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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70년 전 6.25 반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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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 70년 전 6.25 반복하나

[기고] 남북 합의 이행으로 전쟁 피하고 공존의 길 찾아야

스탈린의 음모와 트루먼의 미일 재무장 전략, 한반도 전면전쟁

한국전쟁은 북진통일과 국토완정을 외친 남북의 정치 지도자들의 무력에 의한 분단을 해소하려는 내전으로 시작되어 6.25를 기점으로 남북 전면전으로 확전됐다. 김일성과 박헌영은 북측이 남진하면 이승만에 분노한 민중들이 봉기를 일으킬 것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에 이들은 1949년 스탈린과 마오쩌둥(毛澤東) 등에 개전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마오쩌둥은 신중국 건국 이후 외세의 제국주의적 군사점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스크바에 3개월이나 머물면서 스탈린에게 만주 철도, 뤼순 군항의 반환을 요구했다. 스탈린은 유럽에서 트루먼의 마셜플랜으로 친미적 분위기에 압박을 받으면서, 자력으로 혁명과 통일을 성취한 마오쩌둥에게도 압박을 받는 형세가 되었다. 이러한 국면에서 스탈린은 미중 양측에 싸움을 붙여서 안전과 패권을 담보할 목적으로 1월 김일성의 개전 요구를 수용했다. 스탈린의 개전 준비는 미국과 중국이 모르게 진행됐다.

국방연구원 권영근 박사가 번역하여 소개한 리처드 쏜튼 교수(조지 워싱턴대)의 <강대국 정치와 한반도>에 따르면, 트루먼 대통령과 미국 정부는 이러한 스탈린의 움직임과 38선에서의 개전을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포착하고 있었다. 그리고 트루먼은 미국과 일본의 재무장과 군비 400% 증액에 스탈린과 김일성의 공모를 이용할 계획을 세웠다.

개전 이전에 이미 낙동강 방어선 구축, 인천상륙작전,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개최 등 작전계획이 완성됐다. 1949년 7월 주한미군 철군 이후에도 700여 명의 미 군사고문단이 남아서 스탈린과 김일성의 움직임에 대응하고 있었고, 1950년 3월 트루먼이 스탈린과 김일성의 공모를 정확히 알고 대응전략에 들어갔다고 한다.

스탈린 역시 미국 국무부 등 심어둔 영국계 소련 스파이에 의하여 핵기술만 절취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한반도와 일본 전략을 소상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출신 등의 미국, 캐나다에서 활동하던 영국 출신의 소련 스파이들의 이야기는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통하여 이미 많이 소개됐다.

쏜턴 교수는 장진호 전투와 흥남철수작전, 1.4후퇴 역시 전쟁상황과 무관하게 미국 국내적 군비 증액을 위하여 결정되었다고 증명하고 있다. 장진호 전투의 경우 중국군을 생포하여 작전을 입수하고도 중국군이 참전하지 않고 있다는 의도적 허위사실이 유포됐고, 나중에 맥아더는 정확한 중국군 참전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기도 했다. 중국군 참전 유인은 스탈린의 음모와 계략이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트루먼도 중국군 참전을 유도하고 있었다. 중국군의 인해전술이라는 미국 내 홍보전략도 만들어졌다. 당시 종군기자들은 있지도 않았던 중국군에 대하여 '미군은 유령과 싸우고 있다'고 말했었다.

트루먼 대통령과 애치슨 국무장관은 한국에서 제한전쟁을 통하여 질질 시간을 끌었다. 하지만 이들의 재무장과 군부확장을 이해하지 못한 맥아더 총사령관은 제2차 대전의 태평양 전선과 같이 전쟁을 조기에 끝내고, 만주로 진출하는 것까지 시도했다. 트루먼은 맥아더를 정치 군인이라는 누명을 씌워 전역조치했고, 2년 동안 판문점에서의 담판과 한반도 38선을 중심으로 한 전투를 지속하면서 전쟁을 질질 끄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이러한 내용은 <내일신문>에서 김기수 기자가 한국전쟁 70주년 기념특집으로 핵심사안을 연재하고 있다.

