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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21대 국회에 던져진 진짜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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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기후위기, 21대 국회에 던져진 진짜 숙제

[초록發光] 기후 국회를 바라며

코로나19 대유행의 한복판에서 치러진 선거로 세계의 이목을 다시 우리에게로 모은 총선이 어제로 끝났다. 총선의 시점과 투표 과정 자체도 역사적이었지만, 그 결과 또한 이례적이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비례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국회 5분의 3에 해당하는 180석을 확보해 개헌을 제외한 대부분의 입법 활동에서 결정권을 갖게 됐다. 민주당과 시민당의 통합된 의지만 있으면 그간 의석수에 밀려 실행하지 못했던 과제 추진에 나설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쌓인 정부에 대한 시민의 신뢰가 집권 여당이 일할 수 있는 국회를 만들어주는 것으로 결과한 것 같다. 코로나19의 세계 대유행을 경험하면서 많은 사람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국회로는 현재의 위기 극복이 어렵다고 인식했다. ‘세계 공장’ 가동이 중지되면서 우리 수출 경제 역시 타격을 받아 22년 만의 마이너스 성장을 눈앞에 두고 있고, 이 위기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지 모른다고 한다.

어려운 상황에서 시민이 만들어 준 기회를 21대 국회 구성원들은 어느 때보다 현명하게 이용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다. 특히 다수의 의석수를 차지한 민주당의 책무가 무겁다. 21대 국회는 무엇을 최우선적으로 다루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할까? 당장의 지역 현안이나 소속 단체 현안 해결에 나서고자 하는 의원들이 다수겠지만, 우리 사회 전체를 대변하는 대리자로서 사회 공동의 현안 해결에 의원들 모두가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 현안 중의 하나가 우리 사회의 기후위기 대응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그간 기후위기 문제는 언제나 뒤로 밀려 있었다. 지역에 기업 혹은 공공기관을 유치하여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나 도로 등의 교통 인프라 확장으로 보이는 업적을 쌓는 것과는 거리가 먼 현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세계 대유행은 기후위기 문제가 당장의 현안임을 몸으로 깨닫게 해주었다. 코로나19를 비롯한 감염병의 원인이 도시화로 인한 야생 생물 서식지 파괴에 있고, 이들 감염병의 확산이나 유행 정도가 기후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기후패턴이 변하면 종들은 더 높은 고도로 이동하게 되고, 이로 인해 면역력이 거의 없는 질병에 쉽게 노출될 가능성도 증가한다고 한다. 기후위기 대응이 늦어지고 이에 따라 기후 패턴이 변화하면 코로나19와 같은 위기는 더 빈번하게 닥쳐올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위기가 현안인 이유는 위기의 징후가 지금 우리 경제와 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기상청이 발간한 <이상기후보고서>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상기후 현상의 하나인 폭염으로 인한 사망이 해마다 발생하고 있으며, 장기적인 가뭄은 전력 생산에도 영향을 미쳐 산업 활동에 지장을 주기도 했다.

기후위기 대응에 발 빠르게 나서며 이를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로 활용하고자 하는 국가들의 경제적 압력도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도입을 추진 중인 탄소국경세는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우리 철강, 석유화학 기업의 수출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선박 연료가스와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가 강화되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도 영향을 받고 있다. 전미경제연구소가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향후 81년간 10.5%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을 정도로 기후위기 대응 수준은 향후 국가 경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환경파괴 우려가 큰 사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일절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자산운용사들이 늘어나면서 해외 석탄 산업 진출을 비롯해 온실가스 배출 증가와 관련한 산업 진출에 앞장서 온 국내 기업들의 투자 유치도 어려움을 맞게 되었다.

총선을 앞두고 그린피스가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후위기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6.5%가 “기후위기 비상사태 선언”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며, 70.7%가 정치권의 기후위기 중요도 인식이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기후위기를 세계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라는데 다수가 동의하고 있었다. 이렇게 기후위기는 경제와 사회의 현안일 뿐만 아니라 다수의 시민이 정치권, 국회의 주요 의제로 여기고 있다.

20대 국회가 형식적으로만 다루어왔던 국가적 차원의 기후위기 대응 전략을 21대 국회는 실질적인 이행 전략으로 구체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 민주당의 총선 공약인 2050년 ‘탄소제로사회’ 실현을 위한 중장기 계획 수립에서 나아가 2050년 탄소배출순제로 계획, 석탄 등 화석연료 퇴출 시점도 명시돼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에너지전환의 지속적인 이행을 위해 ‘에너지전환법’ 혹은 온실가스배출 감축 목표를 명시한 영국의 ‘기후변화법’과 같은 법제정도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1.5도 유지를 위해서는 앞으로 10년간 준전시체제에 준하는 ‘기후위기 비상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국회에서 이루어지고, 이와 관련한 ‘그린뉴딜’ 전략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유럽연합의 경우, 정부의 과감한 재정 지원을 통해 재생에너지 확대, 저탄소 교통 인프라 구축에 나서는 ‘그린뉴딜’ 전략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부양 정책에도 적용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비상대책’이 가능함을 경험할 수 있었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함도 알 수 있었다. 기후위기는 코로나19 대유행 위기보다도 훨씬 더 심각한 위기이자 현안이다. 비상대책의 경험을 활용하여 21대 국회가 ‘기후위기 비상대책’을 논의하고 구체 전략을 수립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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