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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어떤' 청년정의당이 필요한가

[정의당 혁신, 어떻게 할 것인가⑥] 정의당, 새로운 세대의 진보정치 활동가가 필요하다

2020년 총선이 끝난 후 정의당 안팎에선 '혁신'을 둘러싼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만큼 기대가 컸고, 나아가 정의당의 체질과 한계를 목도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진보정당의 길이 무엇이었는지 희미해졌다는 평가와 함께 존재감을 발휘하기 보다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의당 혁신위원회는 그간 노선에 대한 비판적 평가와 리더십에 대한 안팎의 우려, 정의당이 새롭게 제출해야 할 정치적 비전의 필요성에 따라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는 당원들에 의해 기획되기보단 대표에 의해 '주어진' 것이었고, 그만큼 한계도 노정하고 있다. 혁신위원회 활동이 시작된지 어느덧 6주의 시간이 지났지만, 이것이 큰 성과를 보일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혁신위원회의 분투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복잡하고 중층적으로 쌓인 문제덩어리를 한 방에 해결할 묘책이 있을리도 만무하다.

하지만 분명 길은 있을 테고,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진보정당운동을 지역과 부문에서 이끌고 있는 활동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그동안의 정의당 노선과 방법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고, 이후 정의당의 혁신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긴 토론을 통해 정리된 의견들을 총론격의 문제의식, 정체성, 지역정치 활성화, 사회운동 정당, 지도체계와 의결체계, 청년 정치사업 등 분야별로 나누어 연재한다. 진보정당 운동에 관심 있는 분들의 활발한 의견 개진을 기대한다. 편집자

무너진 청년·학생운동

전통적인 '청년·학생운동'은 1990년대와 2000년대 대학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형성·유지됐다. 그러다 1996년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연세대 사태를 계기로 한총련과 전국학생협의회(전학협) 등 대중조직과 전국학생연대회의·학생행동연대 등 학생운동 정치조직은 해소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청년·학생운동은 크게 위축됐다.

이후 청년·학생운동은 조직 자체가 소멸하거나, 학생회가 아닌 동아리·학회 등의 형태로 남게 됐다. 학내 대중을 포괄하기보다는 서클화되면서 대중 정서로부터 크게 고립됐다. 신자유주의 대학 기업화와 취업 경쟁의 가속화라는 조건도 한몫했다. 대학의 탈정치화는 가속화됐고 이로 인해 남아있던 학생 정치조직들조차 혁신에 실패하며 성장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청년·학생운동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사회운동 활동가도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학생운동 출신 활동가를 영입해 이뤄지던 진보정당 운동과 노동 운동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이런 기조는 노동조합이나 시민사회단체만이 아니라 정의당에게도 큰 위기로 다가왔다. 뿐만 아니라 남아있던 학생 정치조직이라 해도 정의당과 거리가 있는 원외 정치조직으로 귀결됐다. 다른 청년 당사자 운동도 산발적으로 존재했으나 현재의 정의당에는 큰 성과로 남지 못했다.

청년·학생운동이 복원되지 못하면 한국의 사회운동은 고령화될 수밖에 없다. '청년·학생운동의 복원'이라는 과제는 사회운동 전체의 책무이자, 향후 사회운동을 주도할 비전이다.

학생운동의 퇴조와 함께 '청년정치' 담론이 등장했다. 그러나 이 또한 특정한 청년 정치인 개인의 자산으로 활용되는 데 그쳤다. 대중 주체로서의 청년, 저항 주체로서의 청년은 눈에 띄지 않는다. 청년 정체성 논쟁에는 명확한 답을 제시하기 어렵다. 청년 세대를 대표할 계급적·사회적 가치도 제시하지 못한다. '청년 정치 담론'이 설득력을 잃어가는 이유다.

▲정의당 상무회의 ⓒ프레시안(최형락)

정의당 청년·학생 단위의 부침

정의당이 창당한 2012년 당시(진보정의당) 청년·학생 사업은 중앙청년학생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여러 정치적 경향이 다양하게 분할되는 과정에서 통합진보당의 청년·학생운동의 역량은 정의당으로 온전히 이전되지 못했다. 정의당의 청년·학생 사업은 역량이 현저히 축소된 상태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풍부한 활동 경험을 갖고 이를 이전해줄 선배 활동가 집단이 없었고, 학생운동의 좋은 기풍도 전수되지 못했다.

이후 여러 이유로 중앙청학위 내부에 부침이 계속되면서, 이를 건강하게 자정하는 역량 역시 담보할 수 없었다. 중앙청학위의 지속성도 담보되지 못했다. 결국 정의당 청년·학생사업은 일관성 있는 활동이 이뤄지거나 조직 운동 경험이 축적될 환경을 갖추지 못했다.

2017년 중앙청년학생위원회 활동이 중지된 이후 구조를 재건해야 했지만, 리더십과 기획력의 부재로 인해 제대로 된 사업 역량이 발휘되지 못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소규모 활동을 유지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완전한 단절을 경험해야 했다.

