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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언유나이티드 스테이츠'...분열된 제국의 다음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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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언유나이티드 스테이츠'...분열된 제국의 다음 선택은?

[김광기의 '인사이드 아메리카'] 제국이 그들의 배를 불리는 방식 18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건드린 뇌관: 캘리포니아는 국가이고 싶어!

영국의 역사학자 제임스 브라이스(James Bryce: 1838~1922) 자작(子爵)은 1887년에 쓴 <미연방(The American Commonwealth)>에서, 캘리포니아는 "많은 측면에서 전체 연맹 중에서 가장 월등하고, 그 어떤 주보다 세계에서 홀로 우둑 설 수 있는 위대한 나라의 성격을 지녔기에 내가 기꺼이 거주하고픈 주"라고 썼다.

그런 존재감과 자신감에 발로인지는 모르겠으나 코로나19 이후 캘리포니아가 미심쩍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주지사인 뉴섬(Gavin Newsom)의 입에서 미합중국주의자라면 귀에 거슬릴만한 말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캘리포니아를 '주'(state)가 아닌 '국'(nation)이라고 입버릇처럼 되뇐다. 그의 표현으로는 '캘리포니아국'(California nation-state)이다. 원래부터 트럼프와 각을 세우고 있는 뉴섬 주지사가 코로나 이후 무능하고 무책임한 트럼프의 코로나 대처에 열불이 나서 트럼프에게 더 날을 세우려 그러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어쨌든 주지사가 저런 말을 자주 입에 오르내린다는 것에 많은 매체가 주목하고 있다. 이것이 부담스러웠는지 뉴섬 지사는 4월 13일 자신의 발언은 세계 5위의 경제와 미국의 20여 개 주를 합한 수 보다 많은 인구를 지닌 캘리포니아의 "규모와 범위"를 감안해 한 발언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며 한발 물러섰다.(관련 기사 : <뉴욕타임스> 4월 14일 자 'Is California a Nation-State?')

그러나 바로 그 규모와 범위에 있어 존재감을 갖고 있는 캘리포니아의 주지사가 한 발언이기에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만은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게다가 이것을 필두로 해서 불길한 조짐들이 여기저기서 보이고 있는 미국이기에 그렇다. 그 불길한 조짐이란 바로 분열이다. 미합중국(The United States of America)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의 분열된 모습이 현재의 미국이다. 그래서 나는 이 모든 것을 고려해 미국을 '미분열국'(The Un-united States of America)로 부르고 싶은 강한 유혹을 느낀다.

이참에 갈라서자

2001년부터 <로스앤젤레스타임스>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스티브 로페즈(Steve Lopez)는 지난 4월 다음과 같은 인상적인 제목의 칼럼을 썼다. '코로나로 한 가지 분명해진 사실: 이참에 갈라서자'(☞ 관련 기사 : <로스앤젤레스타임스> 4월 22일 자 'Column: The coronavirus pandemic has made one thing perfectly clear: It’s time to split the country') 글의 요지는 간단하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미국이 민낯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리는 지도자('트럼프'를 가리킴)와 미국인들이 즐비하다. 그걸 계속해서 보는 것도 이젠 지긋지긋하다. 더는 못 버티겠다.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젠 때가 된 것 같다. 연방을 해체하고 각자 갈라서자. 50개 주를 성향에 따라 3개 또는 2개로 나누자. 3개의 국가로 나눈다면 다음과 같이 이름 지으면 될 것 같단다. '미국 우선공화국'(The Republic of America First: 트럼프의 외교정책 노선 '미국 우선주의'를 빗댄 것), '신과 총의 연방'(The Commonwealth of God and Guns: 보수주의자들을 지칭한 것), 나머지 하나는 '오합지졸연합피난처'(The Federated Sanctuary of Huddled Masses: 구심점 없는 진보주의자들을 일컬음)로 맨 뒤는 자신이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에 수도가 위치했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어쩌면 저렇게 이름을 그럴듯하게 지었을까. 그러면서 당장 3개로 나누는 것이 어려우면 이른바 '레드 스테이트'(공화당 지지 우세 주)와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지지 우세 주)로라도 나뉘었으면 좋겠다며, 이참에 확실히 이혼장에 도장을 찍자고 역설한다. 그러면서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변죽을 울리고 슬쩍 빠졌던 그 "캘리포니아국"를 아예 공식화하자며 칼럼을 맺는다. 미연방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해서 따로 살자는 것이다.


