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례적으로 남북관계 현안을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1일 취임한 김 위원장이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협조 할 건 협조하겠다며 유화적 태도를 보였던 김 위원장이 남북 문제를 고리로 거리두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8일 통합당 비대위 공개회의에서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남 담화에 관련해 몇 마디 하겠다"며 "우리 정부가 떳떳하지 못하게, 북한에 대해 아무 대응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상당히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 우리나라의 위상이 국제적으로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우리에게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데에 순응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엄청난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이 동족이기 때문에 평화적으로 서로 교류하고 화해하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방적으로 북한의 요청에 끌려다니는 나라가 돼선 안 된다"면서 "북한의 핵과 화학무기가 두려워서 북한에게 저자세를 보이는 건지, 어떤 다른 이유가 있는지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정부는 앞으로 대북관계에서 좀 분명한 태도를 천명함으로써 국민 자존심에 상처가 나지 않게 노력해 달라"고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발언 의도는 정부 특정 정책의 잘잘못을 따지는 게 아니라 "자세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북 전단 살포를 법률로 금지하는 게 부당하다고 보느냐'는 취지로 기자들이 질문하자 "정부가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북한에 풍선을 띄우는 것을 해서는 안 되겠다고 해서 조치를 취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북한에서 (이 문제로 인해) 공격을 받았다고 해서 즉시 답을 보내는 건 현명치 못한 조치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남북관계의 평화를 위해 정부가 노력을 많이 한 것만큼은 높이 평가할 수 있겠다"고 하면서도 "평화라는 것이, 우리가 북한에 저자세를 보인다고 평화가 유지된다고 생각지 않는다. 당당할 때는 당당해야 하는데, 위협적인 말이 나오면 순응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북한이 지속적으로 남한에 절제 없는 발언을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역대 정부가 겪어왔던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원구성이 완료되면 대북전단 살포 금지 입법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전단 살포문제는 정쟁의 소재가 아니며, 미래통합당도 박근혜 정부 시절 겪었던 문제"라며 "2015년 3월 박근혜정부는 무력충돌 우려해 적극개입, 설득으로 대북전단 살포를 중지시킨 바 있다"고 했다. 또 "야당이 됐다고 다른 소리를 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 원내대표는 다만 "남북이 신뢰를 공고히 하기 위해 우선 말의 신뢰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어렵게 쌓은 신뢰를 허물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감정적 발언 자제해야 한다"고 북한의 거친 언사에 대한 비판적 의견도 밝혔다.
한편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회의에서, 비대위 산하에 경제혁신특위와 병행하는 형태로 외교안보 관련 기구를 가동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브리핑했다.
김 대변인은 한편, 통합당이 당헌당규를 개정하면서 '노동자 권리', '노동조합 역할' 등의 표현을 삽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이날자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우리는 논의한 바 없다. 투자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른 이야기"라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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