이처럼 지난 8년간 정의당 내 청년·학생 단위의 활동은 지속성과 일관성 없이 분절됐다. 정의당 내 청년·학생조직은 진보정당에 관심을 갖게 된 청년들이 유입되는 것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정의당 내 청년·학생 조직은 활동의 비전도, 기획도 부족했다. 청년 당원들에게 정의당과 사회운동 영역에서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진로에 대한 조직적인 대안, 즉 '사회진출론'이 세워지지 못했다. 그 결과 한국 사회(운동) 전체에 대한 시야를 획득하기 어려웠고, 이러한 경향은 정의당 초기 청년·학생 활동가들이 개별적 진로를 택하며 흩어지거나, 사회운동에서 멀어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창당 이후 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정의당에는 활동가 육성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못했다.

'청년 정치'의 역설

정의당 내 10대 후반~20대 초중반 청년 활동가 대부분은 이 당에서의 활동이 생애 첫 정치 활동이다. 조직적인 대중운동으로서의 정치를 경험하거나 학습한 바 없다. 기존 청년·학생운동에 대한 인적 네트워크와 맥락이 완전히 단절되었으며, 이전 운동에 대한 평가를 도출한 적도 없다. 따라서 정의당의 현 세대 청년 활동가들은 조직적 운동에서 실행되어야 할 정세 분석과 사업 기획, 실행·평가 등의 과정을 유기적으로 경험한 바 없고, 그 과정에 있어서 갖추어야 할 진보정치의 관점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

현재 정의당의 청년정치는 이론 기반의 부재와 자족적 활동이 반복되면서 기성 정치의 겉모습을 모방하는 것으로 협소해졌다. 대중매체 속 의회 정치만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정치활동의 전부일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사회운동과 대중 정치에 대한 관점이나 사상적 기반을 형성할 수 없다. 기성 정치의 형식을 모방하고, 이슈에 대한 기계적인 추수, 과잉된 조직 형식이 '메인 활동'이 됐다. 창당 이래 내내 지속되었던 모순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21대 총선 이후 정의당은 의회 내에서는 이전과 같은 역량을 발휘할 수 없게 됐다. 청년·학생운동 역시 자기 활동에 대한 피드백을 접할 기회가 적어졌다. 정의당 내에서도 청년 사업에 점점 무관심해지고 있고 운동 역량을 이전하려는 노력도 부족하다. 청년·학생 활동가의 '사회운동 진출'이 부재한 상황에서 인력 소진이 지속되고 있으며, 청년 당원은 역량의 이전 없이 새로 입당한 당원을 통해서만 근근이 유지되고 있다. 그마저 이에 포괄되지 않는 청년 당원들은 '진보정치'의 피상적인 이미지만으로 느슨하게 당 활동에 참여하고 있거나, 별다른 접점이 없다. 이는 전국적으로 기획하고 아래로부터의 활동을 통해 제기해야 할 청년 의제의 과소를 가져올 뿐이다.

청년정의당 건설 논의는 지금까지의 과정에 대한 평가에 기초해야 한다. 현재 정의당의 청년 사업은 경험의 단절, 지역별 단절, 기획력의 부재로 인해 자체적인 의제 설정을 꾀하기 어렵고, 전국적 대중 사업도 불가능하다. 그러니 기성 정치를 모방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식을 상상하기 어렵다.

매년 혁신 과제로 제시되는 '청년정의당'의 상은 기존의 사회운동 세대와 분리되어 있으며, 어느 정도의 재정적 지원이 기대되고, 당위적으로 필요한 것 등 낮은 수준의 합의만 존재한다. 또한 기존 정의당 내 청년 사업의 궤적에 대한 엄정한 평가가 지금까지 부재했고, 8년 활동의 역사와 맥락 자체가 새로 입당한 청년 당원들에게 이전되지 않고 있다. 실패했다면 무엇이 왜 실패했는지 이해해야 하지만 부족했다. 경험에 기초한 문제의식이 축적되지 않다보니 유사한 과오를 반복해서 겪고 있다.

지속가능한 진보정당을 위한 재생산 구조가 필요하다

현재 정의당이 직면한 위기는 정의당만의 위기가 아니다. 민주노동당에서 시작되어 노동당·녹색당·진보당·정의당으로 내려져 온 1세대 진보정당 전반의 위기다. 이들 진보정당들은 각자 다른 형태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지만, 재생산 구조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의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진보정당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노동조합과 사회운동 단체 등 기타 운동 조직 또한 마찬가지다.