▲ 전례 없이 민주당과 공화당의 양쪽 진영으로 나뉜 미국. 그래서 이 진영에 속한 주들끼리 따로 분리하자는 정서가 팽배해 있는 작금의 미국이다. <애틀랜틱> 기사 갈무리.



유력 매체의 사설이 저렇게 나왔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지금 미국이 정치적으로 완전히 상대방을 적으로 규정할 정도로 감정의 골이 깊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방에 대해서는 신물이 날 정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아예 '쿨'하게 갈라서자는 말이 나올 터.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마스크가 가른 미국 정치 지형

1768년 필라델피아의 변호사이자 정치가였던 존 디킨슨(John Dickinson, 1732~1808)이 남긴 유명한 말이 바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by uniting we stand, by dividing we fall)이다. 그 뒤 독립운동의 웅변가인 패트릭 헨리(Patrick Henry, 1736~1799)와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 1809~1865)이 그 말을 인용해 유명한 연설을 한 뒤, 경구가 되다시피 한 저 문구는 250여 년이 지난 지금 거꾸로 사용될 정도로 색이 바래버렸다. 왜냐하면 이제는 "뭉치면 죽고, 흩어져야 산다"(Divided we stand, united we fall)라는 말이 더 많이 회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 '확실히 갈라지자. 그게 우리가 사는 길'이라는 제목의 <뉴욕매거진> 기사 갈무리.



그 정도로 지금 미국은 절망적으로 분열되었다. 물론 미국은 여러 인종이 모여 사는 소위 '인종의 도가니'(melting pot)이니만큼 생각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정치색이 달라 서로 갈등하고 증오하고 싸우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그때마다 디킨슨이 남긴 저 말처럼 통합해서 위기의 고비를 넘기곤 하였다. 그러나 앞서 내가 여러 번 지적했다시피 이번엔 양상이 많이 다른 것 같다.

어쨌든, 역사적으로 볼 때 미국은 대선을 끼고 크게 3번의 거대한 분열의 양상을 보였다. 1860년 대선을 앞두고 미국은 노예제의 장래를 두고 싸웠다. 그것은 남북전쟁으로 이어졌다. 1932년 대선에서는 대공황의 대처방안을 놓고 진영 간의 대립이 격화되었다. 1980년 대선에서는 경제에서 정부의 역할을 두고 진영 간의 심한 갈등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 2020년 대선이다. 이번엔 무엇을 놓고 진영 간 대립이 벌어지고 있을까? 힌트는 코로나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대번에 답을 댈 수 있었을 것이다. 답은 마스크다.

그런데 그 이야기에 앞서, 어떤 이들은 코로나 사태와 조지 플로이드로 많은 사람들이 시위에 나오는 걸 보면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진영 간의 극심한 대립)가 깨진 것 아니냐는 견해를 피력할 수도 있다. 미국의 정치매체 <더힐>이 그런 분석을 냈다. 전통적인 트럼프 지지층인 백인 가톨릭교도들의 지지가 지난 3월에는 60%였는데 코로나를 거치면서 37%로 떨어진 것을 두고 코로나가 혹시나 정치적 양극화라는 거대한 빙산에 금을 가게 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관련 기사 : <더힐> 6월 8일 자 'Is the glacier of political polarization finally cracking?') 그러나 내가 볼 때 이런 진단은 섣부른 것이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이렇다. 정치 진영 간의 골은 코로나 이전에도 이미 깊이 패어있었다. 즉 하루 이틀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과거에도 "확실히 갈라서자. 그게 우리가 사는 길!"이란 말이 계속해서 나왔던 게 저간의 미국의 사정이다.(관련 기사 : <뉴욕매거진> 2018년 11월 14일 자 'Divided We Stand: The country is hopelessly split. So why not make it official and break up?') 양쪽 진영끼리의 증오와 반목도 소외와 허탈을 느낄 정도로 극해 달해 있었다.(☞ 관련 기사 : <뉴욕타임스> 2018년 10월 4일 자 'Estranged in America: Both Sides Feel Lost and Left Out')

물론 코로나로 트럼프 선호도가 약간 떨어진 듯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트럼프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45%로 정권 초기의 44%에 비하면 변함이 없다. 오히려 코로나가 더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걸 보여주는 조사도 존재한다. 이번에 양쪽을 가르는 것은 마스크에 대한 것이다. 카이저 재단(Kaiser Family Foundation)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5월 현재 민주당 지지자 89%가 집밖에서 마스크를 착용했고 공화당 지지는 58%만 착용했다.(☞ 관련 기사 : <워싱턴포스트> 5월 27일 자 'Trump’s mockery of wearing masks divides Republicans', <더글로벌앤메일> 5월 28일 자 'Face masks now define a divided America and its politics', <텔레그래프> 6월 12일 자 'How face masks are dividing America')

▲ '어떻게 마스크가 미국을 갈랐는가?'란 제목의 <텔레그래프>기사 갈무리.



