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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지역구 의원 중 24%가 토건산업을 공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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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지역구 의원 중 24%가 토건산업을 공약했다

[함께 사는 길] 토건과 반기후에서 그린으로

21대 국회가 문을 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가사회적으로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았다는 비명이 세상 가득한데 21대 국회와 그들의 세상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산적한 현안과 과제 해결을 위해 용맹정진해도 모자랄 판인데 원 구성부터 쉽지 않다. 여야 각자 나름의 명분을 가지고 다투다 끝내 야권의 전 위원회 위원장 포기선언도 나왔다. 정작 국민은 상임위원장이 어느 당 몫인지 관심 없다. 국민의 관심은 그 위원회가 심의할 법안과 그 법안들이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있다. 국민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정쟁 어디에 코로나19로 야기된 현실 세계체제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가 있단 말인가. 그들을 지켜보는 국민은 국회와 정부가 부실하면 '직접 행동하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촛불시민들'이다. 그들의 눈에 21대 국회가 어찌 보일지 알만한 일이다.

'151명'이다. 21대 국회의원 300명 중 초선의원 비율은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변화에 대한 기대와 열망이 그들을 당선시켰다. 초선의원들은 그들에게 투표한 민심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당장 시민들의 기대와 열망의 정체가 무엇인지 파악해 법과 정책으로 제도화하기 위한 활동에 착수해야 한다. 그 첫 순서는 다름 아닌 '냉정한 자기 점검'이다. 왜냐하면 '초선'이라는 레테르(상표)에 묻혀있지만, 그들이 선거에서 내걸었던 공약을 분석해보면 전혀 과거의 토건 국회의원들과 차별되지 않기 때문이다.

ⓒ함께사는길

환경운동연합이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공약을 전수 조사한 결과 케이블카 19건, 개발제한구역 완화 36건 등 환경파괴 공약이 다수였다. 환경파괴 공약에 여야가 따로 없었다. 미래통합당 31명, 더불어민주당 28명, 정의당 1명, 무소속 1명이다. 전체 지역구 당선인 253명 중 24.1%인 61명이 토건사업을 약속했다. 환경파괴 사업을 공약한 지역구 의원 중 절반이 초선의원이다. 그러므로 21대 국회가 해야 할 첫 과제는 자기 안의 개발주의, 토건주의와 결별하는 일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자연을 착취하고 기후를 유린하는, 이윤율 추구에 맹목적인 기존 세계체제의 결함'이 드러났다. 그러한 과거를 떠받치던 기둥의 하나가 토건주의다. 과거의 토건개발 정책에 목매는 국회가 지구적 차원에서 격변의 시대를 맞은 미래 4년을 책임질 수 있다고 믿기 어렵다. 21대 국회는 전기까지 의회가 구축한 토건개발의 정책 관행과 결별하는 것으로부터 위기의 시대를 돌파할 동력을 조직해야 한다.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고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체제의 건설을 강제하고 있다. 새로운 세계는 경제의 변화를 필연적으로 요구한다. 유럽의 대안, 심지어 미국의 대안도 '그린'이다. 그린뉴딜은 이제 경제 밖의 권역에 밀쳐두었던 그린, 자연, 생태, 기후, 에너지가 철저하게 경제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세계적 각성의 목소리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그린뉴딜은 그래서 절박하고, 전격적이었지만 당연한 발상이고 올바른 방향 설정이라 말할 수 있다. 다만, 이 제안을 즉시 실행할 만큼 우리 사회의 고민과 논의는 축적된 상황인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애초 디지털 위주의 경제 건설에 치중됐던 제안에 그저 수사였던 그린의 내용을 덧붙이는 정도로는 그린뉴딜이라 하기 어렵다. 산업 선진국들이 먼저 달리면 그들을 빠르게 좇는 전략으로 우리는 산업화에 성공했다. 이 전략의 유효성이 다한 상황이다. 지구 차원의 전염시대는 지구 차원의 경기하강을 불러왔다. 전염 없는 경제의 기획이 그린뉴딜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가 제시한 내용으로는 '그린'은 흐릿하고 '뉴딜'조차 확인이 어렵다.

재정사업 중심의 뉴딜 전략은 한계가 명확하다. 정부가 제출한 3차 추경 규모는 35조3000억 원이다. 기존 추경을 포함하여 코로나19 대응으로 270조 원을 투자한다고 한다. 35.3조 원의 3차 추경 중 경기 부양 11.4조 원, 일자리 금융 지원 5조 원, 고용, 사회안전망 확충과 경기 보강에 18.9조 원을 쓸 계획이다. 환경부가 제출한 3차 추경 규모도 7000억 원에 달한다. 저탄소 구조 전환, 녹색산업 혁신, 기후탄력사회 실현 사업에 쓸 계획이다. 환경부 계획은 기존 사업의 네이밍 교체 수준이고 기존의 경제체제를 유지하는 경기 부양책에 쓸 돈만 두드러진다. 무엇보다 행정부의 그린뉴딜에 대한 이해가 높지도, 동일하지도 않다. 총리실을 비롯해 관계부처 회의에서 반복적으로 '그린뉴딜'에 대한 다른 이해가 돌출된다. 수사와 내용이 따로 놀기 때문이다. '어떤 명분으로든 경기를 살려야 한다'라는 목표에 떠밀려가는 형국이다. 3차 추경예산이 투입된 사업에 대해 "추경은 올해 중에 사용되어야 하는 사업들이기 때문에 급하게 배정되었고, 시민사회가 제기하는 목적과 방향에 맞는 사업들은 내년 예산 수립 때 반영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잘못 든 길을 계속 달려가면서 '방향 수정을 위해 깊이 생각해보고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린뉴딜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해결을 위한 정책인가, 코로나19로 드러난 세계체제의 구조적 결함, 기후와 지구생태계의 파괴를 수선하고 중단시키는 새로운 경제를 위한 기획인가? 전자라면 필패이고 후자라면 당장 국민, 시민사회와 함께 새로운 세계와 삶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민의 이해, 시민의 지지 없는 방향 전환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책 홍보나 강제를 위한 보여주기식 공론화가 아니라 '삶의 방향'에 대한 진짜 공론화를 통해 우리 사회의 미래 정향에 대해 합의해야 진짜 '그린뉴딜'의 작동을 보게 될 것이다. 물론 이대로 경제 해체 수준까지 코로나19 정국이 몰려가게 방치해선 안 된다. 그것과 그린뉴딜에 대한 국민적 논의는 선후의 관계가 아니라 동시 진행의 관계다. 우리는 변화하면서 생존해야 한다.