여성의당·미래당 등 신생 정당들이 그 등장과 함께 10~20대를 중심으로 당원들을 확장하고 있으나, 이에 반해 1세대 진보정당들은 현재의 부침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정의당의 만 35세 이하 청년당원의 수(약 7100명)는 앞서 말한 신생정당들의 청년당원 수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더 적다. 조직 규모에 있어서 정의당이 훨씬 큰 정당임을 고려했을 때, 당 재생산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2016년 이후 정의당 청년당원 입당자 수는 절반 규모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입당 비율 또한 청년 당원보다 만 35세 이상 당원들의 입당비율이 늘어나는 추세다. 2019년에는 정의당 신규당원 중 83.8%가 만 35세 이상이다. 즉, 정의당은 점차 40-50대들이 선호하는 정당으로 가고 있다. 정의정책연구소은 2020년 조사결과를 통해 40대 이상은 이탈가능성이 높은 계층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청년당원 조직화는 단순히 청년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당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정의당의 재생산 구조 문제는 단순히 정의당만의 숙제가 아니다. 과연 '1세대 진보정당'이 그 역사적인 맥락을 공유한 채 지속 가능할 수 있는가에 대한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이에 재생산 구조를 책임지고 집행하는 기구로서의 '청년정의당'을 제안한다. 즉, 청년정의당은 청년당원 조직화를 집중적 목표로 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학생운동이 '대학생 당사자 운동'이 아니었던 것처럼, 지금 시기 청년·학생운동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담론을 제공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청년정의당'은 새로운 형태로 등장할 청년·학생운동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대학 내에서는 기존의 학생회 시스템의 개편을 주도하고, 지속가능한 학생운동의 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각 현장의 청년 노동자들을 묶어낼 수 있는 네트워크의 기능을 담당하고, 청소년 운동이 제도권에서 영향력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 되고, 사회운동의 공백으로 인해 '청년 문제'가 사회적으로 가시화 될 때, 능동적으로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더디더라도 아래에서부터

지금껏 정의당이 청년정치에 대해 취해온 방식은 능력 있는 개인을 발탁하거나 영입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선거 국면에서의 활용 외에는 다른 어떤 가능성도 담보하지 않는다. 지금 정의당에 필요한 것은 '청년 정치인'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의 활동가 집단'이다.

활동가는 교육 프로그램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 이외에도, 스스로 현장을 조직하고 운영하는 경험이 더해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정의당에서 이러한 공간이 부족하다. 기존의 청년학생단위가 있지만, 이보다 더 독자적이고 더 자율적인 권한이 부여되어야 한다. 청년당원들 각자가 자기 현장에서 대중조직-정치조직을 만들고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기획하고 지도하고 책임지는 조직체계로서 청년정의당이 필요하다.

당내 활동가 청년당원들에게 운동 노선을 제기하고, 이를 현장에서 구현하기 위한 과정 전체를 지도하고 책임질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청년당원들이 활동가로 성장하고, 지역과 부문 등 각 영역으로 들어가 정의당의 정치활동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청년정의당은 단번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더디더라도 아래에서부터 만들어야 한다.

정의당의 한계를 뛰어넘는 청년정의당

많은 사람들이 청년정의당의 핵심적인 논의는 '예산'과 '인사권'에 대한 독립성과 자율성이라고 말한다.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보다 우선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바로 청년정의당이라는 활동 공간을 기획하는 것이다. 청년정의당은 단순히 당헌·당규를 개정한다고 해서, 청년정의당 구성안이 대의기구에서 통과된다고 해서 건설되는 게 아니다. 조직의 형태만 존재하고 활동의 주체와 내용이 없어서는 껍데기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정의당의 초기 단계는 어떻게 하면 정의당의 청년 당원을 조직할 수 있을지를 중심으로 효율적인 구성을 논의해야 하고, 이는 아래에서부터 분회 등의 모임을 만들어가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현재 정의당 내의 낮은 청년당원 수의 비율을 최소 20-30%로 끌어올려서, 현 시기 사회운동과 진보정치를 펼치고자 하는 청년 세대에게 정의당이 기회와 가능성의 공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미 정의당에는 2명의 청년 국회의원이 있다. 의회 내 정치 전략으로서 청년 정치의 역할과 실력은 해당 의원들이 증명해야 한다. 허나 이는 기존부터 정의당이 해왔던 영역에 속한다.

반면 청년정의당은 기존의 정의당이 드러낸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전략이다. 가령 정의당은 정치를 의회 내 영역에만 한정하면서 평당원이나 지역, 부문이 할 수 있는 활동을 축소해왔다. 이에 대해 청년정의당은 '청년정치 담론 너머'를 준비하고 실질적인 청년정치의 역량이 능력 있는 개인이나 발탁된 정치인 몇몇이 아니라, '정의당'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성장한 청년 세대 집단에 의해 발휘되도록 해야 한다.

정당은 정치 기획사가 아니다. 청년정치를 한 시기의 전략으로만 활용해선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정치인으로 데뷔할 청년들을 안정적이고 매력적인 정치인으로 잘 교육하고 훈련하기 위한 것이 청년정의당의 목표가 된다면, 굳이 당내당 플랫폼을 주장할 이유는 없다. 정의당을 통해 새로운 진보정치 세력을 형성하고 성장시키는 공간, 이를 통해 2세대 진보정당의 역사를 보다 발전적으로 계승하고 진일보시키는 것이 청년정의당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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