강대국의 '전략적 묵계'와 한반도의 냉전반공주의

트루먼 대통령과 애치슨 국무장관 등 전쟁지도부는 제2차 대전 이후 냉전이 시작되면서 연합국이 적으로 변화하는 전략적 변환국면에서, 급속하게 군과 군산복합체를 유지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개전을 암묵적으로 인정했다. 실제 한국전쟁으로 미군은 3년간 군비를 4배로 증가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를 정리하면 한국전쟁은 미소 지도자들의 '전략적 묵계'(默契)와 어리석은 한반도의 무력통일을 기도한 호전적 정치지도자들의 타협의 산물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패전과정에서 도쿄의 대본영과 조선총독부는 조선 분단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미군측에 수용하도록 하는데 주력하였다. 이후 미국에 점령된 일본 정치지도자들은 도쿄와 오키나와에 주둔한 미군 장성들에게 남한에 공산주의자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며 냉전반공주의를 주입하고, 한반도 분단을 유지시켜야 한다는 논리를 강조했다.

분단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글로벌 냉전, 남북 냉전, 한국사회 내부의 냉전 구조속에서 우리는 냉전반공주의라는 독특한 사이비 이데올로기를 신봉하며, 우리 스스로 미일-중소 냉전의 최전선을 자임하기도 했다. 냉전 구조하에 잘못된 전쟁으로 평가받는 미국-베트남 전쟁에, 우리 지도자는 주도적으로 참전하여 국내외적으로 많은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이런 가운데 1960년대 후반부터 미중소 대국간 데탕트 분위기 속에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마오쩌둥은 소련의 핵위협에서 벗어난다는 점을, 닉슨은 패배가 확정된 베트남에서의 명예로운 철수를 전략적 목표로 하였다.

그런데 저우언라이(周恩來)와 키신저는 세계 전략을 협상하면서 주한미군 철수까지 이야기했고, 저우언라이는 이를 김일성에게 전달했다. 박정희는 당시 미국을 위하여 국내적 비난을 감수하며 한국의 젊은이들이 베트남에서 피를 흘리는 것을 감내하고 있었지만, 한국과 협의 없는 주한미군 철수라는 강대국의 정치를 본 뒤, 자주국방과 안보를 위해 핵과 장거리 탄도 미사일 개발을 결정했다.

베트남 통일은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전략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1979년 1월 미국과 중국은 국교를 수립하면서, 새로운 '전략적 묵계'를 맺었다. 덩샤오핑(鄧小平)은 마오쩌둥의 혁명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미국의 자유주의 글로벌 질서라는 공공재 안에서 경제성장을 선택했다. 미국은 중국이 자유주의 글로벌 질서 안에서 미국의 가치를 수용할 것으로 기대를 하였고, 중국은 미국적 질서안에서 경제성장을 하면서도 중국적 가치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전략적 묵계는 사실상 동상이몽 시대의 개막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지난 40년 간 냉전의 해체, 탈냉전, 9.11테러를 배경으로 미중 협조가 잘 이루어졌고, 미중 양국은 정치적, 경제적, 국제적 상호번영을 누리는 시기를 구가했다. 이러한 배경하에 대한민국 역시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번영을 진보시켰지만, 유독 '남북 분단' 구조의 해체는 시도해서는 안되는 강대국 정치의 전략적 묵계의 영역으로 남겨져 있었다.

▲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평화의 설계와 정상합의 미이행'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으로 한반도 협력이 시도됐다. 이후 보수정부는 남북 가치와 체제대결이라는 오래된 해법을 다시 제안했다. 북한은 2017년 제6차 핵실험과 화성 15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실험에 성공하며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미국은 이런 기회를 포착, 항공모함과 전략폭격기, 핵 탑재 잠수함 등 다양한 감시자산 등을 동원하며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진행했고 사드 배치도 달성했다. 유엔 안보리는 역사상 최강의 대북 제재안을 결의하였고, 미군은 한국에 단독개전을 하겠다고 압박까지 하는 상황이 됐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북한을 명분으로 자신들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인식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 대결의 악순환 구조가 재연됐고, 또 다시 한국 지도자들이 충실하게 선봉에 선 것이다. 물론 한국전쟁 때와 마찬가지로 미군과 군산복합체의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비핵화, 제재완화, 대화를 통한 평화협정과 관계 개선의 선순환 구조로 핵과 한미 연합 군사 훈련과 제재의 악순환 구조를 차단하겠다는 햇볕 정책을 다시 꺼내들었다. 실제 2018년 4.27 판문점 정상회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9.19 평양 남북정상회담 등을 통하여 분단구조를 극복하는 큰 걸음을 내디뎠다. 그런데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고, 그 이후 한반도 평화 회담과 정상 간 합의 이행은 중단됐다.

