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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국회 개원 연설…열쇳말은 부동산, 공수처, 협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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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국회 개원 연설…열쇳말은 부동산, 공수처, 협치

통합당 '시무10조'로 반격?…국회 정보위원장도 민주당이 차지 '18:0' 완성

문재인 대통령이 21대 국회 개원식 연설을 통해 국회에 '한국판 뉴딜' 사업 성공을 위한 협조를 구하고, 부동산 관련 입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조속 출범 등을 당부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 과제로 내세운 것들이다.

문 대통령은 1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연설에서 "최고의 민생 입법 과제는 부동산 대책"이라고 강조하면서 국회의 협조를 구했다. 그는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 보유 부담을 높이고, 시세차익에 대한 양도세를 대폭 인상해 '부동산 투기를 통해서는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고 말했다.

보유세와 거래세 인상 등은 야당이 반발하고 있는 부동산 대책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주택공급 확대를 요구하는 야당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면서 필요한 방안을 적극 강구할 것"이라며 "국회도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1가구 1주택의 실거주자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고 서민들과 청년 등 실수요자들의 주택구입과 주거안정을 위한 대책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면서 "'임대차 3법'을 비롯해 정부의 부동산 대책들을 국회가 입법으로 뒷받침해주지 않는다면, 정부의 대책은 언제나 반쪽짜리 대책이 되고 말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혁 완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특히 공수처 출범을 위한 입법 절차를 조속히 완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법 시행일(15일)이 이미 지났음을 언급하며 "공수처장 임명을 비롯해 국회가 결정해줘야 할 일들이 아직 안 되고 있다. 이번 회기 중에 추천을 완료하고 인사청문회도 기한 안에 열어주실 것을 거듭 당부드린다"고 했다.

역대 최대급 예산 소요가 예고된 한국판 뉴딜과 관련해서도 "국회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호소에 나섰다.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두 축을 뼈대로 진행되는 한국판 뉴딜 사업에 투입하는 예산은 국고로만 2022년까지 49조 원, 2025년까지 114조 원이다. 지자체와 민간까지 포함하면 각각 68조 원, 160조 원에 달한다.

문 대통령은 예산 투입에 따른 일자리 증가 예상치가 2022년까지 89만 개, 2025년까지 190만 개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국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국민에게 새로운 일자리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판 뉴딜을 지역으로 확산할 좋은 아이디어를 국회에서 제안해 주신다면, 정부는 여야를 넘어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역대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들의 '제도화'"도 언급했다. 4.27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을 언급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아직까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얼음판 위를 걷는 것과 같다"면서 "지금이야말로 당파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지혜를 모을 때"라고 했다.

이어 "남북관계의 뒷걸음질 없는 전진, '한반도 평화'의 불가역성을 국회가 담보해준다면 '한반도 평화'의 추진 기반이 더욱 튼튼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상 최초의 '남북 국회 회담'도 21대 국회에서 꼭 성사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다양한 입법 과제 처리를 위해 '협치'의 중요성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20대 국회의 성과와 노고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평가가 매우 낮았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가장 큰 실패는 '협치의 실패'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저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공동 책임이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성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21대 국회는 대결과 적대의 정치를 청산하고 반드시 새로운 '협치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면서 "국난 극복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바라는 국민의 염원에 부응하면서 더 나은 정치와 정책으로 경쟁해 나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했다.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재개에 대한 의지도 다시금 밝혔다. 그는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재개를 비롯해 대화의 형식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국회와 소통의 폭을 넓히겠다"며 "여야와 정부가 정례적으로 만나 신뢰를 쌓고, 신뢰를 바탕으로 국정 현안을 논의하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부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난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하고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역사적 변곡점을 함께 만들고, 함께 헤쳐나가자"고 촉구했다.

민주당, 文대통령 연설 긍정 평가…통합당은 '시무10조' 발표로 반격

문 대통령 연설에 대한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연설 중간중간 박수를 보내는 등 우호적 반응을 보였으나, 통합당은 "문 대통령의 개원 연설은 야당과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라며 실망감을 표했다.

통합당은 배준영 대변인 논평에서 "국민과 국회는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은 물론 부동산 정책과 대북정책 실패, 잇따른 광역단체장의 성범죄 의혹에 대한 대통령의 솔직담백한 사과를 기다렸으나 한 마디도 없었다"며 "국민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들은 나 몰라라 한 채, 하고 싶은 말씀만 하시면서 소통을 말씀시니 참 당황스럽다"고 했다.