어쨌든, 코로나 이전이든 이후든 분열된 정치적 지형은 더욱 공고화되고 있다. 내가 볼 때 이러한 갈등의 골은 시간이 갈수록 고조되면 됐지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전례가 없는 것으로 격화되고 있다.(☞ 관련 기사 : <애틀랜틱> 4월 16일 자 'An Unprecedented Divide Between Red and Blue America') 이를 두고 여론조사기관 시빅사이언스(CivicScience)의 존 딕(John Dick)은 "정치적 종족주의(political tribalism)가 미국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하며 "정치적 종족주의야말로 미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거의 다 예측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분석한다. 한 마디로 '정치적 종족주의'는 미국이 갈기갈기 찢어져 분열되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압축하는 용어인 것이다. 그러니 트럼프가 끝까지 마스크를 쓰지 않고 등장을 하고, 성공회 교회 앞에서 안에 들어가지도 않고 성경을 들고 사진 찍고 오는 장면을 대중에게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철저히 종족화 된 정치지형에서 자기 진영의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기 위한 전략적 행위의 일환이다.

아직도 끝나지 않는 남북전쟁

미국의 남북전쟁(1861~1865)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을 계기로 일어난 항의 시위가 남부연합을 역사에서 지우는 역사 전쟁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예제를 고수하려 했던 남부연합의 대통령과 장군들의 동상이 철거되거나 훼손되어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관련 기사 : <워싱턴포스트> 6월 17일 자 'Third Confederate statue toppled by protesters in Richmond in recent weeks', 6월 12일 자 'Confederate statues: In 2020, a renewed battle in America’s enduring Civil War')

남부연합군의 깃발인 연합기도 퇴출될 운명에 놓여있다.(☞ 관련 기사 : <유에스에이투데이> 6월 12일 자 'Will the Black Lives Matter movement finally put an end to Confederate flags and statues?') 미 해병대는 부대 내에서 연합기의 게양을 금지했다.(☞ 관련 기사 : <뉴욕타임스> 6월 6일 자 'U.S. Marine Corps Issues Ban on Confederate Battle Flags') 미 육군도 모든 부대 내에서 금지하는 명령을 발동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아울러 에스퍼 국방부 장관은 남북연합의 지도자 이름을 딴 미군기지 10군데의 명칭을 변경할 용의가 있음을 시사했다.(☞ 관련 기사 : <폴리티코> 6월 8일 자 'Army reverses course, will consider renaming bases named for Confederate leaders')

이런 일이 지금도 벌어진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아직도 남북전쟁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렇게 남부 연합기가 사라지고, 남부연합군의 지도자와 병사들의 동상과 상징물들이 철거되고 훼손되는 것을 보면서 환호하는 이들도 있지만,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사람들도(이런 이들에게 요샛말로 '샤이'(shy) 자를 붙여야하나? 물론 대놓고 불만을 표하는 KKK단 같은 극력백인우월주의자들도 있지만 말이다.) 적지 않게 있다. 그러니 연합기가 퇴출되고 동상들을 쓰러트린다고 해서 미국인이 모두 한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동화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크나큰 오산이다. 이것은 그런 이들의 대표자인 트럼프가 에스퍼 국방부 장관이 미군 기지의 명칭 변경 의사를 표명하기 무섭게 단박에 제동을 건 것을 보면 확실해 진다.(☞ 관련 기사 : <워싱턴포스트> 6월 11일 자 'Trump won’t rename Army posts that honor Confederates. Here’s why they’re named after traitors', 6월 12일 자 'Trump Might Go Down In History As The Last President of the Confederacy')

▲ 경찰을 몰아낸 시애틀의 자치구(CHAZ). <복스> 갈무리.