그 사이에 다양한 경로를 통해 2018년 하반기 남북 철도‧도로 조사와 2019년 상반기 타미플루 대북 지원 등에 유엔사령부의 방해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더불어 2018년 11월에는 한미정책 공조를 목표로 한미워킹그룹이 설치됐다. 이는 초기에 미국 측 정책결정자들의 한반도 이해를 넓히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이와 반대로 '총독부'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터져나오게 됐다.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우리 정부는 북측의 대화노력 부족과 한미워킹그룹, 유엔사와 같은 미측의 방해를 비판하기도 하였다. 상반되는 양측(소위 말하는 동맹파와 자주파) 주장을 보면, 정확하게 진실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한미 워킹그룹은 정책공조를 위한 좋은 기능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힘의 불균형에 따라서 미국이 한국을 압박하는 기구로 변화하고 있다고 요약할 수 있다.

2020년 6월 북측의 과격한 대남 공세가 전개되고, <로동신문> 등 북측 매체는 대북 전단 살포, 그리고 4.27 판문점 합의와 9.19 평양합의의 미이행을 비난하는 담화를 게재하였다. 그리고 6월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기도 했다. 전단 살포 문제는 2000년 6.15 정상회담, 2007년 7월 합의, 2012년 11월 비밀합의, 2014년 11월 비밀합의, 2018년 판문점 선언 2조1항 등에 의하여 남북이 약속한 사안이다.

▲ 17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16일 개성에 위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로동신문

전단 살포 합의이행은 미국측과 협의가 필요한 사안도 아니고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준수한 사안이었기 때문에, 북측 입장에서 문재인 정부의 합의 이행 의지와 능력을 심각하게 의심하게 만드는 사안이기도 했다. 북측은 남측의 대응을 보면서, 자신들이 군사행동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는 모든 판을 깨는 심각한 조치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인민군 총참모부는 17일 대변인 발표를 통해 금강산 관광지구 및 개성공단에 군부대 전개, 비무장지대에서 철수한 감시초소 복원, 접경지 포병부대 증강 및 군사훈련 재개, 대남 전단(빠라) 살포 등 네 가지 대남 군사 조치를 발표했다. 그런데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당 중앙군사위 예비회의에서 군사행동을 보류하겠다고 결정했다. 이는 사실상 군과 인민에 대한 통제를 실시하며, 남북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신호로 보아도 좋은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측의 이같은 방향 전환에는 우리 정부의 전단 살포 방지 대책을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해석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더불어 22일 공개된 볼턴 보좌관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창의적 해법과 미국 설득을 위한 악전고투, 미일 극우세력의 방해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이 역시 김정은 위원장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론된다.

볼턴 회고록의 한국 관련 부분만을 검토하여 강대국 정치의 구조로 확장하면, 미국 우파의 한반도에 대한 인식은 한국전쟁 당시 개전을 묵인했을 때와 다르지 않다. 또 미국 우파는 여전히 일본 우파에 상당한 영향력 아래에 있다. 이밖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강대국의 보수 정책결정자들을 설득해야 하는 난제라는 것을 볼턴의 회고록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6월 북측의 대남 과격 담화와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우리 정부에게 전단살포 방지대책을 포함한 남북 정상 합의 이행 방안에 대해 조속한 답을 달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한미관계의 맥락에서 본다면, 볼턴 회고록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는 미국 강경파들과 상당한 긴장을 각오해야 하는 사안이므로, 고도의 정무적 판단이 요구되는 문제가 된다.

지정학적 충돌 국면, 한반도는 또다시 냉전의 전초기지를 선택할 것인가

이 글의 주제인 '강대국 정치와 한반도'로 다시 돌아가 보도록 하자. 1979년 1월 미중 전략적 묵계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첫째, 미중 전략 경쟁이 격화되는 시기로, 현재는 통화, 무역, 기술 등을 둘러싼 경쟁이 격화되는 시작점으로 미국의 경제 분야 공세에 중국이 전략적 방어를 유지하는 단계라는 주장이 있다. 신중국 건국 100년이 되는 2049년이 되어 미중 간 전략적 균형이 이루어지면 본격적인 패권 투쟁이며,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둘째, 미중 신냉전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주장이다. 미중 사이에 미소와 다른 다양한 연루가 되어있어서 과거 냉전과는 다른 양상이 있으나, 실제로는 심각한 수준으로 미중 사이에 차가운 전쟁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셋째, 미중 전략적 공모가 지속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트럼프와 시진핑(習近平)은 자신들의 정권 안보를 위하여 적대적 공존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볼턴 회고록에도 이러한 내용이 있다. 트럼프가 시진핑에게 재선을 도와달라며, 자신을 지지하는 농업벨트의 콩과 밀을 대량 수입할 것을 요구했다는 부분이다.

