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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文대통령, 박지원 국정원장 임명 유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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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文대통령, 박지원 국정원장 임명 유보해야"

여야, 朴 청문보고서 채택 논의 난항…민주 "단독으로라도 채택"

여야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미래통합당은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자신들이 제기한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보고서 채택 조건으로 내걸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6.15 관련 문건은 위조이며, 학력 관련 진상조사도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여야는 28일 오전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청문보고서 채택에 대해 논의했다. 통합당은 회의에서 △전날 주호영 의원이 공개한 '6.15 이면합의서' 의혹을 진상조사로 해소해야 하고 △이 의혹이 해소되기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박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아야 하며 △박 후보자의 대학 학력 위조 의혹에 대해 교육부가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을 청문보고서 채택의 조건으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당 정보위원들은 앞서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입장을 공개적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통합당 정보위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회견에서 "학력 위조에 대해 교육부가 감사해야 한다. 즉각적 감사를 촉구한다"면서 "우리는 임명 반대 입장이나, 교육부 감사를 명기해 준다면 '반대' 입장으로 보고서를 채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어제 민주당에 전달했다"고 했다. 그는 다만 "민주당은 비공식적으로 '어렵다'고 했다"고 전했다.

하 의원은 또한 "(6.15) 이면합의서 진위를 확인할 때까지 대통령이 국정원장 임명을 유보해야 한다. 확인도 안 하고 임명할 경우 국가안보에 큰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이 진위를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박 후보자가 문화관광부 장관이었던 당시 국정원 과장이었던) 서훈 안보실장에게 물어보면 된다"고 부연했다. 하 의원은 "박 후보자의 어제 답변을 전혀 신뢰할 수 없다"며 민주당에 국정조사를 제안하기도 했다.

전날 '이면합의서' 주장 문건을 공개한 장본인인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통합당 정보위원 기자회견에 참석한 자리에서 해당 문건의 출처에 대해 "신뢰할 만한 전직 고위공무원"이라며 "거기까지만 말하겠다"고 했다. 기자들이 추가 질문을 하자 "답변하지 않겠다. 여러분이 취재원을 밝히지 않는 것과 같은 차원"이라고 그는 답했다. 그는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제가 볼 때는 믿을 수밖에 없는 전직 고위 공무원 출신이 그것을 저희들 사무실에 가지고 와서 '이런 일이 있었는데 청문회 때 이것을 문제삼아 달라'고 해서 (공개)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통합당의 요구가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남북관계의 조속한 복원을 위해 국정원장 임명을 서둘러야 한다"며 "미중 간 갈등 정세가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정보기관 수장 자리를 한시도 비워둘 수 없다. (이날) 오전 중으로 청문보고서가 채택될 수 있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조 의장은 "어제 청문회를 통해 박 후보자의 자질과 경륜, 전문성이 충분히 입증됐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소신과 비전도 분명히 확인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 정보위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통합당이) 응하지 않는다면 단독으로 채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통합당이 박 후보자의 학력 의혹에 대한 교육부 감사를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그것은 또다른 논란이 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고 해서 (논란이) 해소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논란만 가중될 것이기 때문에, 어떤 조건을 전제로 한 채택에는 응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더군다나 그렇게 했을 때 야당 쪽에서 찬성하는 것도 아니고 반대 의견을 (보고서에) 넣겠다는 것 아니냐"며 "굳이 응할 필요는 없다"고 부인했다.

김 의원은 전날 밤 비공개 청문회 후 통합당 측에서 "박 후보자가 '북한은 협력 지원을 요구했지만 남측은 현금지원이 안 된다고 했다. 대신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이나 민간 사업가 등의 투자 자금으로 20~30억 달러 대북 투자가 가능하지 않겠냐는 원론적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런 이야기를 (2000년 4월 당시 남북 간에) 했다는 건 인정한 것"(하태경 의원)이라고 한 데 대해 "뉘앙스가 상당히 잘못 전달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제가 확인한 바로는, 상하이에서 2차 회담이 있었는데 회담 당시 북측에서 10억 달러 등에 대한 언급을 했을 때 박 후보자가 단호하게 '그건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거절을 했고, 그게 전제가 된 상황에서 '만약에 이후로 정상회담이 잘 진척되고 관계가 좋아지고 해빙 무드가 되면 그때는 ADB나 IBRD 또는 우리나라 국내 대기업, 해외 기업 등에서 그런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정도 얘기였다. '우리(한국 정부)는 지원할 수 없다'는 데에 방점이 찍힌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정보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제가 나름대로 당시 관계자로 보이는 분들에게 개인적으로 확인했는데, 그 분들 모두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며 "그런 문서가 있다면 국정원에 있을 수밖에 없고, 정권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으로) 교체되면서 나타나지 않을 수밖에 없었을 것인데 지금까지 존재 여부를 몰랐다면 (사실이) 아니지 않은가 추정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진위 여부도 모르는 문서 때문에 청문보고서 채택을 미루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보고서 채택 시한은 어제까지였다. (오늘까지) 약간의 융통성을 보였지만, 정보위원장에게 보고서 채택을 건의할 것"이라고 말해 단독 처리 방침을 시사했다.

이날 정보위 오전 회의는 여야 간 이견을 주고받은 끝에 끝에 정회됐고, 여야는 오후에 회의를 재개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여야 입장차가 큰 점이나 김 의원의 발언 및 라디오 인터뷰 내용 등으로 미뤄보면 이날 오후 회의에서 여당이 단독으로 보고서를 채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정보위 구성은 위원장을 포함해 민주당이 8명, 통합당이 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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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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