변화의 목표와 방향에 대한 국민적 논의와 합의를 조직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에 더해, 현재 민의를 행정에 수혈하도록 보장된 다양한 정부 내 위원회의 거버넌스와 해당 위원회의 실효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최근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취임 1년 만에 사임했다. 농어업과 지역사회에 관한 현장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가 '농정 개혁 의지'를 가지고 시작한 특별위원회에서 사임하자 위원회 자체가 흔들리는 중이다. 물관리 정책의 획기적인 전환이라고 평가받는 물관리기본법 제정과 그에 따라 설치된 물관리위원회 역시 순항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이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로 꼽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국가기후환경회의 정도가 나름 성과를 내며 작동 중이지만 그 성과가 이 기구 덕분이라고 국민들이 알지 못하고 있다. 총리실 산하의 녹색성장위원회,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와 국정과제협의회 소속 위원회까지 다양한 위원회와 조직들이 현안을 다루고 장기전망과 전략을 구상해 행정부 수반과 행정부처에 전하지만, 이들이 다룬 의제들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여전하고, 결국 갈등의 이해당사자들은 청와대로 몰려가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일이 반복된다.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각기 다른 부문의 이익 최대화를 위한, 각기 다른 시간표를 가진 기획과 구상이 이들 위원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들 위원회에 논의의 기반이 될 통합된 목표와 시간표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정책 충돌이 필연적이고 갈등의 발생 또한 자동적일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구시대의 행정과 정책 관행에 익숙한 공공조직 내부의 과거지향적 저항도 여전하다. 코로나19로부터 국가사회를 정상성의 범주로 지켜내고 있는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시키는 과정에서 불거진 행정부 내의 논란과 불협화음이 그 방증이다.

'그린뉴딜'은 그렇지 않을 거라 예단하기 어렵다. 공조직 내부의 저항과 토건과 핵 마피아 등 사회 곳곳의 구시대 이익결사체들의 저항 연대가 준동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21대 국회에 교두보를 마련한 세력이 저항의 전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7월 중에 한국형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하여 시민사회도 정부가 그린뉴딜의 목적과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도록 돕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자칫 에너지와 경제 정책에만 집중될 수 있는 그린뉴딜이 성공하려면 행정부와 국회 토건개발 세력의 '반(反)그린 연대'를 견제하고 제동을 걸어야 한다. 녹색과 토건이 연합한 녹차라테의 서글픈 현실을 불러왔던 이전의 MB표 '녹색성장' 전철을 되풀이할 순 없다.

▲ 4대강사업은 대표적인 토건산업이었다. ⓒ함께사는길(이성수)

지난 6월 5일 환경의날,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가 '기후위기비상선언'을 선포하고 정부와 국회에 '기후위기비상사태' 선포와 '2050년 탄소순배출량 제로'를 촉구했다. 일국의 기초지자체들이 모두 기후선언에 나선 최초의 사례다. 그 배경에 '전염시대를 부르는 등 현실이 된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시민의 목소리가 있다. 정부와 국회가 답해야 한다. 그린뉴딜은 사회를 작동시키는 다양한 체제의 변화를 기반으로 가동돼야 한다. 에너지 전환은 그 기본이다. 그런 차원에서 현재 검토 중인 '9차 국가전력기본계획(이하 9차 계획)'의 재점검이 필요하다. '9차 계획'대로라면 2030년 발전량 비중은 석탄 31.4%, 원자력 24.4%, LNG 22.4%가 된다. 10년 뒤에도 석탄은 여전히 최대 발전원이다. 석탄과 핵을 전원으로 하는 에너지 사업은 필연적으로 거대 토건개발과 연계된다. 에너지 전환이 토건과의 결별을 포함하는 까닭이다.

한 시대의 변화에 통증이 없을 수 없다.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이 변화의 통증은 우리 사회가 아직 활력을 가지고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고통을 참고 토건주의, 반기후 연대와 결별하는 용기를, '그린뉴딜'의 내용으로 에너지 전환, 지구생태계 보전, 기후안보의 경제와 사회의 재조직화 과정에서 발휘해야 한다. 지금 국회와 정부에게 필요한 것은 삶의 세계를 변화시키려는 국민의 열망을 실현할 정책을 생산하고 집행하려는 정책 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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