심지어 현대 미국에서는 매우 보기 힘든 일도 벌어지고 있다. 시위대가 자치구(autonomous zone: '카즈'(CHAZ)라고 불림)를 선포한 곳도 있다. 워싱턴주 시애틀이다. 이들은 경찰을 몰아내고 경찰서를 점거한 뒤 현판을 '시애틀경찰서'(Seattle Police Dept.)에서 '시애틀 민중서'(Seattle People Dept.)로 바꿨다. 사실상 무정부 상태인 것은 맞지만 실질적으로 그 내부는 그렇게 무질서한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약간의 긴장감은 돌고 있지만 대체로 축제 분위기라고 한다.(☞ 관련 기사 : <블룸버그> 6월 17일 자 'Community, Not Anarchy, Inside Seattle’s Protest Zone', <복스> 6월 16일 자 'Seattle’s newly police-free neighborhood, explained') 분열의 끝에 이런 일종의 해방구까지 등장했고 해당지역의 주지사와 시장은 이들의 역성을 들고 있으니 실로 난세는 난세다.(☞ 관련 기사 : <가디언> 6월 14일 자 'Trump claims 'radical left' has 'taken over' Seattle as he spends birthday at golf club', <시애틀타임스> 6월 11일 자 'Capitol Hill Autonomous Zone becomes political flashpoint, as Durkan rebukes Trump’s message to ‘take back’ city')

분열 중인 미국

이런 분열은 단지 정치적, 인종적으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지역적으로도 일어나고 있다. 물론 이런 분열과 갈등은 코로나 이전부터 점증되고 있었다. 지금은 거의 임계점에 달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미국을 크게 공간적으로 나누어 볼 때, 레드 스테이트와 블루 스테이트로 분할해 볼 수 있다.(☞ 관련 기사 : <애틀랜틱> 4월 16일 자 'An Unprecedented Divide Between Red and Blue America') 그런데 이런 지형적 분류는 솔직히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기식이다. 현재의 미국의 지역적 갈등 양상과 지형은 보다 더 복잡하다. 그리고 복잡성은 최근 수십여 년에 걸쳐 더욱 현저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간적·지리적인 분열과 갈등의 양상은 몇 가지 특징을 보인다.

첫째, 파편화의 편재성이다. 분열과 갈등은 미국 전 지역에 고루 편재해 있다. 심지어 동일 지역 내에서조차 그러하다. 같은 주 내에서도 농촌과 도시 지역 간의 양극화가 심화되었다. 서로가 서로를 증오하고 있다.(☞ 관련 기사 : <뉴욕타임스> 2018년 5월 22일 자 'Rural and Urban Americans, Equally Convinced the Rest of the Country Dislikes Them') 도시 외곽인 농촌지역 내에서도 지역 간에 양극화 현상이 보인다. 반목과 시기의 정서가 팽배하다.(☞ 관련 기사 : <뉴욕타임스> 2018년 6월 29일 자 'One County Thrives. The Next One Over Struggles. Economists Take Note') 또한 도시들 간에도 양극화가 진행 중에 있고,(☞ 관련 기사 : <뉴욕타임스> 2018년 11월 7일 자 'In Superstar Cities, the Rich Get Richer, and They Get Amazon') 같은 도시 내에서조차도 분열과 갈등은 고조되고 있다.(☞ 관련 기사 : <뉴욕타임스> 2019년 11월 9일 자 'As Bloomberg’s New York Prospered, Inequality Flourished Too') 가히 홉스(Thomas Hobbes)가 말한 '만인 대 만인의 투쟁'(Bellum omnium contra omnes)이란 유령이 미국을 집어삼킨 것처럼 보일 만큼, 그렇게 미국은 현재 분열 중이다.

둘째 특징은, 대체로 그런 분열이 정치색과 맞물리는 경향이 더욱 더 짙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농 간 분열을 보자. 도농 간 분열은 사실 과거에도 존재했다. 그러나 최근의 경향은 그 강도가 더 세며, 정치적으로도 훨씬 더 강한 동조화 현상을 보인다. 도표를 보면, 농촌지역과 도시지역이 갈수록 각각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로 갈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농촌지역은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가 서로 엇비슷하게 엎치락뒤치락하다가 2008년 이후 공화당 지지로 완전히 돌아섰음을 알 수 있다.(☞ 관련 기사 : <뉴욕타임스> 2018년 5월 22일 자 'Rural and Urban Americans, Equally Convinced the Rest of the Country Dislikes Them')