통합당은 이날 오전,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통령 연설을 앞두고 기자 간담회를 열어 "작금의 국정운영 주요 현안과 관련해 10가지 사항을 공개 질의한다. 대통령께서 국민 앞에 분명하고 명확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었다.

주 원내대표가 제기한 '시무10조'는 △여당의 일방적 국회 운영이 협치 측면에서 바람직한지 △윤미향 사태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고수할 것인지 △탈핵 정책을 유지할 것인지 △부동산 정책 및 김현미 국토부장관 경질 요구에 대한 입장이 뭔지 등이었다.

또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 생각하는지와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지명 배경이 뭔지 △고(故) 백선엽 장군에 대한 예우가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한 입장이 뭔지 △추미애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대한 입장이 뭔지 △박원순·오거돈·안희정 등 여당 광역단체장의 성범죄에 대해 사과할 의향이 없는지 △내년 재보선에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여당이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고 보는지에 대해서도 주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연설 내용 가운데 협치와 부동산 대책 등은 포함됐으나, 박원순 시장이나 윤미향 의원 관련 의혹 등의 내용은 없었고 법무부-검찰 간 갈등 문제 등도 언급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본회의장 연설 후 국회의장실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여야 대표 등과 회동을 갖고 환담을 나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시정연설을 과거 어느 때보다 좋은 분위기에서 (할 수 있게) 해줘서 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감사드린다"며 "협치가 절실하다. (앞으로) 형식을 가리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협치를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환담장에서 통합당 지도부가 문 대통령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넬지가 관심을 끌기도 했으나, 문 대통령과 박 의장만 공개 발언을 했고 여야 대표는 이를 경청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대통령께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과 관련해 명확한 태도를 표명해 달라"고 공개 촉구했었다. 김 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가 '환담에서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재차 요구할 계획인가'라고 묻자 "가서 분위기를 봐야 한다"고만 했었다.

비공개 환담에서도 박 시장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환담 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문 대통령에게 "대통령이 늘 협치를 강조하시는데 민주당 행태를 보면 '독치'를 하려 하는 것 같다. 협치를 우리보고 말하지 말고 민주당에 얘기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주 원내대표는 또 자신이 "(10가지) 질의사항을 보냈다. 답변해 달라"고 하자 문 대통령이 "봤다. 강기정 정무수석을 통해 답을 주겠다"는 답을 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합당의 '10가지 질의'에 대해 "청와대는 야당의 목소리를 귀를 기울이고 있다"며 "오늘 연설에서 밝혔듯 협치의 시대를 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10가지 중) 일부는 답변을 요하는 것이 아닌 것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문 대통령 연설 이전에 앞서 본회의장에서 한 개원사에서 "상시국회가 돼야 한다. 국민이 안심하고 잠들 수 있도록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365일 불을 밝혀야 한다"면서 여야 합의 하에 국회에 '코로나 극복 경제특위'를 설치하자고 제안하고, 국회 윤리기준 제고와 '세종의사당' 설치도 역설했다.

국회 정보위원장에 전해철…민주, 18개 상임위 싹쓸이

이날 개원식에 앞서, 국회는 오전 11시 본회의에서 정보위원장에 민주당 전해철 의원을 선출했다. 지난 임시국회에서 치러진 다른 상임위원장 선거와 마찬가지로 민주당·열린민주당 등 친여 의원들만 참석했고, 재석 177인에 찬성 176인으로 전 의원이 위원장에 당선됐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여전히 '법사위원장은 야당 몫'이라는 원칙론을 내세우며 국회부의장·상임위원장 선거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제2야당이자 원내 3당인 정의당도 "정보위 선출도 민주당이 모두 독차지하는 독식 국회"라며 "지각·독식 국회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정보위원장 선출에 참여하지 않겠다"(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 이날 정의당 상무위)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야당은 오후 개원식에는 참석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오전 당 비대위 회의에서 "본회의 강제 소집, 상임위 강제배정, 상임위원장 독식 등 민주당의 '의회 독재' 행태를 보면 개원식이 가당키나 하냐는 의문이 있다"면서도 "국민이 야당에 부여한 책무가 정권과 대통령의 실패·폭정을 감시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활동하는 것이 국민 뜻에 부합한다는 생각에서 개원식에 임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주 원내대표는 기자 간담회에서 "통합당 의원들은 대통령 연설을 예의를 가지고 경청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단 그는 여당에 대해 "민주당이 말하는 '일하는 국회'는 자기들 하고 싶은 법만 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우며 윤미향 의원과 정의기억연대 관련 의혹,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등을 규명하기 위해 "국정조사와 상임위 소집 요구에 즉각 응하기 바란다"고 민주당에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연단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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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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