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환 후보자 임명 부결은 하나의 사례일 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통과 당시 손도 써보지 못하고 기습적으로 당했던 일이나 이후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다시 등원 결정을 했던 일 등이 모두 김진표 원내대표 휘하에서 벌어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김진표 원내대표는 두 차례나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었지만 그때마다 말 뿐이었다.
또 다시 김진표 원내지도부가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사실상 '제 손으로' 낙마시키자, 민주통합당 지도부에서조차 원내대책의 허술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인영 "원내대책 구멍 뚤려 있다"…'박지원이 그리워' 목소리도
▲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자 당혹스러워하는 김진표 원내대표의 모습.ⓒ연합뉴스 |
조용환 헌법재판관 선출이 무산된 것 뿐 아니라 한미 FTA 굴욕, 론스타 국정조사 무산, 석패율제 논란 등 김진표 지도부 내에서 제대로 이룬 일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원내대표로 선출된 이후 확실히 얻어낸 것이 없을 뿐 아니라 당의 기본 입장과 반대되는 합의를 한나라당과 했다가 당내 반발로 파기하는 일도 여러 차례 있었다. 한미 FTA 처리와 관련된 여야 합의문이 대표적인 예다. 이인영 최고위원이 '구멍이 뚤렸다'고 얘기한 이유다.
일각에서는 경제관료 출신이라는 김진표 원내대표의 '이력'과 최근 민주통합당의 '좌클릭 지점'이 서로 맞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최근만 하더라도 석패율제 도입 합의로 인해 연대의 상대인 진보정당으로부터 "김진표 원내지도부를 이대로 놔뒀다가는 4년 동안 별러 온 국민의 염원이 다 날아갈 것"(심상정 공동대표)이라는 공격까지 받았었다.
당 내부에서는 박지원 최고위원과 비교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박지원 최고위원의 원내대표 시절, 민주당은 3명의 장관 후보자를 낙마시켰고 세종시 수정안 표 대결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박지원 최고위원이 지난 1.15 전당대회 과정에서 "민주당의 존재감을 높인 사람이 바로 나"라고 말한 것은 이런 자신감의 발로였다. 한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박지원 원내대표도 실수는 있었지만 김진표 원내대표는 제대로 한 일이 아무 것도 없지 않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강금실 "이런 민주당 믿고 총선 치를 수 있을까"
당 밖의 비판은 이인영 최고위원의 지적보다 더 신랄하다. 최근 "민주통합당의 자만"을 지적했던 조국 서울대 교수는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조용환 후보자 부결은 원내 전술이 똑바랐던 것인가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김진표 원내대표가) 일부러 (부결에) 협조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오랫동안 끌고 왔던 조용환 후보자 선출에 실패했다는 것은 의도적으로 짰다기 보다는 무능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조 교수는 "(양승태 대법원장 임명안과) 반드시 맞교환해야 될 사안이었다"며 "조용환 카드를 포기할 게 아니었고 원내로 들여 전략적으로 전술적으로 같이 끌고 갔어야 될 사안인데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민주통합당이) 이미 권력을 잡은 것 같이 착각하고 있다"는 우려도 재차 피력했다.
전날 본회의 이후 트위터를 통해 선출 무산을 규탄했던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도 "두달 뒤 총선 후면 당연히 통과될 헌법재판관 후보를 어이 없이 완전 탈락시키다니 이런 민주당을 믿고 총선을 치를 수 있겠나"라고 토로했다. 강 전 장관은 "국민이 새누리당 싫어한다고 거저 먹으려드는 것인가"라며 "앞날이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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