▲ 더욱 뚜렷해지는 도농 간 정치색. 도시 지역은 갈수록 민주당 지지가, 농촌 지역은 공화당 지지가 강해지고 있다. 출처 : <뉴욕타임스>



분열 뒤에 숨은 으스스한 그림자, 불평등

그렇다면 왜 미국에서 분열이 이렇게 극대화되고 극력해지는가? 나는 그 기저에 불평등의 심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미국은 앞서 언급했듯 여러 민족과 인종이 모여 사는 '도가니'다. 그만큼 이질적 사회다. 그런데 그런 이질적 요소를 통합시키는 뭔가가 반드시 있어야 서로 공존할 수 있다. 사회학자 파슨스(Talcott Parsons, 1902~1979)는 이것을 "가치의 일반화"(value generalization)라고 말했다. 그것은 상이한 여러 가치들을 뭉뚱그리고 한데 아우르는 상위의 가치를 말한다. 예를 들면, 인종과 성별보다는 인간이라는 개념을 더 우위에 두는 가치를 말한다.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미국에서 한국계, 일본계, 독일계 등의 다양한 민족적 배경의 범주가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뉴욕커(뉴욕 시민), 보스터니언(보스턴 시민)이 더 상위의 범주와 개념이다. 그리고 이들을 다 아우르는 일반화된 가치를 지닌 포괄적 개념과 범주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미국 시민이다. 미국인들은 이 포괄적이고 일반화된 개념으로서 하나가 될 수 있었다. 물론 자기의 민족적 배경은 희생하고서 말이다.

그렇다면 미국인들이 각자의 민족적 뿌리를 고집하지 않고 희생하면서 얻으려 했던 것은 무엇일까? 바로 '아메리칸 드림'이다. 그런데 이제 그렇게 '희생해 봐야 나만 손해'라는 생각이 미국인들에게 팽배하다. 그 명확한 증거가 바로 극심한 불평등이다. 그러니 통합과는 거리가 먼 분열된 미국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상위 1%(제국)에게만 가능한 아메리칸 드림. 나머지는 아메리칸 드림이 뭔지 모르는 비참한 상태에 놓인 것이 바로 분열의 주된 동력이다. 그러니 그 애지중지 간직하고 자랑스러워하던 미국 시민임을 내팽개쳐버려도 상관없다는 듯 미국을 해체하고 각자 갈라서자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실로 격세지감이다.


▲ 2007년(금융위기) 이후 인플레이션 감안한 재산의 변동 추이. 하위 90%는 2007년보다 더 가난하다. 상승 곡선을 탄 것은 상위 10%로 그들의 승승장구는 곧 불평등의 심화를 의미한다. 출처 : <워싱턴포스트>



향후 관전 포인트

여기서 주의할 점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상식과는 달리 어떤 사람이 처한 위치와 정치적 선호의 대칭이 안 맞을 수 있다. 말하자면, 잘 사는 이가 보수, 못 사는 이가 진보, 이런 식이 아니라 거꾸로 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것을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마치 우리나라의 강남좌파가 있고 오히려 저소득층에서 보수성향인 사람이 많은 것과 같은 이치다. 단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열의 양상, 반목과 갈등의 고조, 불만과 좌절의 급증은 불평등의 심화와 궤를 같이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불평등의 원인이 모두 상대편 진영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기에 그 문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그릇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분명히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둘째, 분열 뒤에 따를 전쟁 발발 가능성이다. 그것은 당연하다. 집단 내에서 갈등이 고조될 때 그것을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는 전쟁이다. 내부 또는 외부의 적과 싸우는 것이다. 미국은 과거 남북전쟁이라는 내전과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전쟁을 치른 전력이 있다. 이번에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볼 일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극심한 분열의 최후 승리자는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분열의 당사자들은 승자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들은 모두 처절한 피해자가 될 뿐이다. 그럼 일반 대중(국민)들이 서로 분열하면서 반목하고 증오하며 갈등하는 사이 그 뒤에서 웃을 이들은 누구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나는 그들이 극심한 불평등을 유발한 자들이며, 이러한 분열(단순한 시위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을 뒤에서 교묘히 기획, 조정, 부추기는 자들이라고 추정한다. 그들은 겉으론 이런 모든 일에서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자신들에게 돌아올 화살을 저런 분열을 통해 다른 곳으로 돌린다. 그리곤 자신들의 탐욕을 마음껏 충족한다. 나는 그들을 '제국'이라 부른다. 그들의 철칙이 있다. 이름하여, 분할 통치(divide and rule)!

