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그들' 앞에서 우리는 사람이 아닌 존재였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그들' 앞에서 우리는 사람이 아닌 존재였다"

최숙현 선수 동료들, 가해자 엄벌과 운동선수 인권 보장 환경 마련 촉구

"저희는 고 최숙현 선수와 함께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생활을 한 동료 선수입니다. 그동안 보복이 두려웠던 피해자로서 억울하고 외로웠던 숙현이의 진실을 밝히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었으며,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상습적인 폭언과 폭력이 당연시되어 있었습니다."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로 뛰었던 고 최숙현 선수의 경주시청 팀 동료가 감독과 주장, 팀 닥터의 폭언, 폭행으로 인한 피해를 증언하며 가해자 엄벌과 체육계 부조리 시정을 촉구했다.

최 선수의 팀 동료들은 6일 국회에서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 주관으로 추가 피해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위와 같이 말했다. 선수들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의 감독, 주장, 팀 닥터를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 가해자로 지목했다.

고 최숙현 동료들 "24시간 폭력과 폭언에 노출돼 있었다"

A 선수는 "감독은 숙현이와 선수들에게 상습적인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뺨을 신발로 때린 일, 탄산음료를 먹었다는 이유로 20만 원어치 빵을 사와 새벽까지 먹고 토하고를 반복하게 한 일, 견과류, 복숭아를 먹었다, 설거지를 하지 않았다는 등 이유로 폭행한 일 등 감독이 최 선수에게 한 가혹행위를 증언했다.

A 선수는 "가혹행위는 감독만 한 게 아니었다"며 "팀의 최고참인 주장은 항상 선수들을 이간질하며 따돌림을 시키고, 폭행과 폭언을 통해 선수들을 지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A 선수는 "주장 앞에서 저희는 사람이 아닌 존재 되는 것 같았다"며 "같은 숙소 공간을 쓰다 보니 훈련시간 뿐만 아니라 24시간 주장의 폭력과 폭언에 노출되어 있었고 제3자에게 말하는 것도 계속 감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B 선수는 "훈련을 하면서 실수를 하자 주장이 물병으로 머리를 때리고 고소공포증이 있는 저를 멱살을 잡고 옥상으로 끌고 데려가 '뒤질 거면 혼자 죽어라'며 뛰어내리라고 협박해 잘못했다고 살려달라고 사정까지 했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이밖에도 △ 감기몸살 때문에 훈련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른 선수를 시켜 각목으로 폭행한 일 △ 골절로 반깁스를 해 운동을 못하게 되자 주장이 '꼴보기 싫다.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해 웨이트장과 창고에 숨어 지낸 일 등 주장이 다른 선수들에게 한 가혹행위를 증언했다.

팀닥터에 대해서도 "치료를 이유로 가슴과 허벅지를 만져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숙현이 언니를 '극한으로 끌고 가서 자살하게 만들겠다'고 했다"는 등의 증언이 나왔다.

선수들은 경찰이 최 선수 사건을 소극적으로 조사했다는 말도 꺼냈다. B 선수는 "경주경찰서 참고인 조사에서 담당 수사관은 '최숙현 선수가 신고한 내용이 아닌 자극적인 진술은 더 보탤 수가 없다'고 일부 진술을 삭제했다"며 "'어떻게 처리될 것 같냐'고 묻자 '벌금 20~30만 원에 그칠 것'이라고 말하며 '(따로) 고소하지 않을 거면 말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B 선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발 디딘 팀이 경주시청이었고 감독과 주장의 억압과 폭력이 무서웠지만 쉬쉬하는 분위기에 그것이 운동선수들의 세상이고 사회인 줄 알았다"며 "지금이라도 가해자가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처벌이 제대로 이뤄져 모든 운동선수의 인권이 보장되는 환경이 구축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B 선수는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 유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숙현 언니와 함께 용기 내어 고소를 하지 못한 점에 대해 숙현 언니와 유가족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가해자 징계 논의 예정

최 선수는 지난 6월 26일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문자 메시지를 남기고 부산 숙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은 최 선수가 전 소속팀 경주시청에서 지도자와 선배들의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세상을 떠나기 전 고인은 지난 2월 경주시청에 감독과 팀닥터, 선배를 신고했다. 3월에는 검찰, 4월에는 대한체육회에도 신고가 들어갔다. 하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까지 최 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해당 사건은 대구지검이 조사 중이다. 이와 별도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도 진상조사에 들어가 있다.

이날 오후 4시에는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열린다. 공정위는 협회 규정상 지도자, 선수, 심판, 임원의 폭력 수위가 중대하다고 판단하면 3년 이상 출전정지, 자격정지 또는 영구제명 조처를 할 수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