랐고, 89년에는 32.0%, 90년에는 20.6% 치솟았다. 같은 기간 집값 역시 3년 사이 56%가량 올랐다.

이 시기 전셋값도 급등했다. 노 전 대통령 취임 1년 반이 지난 1989년 7월을 기준으로, 전국의 전셋값은 새 대통령 취임 이전과 비교해 28.3% 올랐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1989년 12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전세 계약 기간을 기존의 1년에서 2년으로 늘렸다. 현재 임대차 시장의 기본 계약 기간인 2년이 이때 마련됐다. 그러나 2년 후 전세 보증금이 한꺼번에 오르는 사태가 발생했다. <정책포커스>를 인용하자면 "집주인들이 2년 치 보증금을 한꺼번에 올리는 바람에 거리에 나앉은 가장들이 자살하는 등 커다란 사회 혼란이 빚어졌다." 앞으로 4년 마다 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주거 안정을 위해 관련 제도 도입이 필수였으나, 그에 따라 예상되는 부작용에도 신속하게 대처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새로운 계약 체결에도 가격 인상폭을 제한하거나, 물가상승률과 연동하는 방안 등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정책 테이블에 올라와야 할 때다.


한국 임대차 특성 반영해야

세입자 주거 안정 보장 기간을 4년으로 제한한 부분도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의 세입자 평균 거주기간이 3년을 조금 넘는 수준임을 고려하면, 이번 개정안으로 더해진 안정성은 약 1년이 되지 않는다. 이에 관한 문제 제기는 과거 2013년 전월세상한제 도입 논의가 한창이던 당시 이미 나왔다.

당시도 세입자 주거 안정 논란이 이어지면서, 전월세상한제는 이번 임대차 3법 개정안을 반대한 미래통합당(당시 새누리당)도 도입을 요구했다.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012년 9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가격이 급등한 지역에 한해 한시적으로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게 실례다.

이와 관련해 당시 논의된 세입자 거주권 보장 기간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4년이었다. 그러나 당시 이미 '한국의 임대차 시장 특성을 고려하면 최소 6년의 주거 안정이 보장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때 정의당은 상한율을 연 3.3%로 제한하는 동시에 거주 보장 기간을 6년으로 해야 한다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발의했다. (☞관련기사 : 전월세 상한제 빅딜설, 민주당 '민생 후퇴' 자처하나?)

이유는 한국의 학제다. 특히 임대차 가격이 급변동하는 아파트의 경우, 주로 자녀 사교육을 위해 서울의 중산층이 움직인다. 한국의 학제가 6년 단위(초등학교 6년, 중고등학교 6년) 사이클로 돌아가는 상황을 고려하면, 6년의 거주가 보장돼야만 임차인이 안정적으로 자녀 교육 계획을 세울 수 있다. 4년의 기간은 부족하다.

주로 여유가 있는 중산층을 대상으로 급변동하는 아파트 임대차 시장과 달리, 일인가구 등 언론의 관심에서 조금 멀어진 이들이 거주하는 전월세시장인 다가구 주택 임대차의 경우 아파트만큼 집값 변동폭이 크지 않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들 주택에 거주하는 이들은 지금도 통상 4년의 거주를 보장받는다. 처음 2년의 계약을 보통 집주인이 한 번은 기존과 같은 조건으로 연장해주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하면, 지금의 4년 주거안정책은 실효성이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만일 지금의 '2+2'안을 넘어 '2+2+2'안이나 '3+3'안 등이 나온다면 보다 확실한 정책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참여연대도 "2019년 주거실태조사 결과 세입자들의 평균 거주기간이 3.2년으로 확인되는 상황에서 계약 갱신 기간을 4년까지만 연장하는 법 개정은 세입자 주거 안정에 확실한 대책이라고 하기에 여전히 부족"하다며 "향후 수십 년간 작동할 장기적인 세입자 주거 안정의 기틀을 마련할 논의가 추가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관련법 개정으로 주거 약자의 주거 안정을 보장할 큰 발걸음을 한국 사회가 떼게 되었지만, 다음 발걸음을 위한 논의도 서둘러 이어져야 할 때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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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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