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두 나라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조심스러운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미군 유해 송환 절차가 지난 23일부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24일 북한의 대남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조선 반도와 지역에 도래하고 있는 화해와 평화, 안정과 번영을 위한 력사적 흐름을 보다 추동하고, 가장 적대적이었던 조미 두 나라 사이의 관계를 시대 발전의 요구에 맞게 획기적으로 전환시켜 나가는데서 중대한 의의를 가지는 거대한 사변"이라고 강조했다.
이 매체는 또 "싱가포르 조미 공동성명(6.12 싱가포르 공동 성명)은 조미 관계 사상 최초로 두 수뇌분들이 새로운 조미 관계 수립과 조선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번영, 안정을 추동해나가려는 확고한 의지를 엄숙히 천명한 력사적 선언"이라며 "조미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려는 두 나라 인민들의 공동의 지향과 요구를 반영한 중대한 리정표"라고 밝혔다.
6.12 북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였던 △북미 관계 정상화 △평화 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다시금 상기케 하는 문구다. 길게 풀어 쓴 보도 내용 전반에 걸쳐 3대 핵심 의제가 포괄되어 있다.
북한 선전 매체들은 이미 지난 12일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대서특필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찬양하는 보도를 여럿 했다. 정상회담 12일이 지나 이 같은 보도를 다시 한 건 맥락상 얼핏 이해되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연합뉴스>는 유엔사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23일 나무 상자 100여 개가 판문점으로 이송되었고, 오산 미군기지에 금속관 158개가 대기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군 유해를 북한으로부터 넘겨받을 실무 준비가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라는 뜻이다.
당초 6.12 공동 성명에서 두 정상은 앞서 거론된 3가지 의제와 더불어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을 포함한 4대 의제를 성명으로 채택했다.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 절차가 준비 중이라는 건, 북미가 본격적으로 공동 성명을 실제 이행할 준비를 마쳤다는 뜻으로 풀이 가능한 대목이다.
북한에서 전사자 유해를 나무 상자에 넣어 남쪽으로 반입한 후, 오산기지에서 전사자 한 구 한 구씩을 관에 넣어 미국으로 되돌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 주 중에는 오산기지에서 유해 송환 의식이 진행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CNN,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미 정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지난 19일(현지시간) "북한이 빠른 시일 안에 미군 유해 200여구를 미국에 송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관련기사 : 北 조만간 '미군 유해 송환'...북미 합의 이행 첫 조치)
전사자 유해 송환 준비가 시작됐다는 건 북핵 폐기 프로그램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6.12 공동 성명에서 두 나라 정상은 아주 큰 틀의 4대 의제만 대외에 공개했다. 이 때문에 북미 관계,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두 나라 정상이 이면에서 구두로 합의한 상호 이행 내용이 적지 않으리라고 내다봤다. 두 나라 사이의 깊은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러 사항에 걸친 주고받기가 진행되어야 하는데, 이 같은 구체적 내용은 두 정상이 대외에 공개하지 않았으리라는 이유다.
따라서 유해 송환이 마무리될 경우, 미국이 이에 상응하는 대답을 북한에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상시 전쟁 중인 미국에서 전사자 유해의 귀환은 국내적으로 의미가 큰 행사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요한 정치적 자산을 얻은 이상, 북한에도 이에 상응하는 보답이 되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당장 주목되는 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북한 재방문 여부다. 이미 지난 6.12 공동 성명 당시 폼페이오와 북한 고위급 관리가 정상 회담의 후속 절차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가능성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거론되었다. 북미 간 향후 논의할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는 종전선언-북한 핵 기능 추가 폐기 등이 꼽힌다. (☞관련기사 : "이제 中 설득해 7.27 종전 선언 시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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