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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금융판 4대강사업', 결국 펀드 대란 몰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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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금융판 4대강사업', 결국 펀드 대란 몰고 왔다

[삶은경제] '엑셀, 브레이크 일체형' 금융감독체계 실패 확인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 직후 일들로 아직 우리 기억에 생생한 에피소드는 한반도대운하공약이나 못 말리는 영어사랑 이경숙 인수위원장의 '어륀지' 논란 정도다. 반면, 비슷한 시기 신문지면 한쪽 귀퉁이에 얹어져있던 이명박 당선자의 '금융감독체계 개편 의지' 같은 기사에 주목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멀쩡한 금융감독체계에 당선자가 갖고 있다는 '의지' 자체가 뜬금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금융감독체제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의 교훈을 반영해 1998년 4월 시행된 '금융감독기구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을 근간으로 했다. 크게 보면 금융정책업무는 정부(재정경제부)가, 금융감독업무는 금융감독위원회(집행업무는 금융감독원)가 담당하는 이원화 시스템으로, 국제권고도 충족하는 효과적 제도였기 때문이다. 97년 IMF사태 이전까지 제정경제원이 금융정책기능과 감독기능을 한꺼번에 쥐고 금융 산업을 관치(官治)의 독무대로 만들어, 금융산업이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금융위기를 맞았다는 반성이 녹아든 시스템이기도 했다.

금융판 4대강 사업, 2008 금융감독기구 개편

멀쩡한 강바닥을 파고 보를 막아 녹조라떼를 만들던 MB정부는 금융분야에선 집권과 함께 전광석화처럼 기존 금융감독시스템을 해체하는 일에 나선다. 이들은 기존의 감독체계가 재경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으로 분산되어 금융회사들의 불편을 유발하고, 그래서 금융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는 논리를 명분 삼았다.

금융감독원장이 합의제 심의·의결기구인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것은 금융감독의 책임성을 높이는 장치다. 기존 감독 제도가 금융회사가 불편할 이유가 되지 못했음에도 이명박 정부는 이를 트집 잡아 국제적이며 보편적인 감독시스템을 끝장냈다. 그러고는 이전까지 한국 사회가 한 번도 상상해 본적이 없던 '엑셀, 브레이크 일체형' 시스템을 금융산업에 장착한다. 이것이 바로 현재 금융위원회 체계, 이른바 통합금융감독기구의 탄생이다.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의 통합이 몰고 온 사회적 재앙

현재 시스템을 쉬운 비유로 표현하면, 자동차 가속페달(정부 조직인 금융위원회) 귀퉁이에 필요 시 사용할 브레이크(민간인 금융감독원) 버튼이 살짝 달려있는 구조에 가깝다. 금융위원회는 과거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기능과 금융감독위원회의 감독정책기능을 통합한 막강한 통합금융감독기구(금융정책과 감독을 통합한 유사 사례는 일본 정도가 언급되었다)로 탄생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업무의 집행만 자신들의 통제를 받는 하부기관인 금융감독원을 통하도록 했다. 산업의 발전을 추구하는 금융정책기능이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도모하는 금융감독기능과 충돌 없이 통합기구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이 '듣보잡' 제도가 멀쩡한 시스템을 대체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학자들과 시민단체가 예상되는 재앙들을 경고했다. 이런 방식의 금융감독체계가 현실이 될 경우 산업논리에 밀린 금융감독기능이 결과적으로는 다시 금융산업 전체의 위기로 돌아온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불행히도 우려들은 현실이 된다.

'브레이크 없는 밴츠' 에 깔려 죽는 사람들

금융위원회는 출범과 동시에 존재의 제1목적인 ‘금융산업 선진화’를 위해 자신들에게 주어진 산업진흥의 가속페달을 힘껏 밟았다. '브레이크 없는 벤츠'에 다름없는 금융위의 약진이 시작된 것이다.

셀 수 없이 다양한 영역에서 금융회사들의 불만을 샀던 규제들이 사라지거나, 국가의 책무에서 업계의 자율로 옮겨갔다. 그러자 금융산업은 금융위 의도대로 대형화, 겸업화를 통해 강자독식의 구조로 재편됐고, 금융위원회 하부기관으로 전락한 금감원은 사고처리반 수준으로 그 위상이 뒷걸음쳤다.

