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전례없는 생태위기의 일부로 보는 이들이라면 대체로 '더 근본적 파국인 기후위기가 다가온다'는 명제에도 동의할 것이다.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가 2018년 인천 송도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혁명 이후 현재까지 섭씨 1도가량 상승했다. 1도 더 오르면 기후위기 파국을 되돌리긴 불가능하다. 추가 상승폭을 2040년 이전까지 0.5도 이내로 막아야 한다. 남은 시간은 운동가들에 따르면 길어야 10년이 되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배출한 온실가스가 10년 후 대기에 누적돼 기온을 상승시키므로, 이전에 배출량을 줄여야만 하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지금의 탄소 배출 지구 시스템을 통째로 뜯어고쳐야 한다. 그러자니 당장의 경제 문제, 일자리 문제가 밟힌다. 따라서 이어지는 문제의식이 나온다. 가능한가? 대안으로 각국이 그린뉴딜을 거론한다. 다시 질문이 이어진다. 가능한가?
이 같은 질문은 '경제가 성장해야 우리 삶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자본주의 성장 철학을 내재했다. 이제 이 같은 시각 자체를 틀어야만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린뉴딜이야말로 우리 삶을 최대한 온존하면서 기후위기에 대응할 가장 효과적 방법"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30일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이 주최한 웨비나 '기후위기 대응, 왜 그린뉴딜인가' 집담회에 참석한 이들은 기존 성장주의적 사고를 근본부터 바꿔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린뉴딜이야말로 지금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집담회에는 권오현 해줌 대표, 김병권 정의당 정책연구소장, 홍기빈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장이 참석했다.
"그린뉴딜이 가장 현실적 대안"
김병권 소장은 한국의 탄소배출량이 줄어든 과거 시기를 언급하며, 그린뉴딜이야말로 고통을 최소화할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린뉴딜은 대대적인 전환을 전제한다. 한국 정부도 다음 달 중 그린뉴딜 세부 사항을 밝힐 예정이지만, 아직 바람직한 그린뉴딜이 무엇이라는 최소한의 합의 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녹색성장과 그린뉴딜이 다른 게 무엇이냐는 지적이 이어지는 게 증거다.
홍기빈 소장은 근본적 철학부터 굳건히 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즉 자본주의적 성장중심 철학을 버리고, "사람과 자연이 화해해 '더 좋은 삶'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패러다임으로 우리 사회가 이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홍 소장은 이 같은 전환을 이룰 방법은 단 하나, 결단뿐이라고도 전했다.
에너지 전환, 시민이 주도해야
바람직한 그린뉴딜을 위해 과거 정부가 주도하던 방식을 극복하고, 시민 참여 공간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병권 소장은 그린뉴딜 역시 기본적으로 국가 단위의 프로젝트며, 정부가 녹색 산업 생태계 초기에 대규모 투자와 지원에 나설 필요성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이 중앙 정부의 계획을 현실에 실행하는 데는 중앙 정부보다 지방 정부, 기업, 시민이 더 주도적으로 역할을 찾을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특히 서구의 경우 이미 50%가량의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데도 재생에너지에 관한 불만의 목소리가 적은데, 태양광과 풍력 발전 비중이 2% 수준에 불과한 한국에서는 벌써부터 잡음이 큰 원인으로 시민 참여 배제를 꼽았다. 관이 일방적으로 주도하고 시민은 배제되는 개발 방식은 주민 수용성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어, 오히려 전환 효율을 더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이미 재생에너지 발전 효율이 충분히 올라온 만큼,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그린뉴딜에 투자해야 한다는 현장 기업인의 목소리도 나왔다.
권오현 대표는 "이미 태양광 발전 단가는 10년 전의 5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고, 한국의 태양광 발전 용량이 매년 1기가와트씩 증가하고 있다"며 "발전 축의 전환과 주민 참여 보장, 난개발 방지를 위한 정부 역할"을 요청했다.
권 대표 역시 시민 참여 공간 보장을 정부에 요구했다. 권 대표는 "독일의 경우 재생에너지 발전 소유 주체의 90%가 주민이나 조합이고 발전사의 비중은 10%대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정반대"라며 "시민이 참여하고, 발전 효율을 직접 체감하도록 해야 주민 수용성이 커진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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