그런 제국엔 월가가 우두머리로 군림한다. 그런 월가의 하수인 역할을 하고 있는 <월스트리트저널>의 사설을 소개하면서 글을 맺고자 한다. 제목은 '적들은 미국을 약하고 분열된 것으로 본다. 그러나 그것은 오산이다. 작금의 시위는 미국이 지속하는 강점을 가졌다는 것을 보여 준다'였다.(☞ 관련 기사 : <월스트리트저널> 6월 8일 자 'Enemies See a Weak and Divided U.S.: But they’re wrong. The protests showed some of America’s enduring strengths') 미국의 시위를 그저 고질적인 인종차별의 문제로만 축소 왜곡하며 동시에 장점으로 추켜세우고, 적에 대한 경고도 날리는 애국으로 살짝 분칠을 한 이 사설. 나는 여기서 제국들이 현재 미국의 분열을 관망하는 태도를 본다. 이것은 그야말로 무책임한 유체이탈 화법의 태도다. 미국이 이 지경이 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주범과 그 하수인들이 자신들은 아무 상관 없는 양 유체이탈화법을 쓰고 있는 데서 나는 그들의 간악무도함을 본다. 그 말할 수 없는 가증스러움을….

참고자료

- James Bryce, The American Commonwealth(New York, NY: MacMillan and Co., 1889). 2nd edition, pp.385-408.

- “As Bloomberg’s New York Prospered, Inequality Flourished Too,” New York Times, Nov. 9, 2019.

- “The Seattle Secessionists,” Wall Street Journal, June 11, 2020.

- “Trump claims 'radical left' has 'taken over' Seattle as he spends birthday at golf club,” The Guardian, June 14, 2020.

- “Community, Not Anarchy, Inside Seattle’s Protest Zone,” Bloomberg, June 17, 2020.

- “Seattle’s newly police-free neighborhood, explained,” Vox, June 16, 2020.

- “Army reverses course, will consider renaming bases named for Confederate leaders,” Politico, June 8, 2020.

- “Trump won’t rename Army posts that honor Confederates. Here’s why they’re named after traitors.” Washington Post, June 11, 2020.

- “Will the Black Lives Matter movement finally put an end to Confederate flags and statues?” USA Today, June 12, 2020.

- “U.S. Marine Corps Issues Ban on Confederate Battle Flags,” New York Times, June 6, 2020.

- “Third Confederate statue toppled by protesters in Richmond in recent weeks,” Washington Post, June 17, 2020.

- “Trump’s mockery of wearing masks divides Republicans,” Washington Post, May 27, 2020.

- “Is the glacier of political polarization finally cracking?” The Hill, June 8, 2020.

- “Is California a Nation-State?,” New York Times, April 14, 2020.

- “George Washington Statue Vandalized in Chicago’s Washington Park,” NBC5ChicagoNews, June 14, 2020.

- “Column: The coronavirus pandemic has made one thing perfectly clear: It’s time to split the country,” Los Angeles Times, April 22, 2020.

- “Divided We Stand: The country is hopelessly split. So why not make it official and break up?” New York Magazine, Nov. 14, 2018.

- “Face masks now define a divided America and its politics,” The Global and Mail, May 28, 2020.

- “How face masks are dividing America,” The Telegraph, June 12, 2020.

- “An Unprecedented Divide Between Red and Blue America,” The Atlantic, April 16, 2020.

- “Capitol Hill Autonomous Zone becomes political flashpoint, as Durkan rebukes Trump’s message to ‘take back’ city,” Seattle Times, June 11, 2020.

- “Confederate statues: In 2020, a renewed battle in America’s enduring Civil War,” Washington Post, June 12, 2020.

- “Trump Might Go Down In History As The Last President of the Confederacy,”

Washington Post, June 12, 2020.

- “Across the Wide, Growing American Divide,” National Review, May 21, 2020.

- “Estranged in America: Both Sides Feel Lost and Left Out,” New York Times, Oct. 4, 2018.

- “Enemies See a Weak and Divided U.S.: But they’re wrong. The protests showed some of America’s enduring strengths.” Wall Street Journal, June 8, 2020.

- “Rural and Urban Americans, Equally Convinced the Rest of the Country Dislikes Them,” New York Times, May 22, 2018.

- “One County Thrives. The Next One Over Struggles. Economists Take Note,” New York Times, June 29, 2018.

- “In Superstar Cities, the Rich Get Richer, and They Get Amazon,” New York Times, Nov. 7, 2018.

- “Watch 4 Decades of Inequality Drive American Cities Apart,” New York Times, Dec. 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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