이런 흐름과 거의 동시에 '엑셀, 브레이크 일체형 벤츠'에 삶을 몰수당하는 국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다. 2008년 가을 키코사태, 2011년 저축은행사태, 2013년 동양그룹사태, 2014년 카드3사 개인정보유출사고, 그리고 2015년 사모펀드 규제완화 5년 만에 밀려 온 DLF사태와 사모펀드 환매중단 대란까지, 2008년 금융감독시스템 개편이후 발생한 모든 대형 금융사고의 배후에는 금융위원회의 규제완화정책과 금융감독원의 무기력한 대응이 씨줄과 날줄처럼 맞물렸다. 이렇게 MB정부의 2008년 금융감독체계 개편 정책은 금융산업 판 4대강 사업임이 입증된다.

▲현 금융위원회는 금융 감독 능력이 집중된 강력한 힘을 지닌다. 금융 정책 기능과 감독 기능이 결합됐다. IMF 사태 이전 금융 감독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제9회 정보보호의 날 기념 금융회사 최고경영자 초청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함정에 함께 빠진 문재인 정부, 금감원 탓 열올리는 미통당

4대강 사업이 보를 허물고 재자연화의 순리를 밟는 동안, 금융산업은 여전히 MB정부가 파놓은 함정에 빠져 해매는 중이다. 금융산업정책을 감독업무와 분리해 폭주기관차를 멈춰야 할 책무를 지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어쩐 일인지 이미 각종 금융사고의 공범 급으로 활동 중이다.

라임사태에서는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이 뇌물혐의로 구속됐고, 환매중단 이슈의 또 다른 자산운용사 디스커버리는 장하성 주중대사의 동생이 대표로 있다. 자산운용사 옵티머스에서 전 대표는 민주당 공천으로 국회진입까지 노리다 국외도피중이며, 이 회사 사내이사의 부인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하다 최근 사임했다. 유재수 전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전 부산시 부시장)은 자산운용사 등이 포함된 다수의 직무관련자들로부터 금품을 받았다.

금융개혁의 주체가 될 줄 알았던 권력이 만신창이로 같은 함정에 빠진 꼴이다. 한편, 미래통합당은 이 시국에도 이 모든 사태가 금융감독원 탓이라는 엉뚱한 처방을 내놓고 있다. 지난 7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윤창현 의원실 주최로 열린 '독점적 금융감독체계의 문제점과 개편 방향' 토론회는 코미디급의 처방을 내놓았다. 무분별한 규제완화로 모든 사고의 배후가 된 통합금융감독시스템의 한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금융위에 손발이 묶여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금융감독원만 질책하기 바빴다. 문제야 어떻게 되던, 지나친 금융감독이 문제라는 엉뚱한 외침만 반복됐다.

더는 미룰 수 없는 금융감독체계 개편 방향은?

문재인 정부에 더 이상의 금융감독체계 관련 개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재 금융위원회 체계가 MB정부 이후 금융산업에 뿌리내린 적폐를 청산할 기회는 다음 정권의 과제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특히 5조60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의 사모펀드가 환매중단, 즉 부도나 다름없는 사태를 맞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한국 사회가 올바른 금융감독체계 이슈에 대한 이해를 높여 개혁의 모멘텀을 만들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그 방법은 2008년 금융감독체계 개편 이후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대규모 금융사고의 배경을 정확히 밝히고, 잘못된 시스템을 바로잡는 방향은 무엇인지 따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는 7월 21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제3세미나실)에서 진행되는 '사모펀드 환매중단사태로 본 금융감독체계 개편방향 토론회'는 대단히 의미심장하다. 무분별한 규제완화로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제공자로 지목받고 있는 금융위원회가 토론에 참여하며, 2008년 금융감독체계 개편 당시 가장 분명하게 오늘 사태를 예고했던 학자(전성인, 고동원)들과 시민사회도 자리를 함께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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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현

풀뿌리신문 기자로 출발했지만 정의당에서 '노유진의 정치카페'를 기획하고 제작하면서 PD라는 명함을 얻었다. 짧은 국회보좌관 활동을 거친 뒤, 지금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에서 일한다.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는 일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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