강대국 정치의 한반도 전략은 전략적 묵계로서 현상유지를 통한 자신들의 군비증강이었다. 이는 북한과 대화를 방해하는 볼턴의 북한 선제공격론과 상당히 유사한 논리구조를 가지고 있다. 스탈린은 미국과 중국을 한반도라는 수렁텅이에 몰아넣어 자신들의 패권유지를 하려고 개전이라는 음모를 짰고, 트루먼은 미국과 일본의 재무장과 군비증액을 목적으로 이러한 음모에 전략적으로 넘어갔다.

최근 미중 관계가 한반도가 1950년대를 연상시키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와중에 우리의 많은 언론 주도층들은 어느 방향으로 미중관계가 흐르던 간에 한반도가 가치동맹에 중점을 두고 미중 갈등의 최전선에 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1950년 호전적인 정치지도자들의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과정을 연상시키고 있다.

우리는 지난 40여 년 간 미중 협조 구도에서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적 번영을 일구어냈다. 탈냉전 분위기속에서 독일은 통일을, 베트남은 미국과의 수교를 달성했다. 미중 경쟁국면에서 강대국은 우리와 같은 중견국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데, 이런 국면에서 우리가 전략적으로 선택을 회피하고 우리 스스로의 운명을 선택할 수 있는 정책공간이 줄어들고 있다. 임진왜란, 청일전쟁, 러일전쟁, 한국전쟁과 같은 국면에서 강대국 정치에 우리가 희생된 경험이 연상된다. 미중 냉전의 시작이든 전략적 묵계가 연장되든, 한반도가 더 이상 강대국 정치의 희생이 되지 않는 책략을 고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 ⓒSimon & Schuster

볼턴 회고록을 보면, 미국 내 분위기상 남북 정상 합의를 이행하도록 허락할 가능성은 상당히 적다고 보여진다. 북측도 미국과 비핵화 협상이 더이상 진전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핵보유국으로서 한미동맹에 대응하여 북중동맹을 강화하면서, 미중 갈등을 부추길 가능성이 대두될 것이다.

이는 우리 스스로가 1950년과 같이 스스로 강대국의 대리전을 하겠다는 선택할 수 없는 선택지를 선택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것으로, 과거의 불행한 전쟁을 재현하는 것과 같다. 미중경쟁과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글로벌 정치 행위자로서 국가가 강화되고 있고, 지정학적 충돌의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

정상 합의의 이행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재설계

평화를 위한 선택지가 많아 보이지는 않지만, 좌초위기에 놓여있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서 남북 정상 간 합의 이행이 그나마 남은 차선책이라고 볼 수 있다. 강대국의 극우세력 방해와 남북에 여전히 남아있는 분단 편익 세력의 방해를 한꺼번에 넘어설 수는 없겠지만,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단계적 이행 방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이유로 남북협력이 제한을 받는 상황에서, 북미 핵협상과 남북협력을 분리하여 운영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미국 대선 국면에서 핵협상을 진전시키는 것은 상당한 한계가 있으므로, 북측의 안전보장 불안을 어느 정도 해소할 필요성이 있다.

새롭게 구성될 외교안보라인은 남북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과 북미 대화에 넘길 분야 등 평화프로세스의 이행방안을 재설계하고, 구체적인 이행 과정과 일정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첫째, 금강산관광, 개성관광, 도로철도 연결, 산림협력 등 합의사항을 △전략적으로 즉시 이행 가능분야 △미국을 설득하여 중기적으로 이행할 분야 △유엔 안보리 결의안과 연동해서 이행해야 하는 분야로 분류하고 북측에 이행 방안을 제출할 필요가 있다.

둘째, 다수의 한국 국민을 분노하게 하고, 한미 동맹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 유엔사와 한미 워킹그룹의 성격, 활동방향 등을 재설계할 필요성이 있다. 유엔사가 실효지배하고 있는 비무장지대는 대한민국의 군사주권 지역이다. 유엔사의 실효지배 목적은 남북 군사적 충돌방지를 목적으로 한다. 남북군사충돌 방지라는 목적을 넘어서서, 한국이나 제3국 주민들의 출입을 한국 정부가 판단하도록 한국의 주권을 절대적으로 존중하여야 하고, 특히 제재단속기관이 아니라는 점에서 실효지배의 본래목적에 충실해야 한다. 즉 대한민국 주권과 유엔사 실효지배 사이에 정확한 개념규정을 다시 할 필요성이 있다.

