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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팔은 안으로 굽는다? 간첩 조작 사건 검사에 '면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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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팔은 안으로 굽는다? 간첩 조작 사건 검사에 '면죄부'

[인터뷰] 서울시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 씨

검찰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검사들에 대해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불기소 처분을 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 사건과 관련해 국가정보원 수사관 두 명은 불구속 기소돼,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는 지난 4월 20일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수사 지휘검사였던 이문성(현 수원고검 근무) 검사와 이시원(현 변호사) 전 검사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는 사실이 2일 알려졌다. 이 검사와 이 전 검사는 지난해 2월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 허위공문서작성, 허위작성공문서행사 등의 혐의로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씨로부터 고소당했다.

유 씨는 2004년 탈북해 2011년 서울시 공무원으로 채용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2013년 2월 유 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유 씨가 수차례 밀입북해 국내 탈북민 200여명의 신원 정보를 북한에 넘겼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들이 유 씨의 여동생인 유가려 씨를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에 가두고 변호인도 만나지 못하게 한 채 폭행하며 유 씨 관련 허위 자백을 받아낸 사실이 드러났다. 또 핵심 증거인 유 씨의 출입경 기록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유 씨는 2015년 10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2월 유 씨는 수사·공판을 맡은 검사들에 대해 "국정원의 불법감금 등을 알았을 뿐만 아니라 적극 이용하거나 지시했다"며 국가보안법·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국정원 조사관 4명과 성명불상의 수사관들도 불법감금, 가혹행위, 증거위조 등 간첩조작을 한 혐의로 함께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1년여 간 수사를 거쳐 당시 수사 검사들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함께 고소된 국정원 수사관 두 명은 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 3월 불구속 기소됐다.

간첩조작사건 피해자이자 검찰 고소인이었던 유 씨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검찰이 이 사건을 수사할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아래 그와의 일문 일답.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유우성씨가 지난해 2월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담당 국정원 수사관과 검사를 고소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

프레시안 : 검찰의 불기소 처분 결정문을 보면 수사 검사들(이 검사와 이 전 검사)은 "(증거가)위조된 사실을 알지 못했고, 국정원 직원이 위조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선양총영사관에 공문을 발송해 (위조 증거를) 받은 점을 고려하면 (증거조작) 사실을 알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수사 검사의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진 셈이다.

유우성 : 2013년 내 항소심에서부터 검찰이 조작에 가담했다는 부분에 대해 고소장도 제출하고 기자회견도 했다. 검찰 과거사위가 만들어졌을 때 과거사위에도 이러한 부분에 대해 증거를 제출하고 진술했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지난해 2월 해당 사건에 대해 "검찰이 국정원이 위조한 증거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유 씨에게 유리한 증거를 의도적으로 무시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검찰총장의 사과를 권고했다. 진상조사단은 "해당 검사들의 주장과 달리 (해당 검사들이) 이 사건 증거조작에 깊이 관여해왔으며, 증거조작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그런 노력으로 과거사위에서도 "검찰에서 충분히 알고도 묵인했다", "이런 증거를 숨겼다"는 결론을 낸 것이고 문무일 전 총장도 과거사위의 그러한 결론과 권고를 받아들여 사과까지 했다. 그런데 검찰총장이 바뀌면서 오히려 당시 두 검사에 대한 처벌은 고사하고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 검찰의 기소권 남용이라고 생각한다. "몰랐다"라고 말하면 끝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2월 고소했다. 여러 가지 혐의 중에서도 올해 공소시효가 완성되는 것이었다. 검찰이 올해 2월 쯤 공소시효 임박해서야 조사를 급작스럽게 했다. 의지가 없어 보였다.

프레시안 : 후속대응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유우성 : 2014년 증거 조작 사실이 드러났을 때도 검찰은 두 검사를 기소하지 않았다. 검찰이 어떤 부분에서는 증거가 하나만 있어도 그에 대한 정황을 끼워 맞춰 기소하면서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증거가 차고 넘쳐도 기소를 하지 않는다. 그럴 경우, 일반인으로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 사건의 경우, 재정신청(고등법원에 검사의 불기소 처분을 다시 판단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 기한도 지났다. 이번 고소 건은 간첩 위조·날조 자체에 대한 부분이 아니다. 수사과정에서 있던 변호인 접견 금지 등에 관한 것이다. 이 부분은 기록으로 확실하게 남아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불기소처리한 것이다.

프레시안 : 간첩 위조와 날조 부분은 어떻게 할 것인가.

유우성 : 이 부분은 관련 증거가 없어서 고소를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국보법상 간첩 위조·날조 부분에 공소시효가 남아있다. 새로운 증거가 나온다면 고소할 생각이다. 그런데 검찰과 판사도 처벌할 의사가 보이지 않아 힘들다.

프레시안 : 간첩을 만들고 조작했다는 점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유우성 : 입증이 어려운 건 맞다. 하지만 검찰이 조작에 가담하지 않고 국정원이 단독으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을 진행했다고 보지 않는다. 그 지휘에 있던 검찰이 같이 조작했을 때 가능하다.

심지어 1심 증거보전재판에서도 나왔는데 이 전 검사가 당시 조작에 가담했다는 취지로 이야기하는 부분이 등장한다. 이 전 검사가 가려(유우성 동생)한테 '이런 진술을 해라', '대한민국에서 잘 살게 해주겠다'라고 말한다. 그것만 들어봐도 검찰이 어떻게 조작에 가담했는지 알 수 있다.

"언론과 시민사회에서 끝까지 관심 가져달라"

프레시안 : 2015년 무죄가 확정되고 2017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했다.

유우성 : 나는 2017년, 동생 가려는 2018년에 제기했다. 6월 25일에 선고 예정이다. 원래는 두 검사를 상대로도 넣고 싶었는데 일단 국가만 상대로 넣었다. 형사보상은 끝났다. 국가보안법 위반 9개 혐의랑 북한이탈주민보호법으로 기소됐는데 국가보안법만 무죄가 나와 형사보상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

프레시안 : 두 검사는 불기소로 끝났지만 국정원 직원들은 재판에 넘겨졌다.

유우성 : 아주 최근에 넘겨졌다. 동생 가려를 폭행하고 처음 이 사건을 조작한 국정원 직원들이다. 처음 재판이 5월에 열렸고 다음 재판이 6월 17일에 열린다.

내가 우려하는 건 재판부가 과연 이 사건을 해결할 의지가 있느냐는 점이다. 그 국정원 직원들이 변호사를 대법관 출신인가 하는 엄청난 변호사를 데려왔다. 우리 사건을 진행하는 판사가 그 변호사를 잘 아는 것 같았다. 재판 시작에 앞서 서로 눈인사를 하더라.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은 사회에 널리 알려진 사건임에도 재판부가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하려 한다. 기자들도 못 들어오게 하고 당사자들조차도 들어가는 걸 검토해야 한다고 한다. 언론과 시민사회에서 끝까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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