한미 워킹그룹은 한미 정책 공조를 위하여 출범한 임시조직이다. 한미 워킹그룹은 다수의 관련기관이 협의할 수 있는 효율성과 강대국의 중견국 내정간섭이라는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한미 워킹그룹은 좀 더 투명하고 동맹을 상호 존중하는 의사 결정 과정을 통해 더 이상 한국국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한미 동맹을 훼손한다는 인식을 불식시키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 이 기구도 역시 본래 정책 목표에 충실하게 재설계되거나 혹은 기구를 폐지할 필요성이 있다.

사이좋은 이웃하자 : 통일에서 평화협력으로 패러다임 전환

셋째, 사이좋은 이웃하자. 6.25 70주년 기념행사의 대통령 연설 주제가 '남북이 사이좋은 이웃하자' 였다. 남북 간 체제 경쟁을 끝나고,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를 넘어 일단은 평화공존을 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볼턴 회고록에서 일본과 미국의 보수들이 문재인 정부의 통일아젠다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인식하고 방해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구성주의는 어떻게 인식하냐에 따라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시 설명하면, 유럽통합과 독일통합도 유럽공동의 집이나 석탄철강공동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이는 칸트의 세계가 모두 친구라는 전제에서 내가 상대편을 환대하면 상대편도 언젠가는 나를 환대한다는 개념을 기반으로 하는 아이디이다.

스탈린, 트루먼, 볼턴, 일본 우익들은 만인에 대한 만인에 투쟁이라는 홉스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가치동맹이라는 허구를 만들어 한반도 분단을 영구화하려고 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이좋은 이웃하자는 홉스적 발상을 칸트적 발상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이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재설계를 요구하는 큰 숙제다. 따라서 유럽공동의 집이라는 상호협력의 칸트적 발상에 따라 남북이 공동의 집을 짓는 재설계를 할 필요성이 있다.

통일부, 통일연구원, 통일교육원 등 통일아젠다를 실행하는 기구들을 남북 평화 협력을 위한 기구로 명칭, 기구, 활동 등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독일 통합 과정에서도 서독은 통일을 배제했고 실제로 대독부, 즉 협력부가 큰 역할을 했다. 체제 경쟁을 지양하고 통일에서 평화 공존이라는 정책 아젠다로 전환을 한다면, 남북이 할 수 있는 협력 사업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여진다.

통일부 등 정부 주도의 남북협력 사업의 주체가 지자체, 기업, 종교계, 시민단체, 학계 등으로 다원화될 수 있다. 다소 무질서하고 무차별적이지만 명분과 실리 면에서 상당한 효율성이 재고될 것으로 전망이 된다. 또한 통신, 통행, 통상이라는 소삼통(小三通)이라는 남북 협력의 선순환 구조를 창출할 수 있다.

우선 통신분야에서 현재 일부 전문가들만 보고 있는 북측 <로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 등과 같은 매체를 먼저 개방하고, 북측도 우리 매체 개방에 호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또 남북 도로와 철도를 연결하여, 서울-파주-개성-평양-신의주/라진-단동/선양/베이징-하산/블라디보스톡/파리, 베를린 등으로 통행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동서독에서도 베를린과 서독 사이의 도로망의 협력상징이 되었었다. 유엔사 문제도 역시 남북 충돌방지를 목적으로 실효지배한다는 측면에서 우리정부도 유엔사가 통행의 자유를 거부할 수는 없는 논리를 제공할 필요성이 있다.

6월 29일 중국 훈춘에서 화물열차가 출발하여 러시아 하산을 거쳐 북한 두만강역에서 도착했다. 철도와 도로 연결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 사안이 아니고, 북중러는 철도협력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중러 철도협력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는 기관은 들어본 적이 없다. 동일사안인데 남북 도로철도 연결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만약 유엔사와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 교류를 반대한다면, 먼저 서울-파주-중국 단동을 경유하며 북측 철도와 도로를 이용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일정한 성과가 나타나면 미측과 협의하여 남북 혹은 남북중러 철도와 도로를 이용하는 단계적 접근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통상에 있어 남북은 개성공단을 통해 상호 이익을 공유한 경험이 있다. 미국이 공단 재개를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먼저 유엔 결의안을 준수하면서 그 외에 인도주의적 분야와 민생분야에 대하여 남북 기업인들의 상업활동을 무제한적으로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 정부가 소삼통 분야에 있어서 현재 우리국민의 북한 방문 제한조치와 북한 매체 접근 제한 조치 등에 대한 조치를 선언한다면 남북 교류협력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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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박종철 교수는 북한문제로 일본 토호쿠대학 법학연구과 석사와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박사를 취득했습니다. 현재는 북중관계를 중심으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학술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으며 흥사단 도산통일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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