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008년 총선 이후인 한가위 즈음에 친이계 의원들에게 수천만원을 뿌렸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당선 축하금"이라는 명목으로 해당 의원들의 차에 돈을 미리 실어두는 방식으로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09년 미디어법 통과직후 최 전 위원장이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500만 원짜리 돈봉투를 돌렸다는 의혹과는 별개의 또 다른 의혹이다. 또 미디어법 관련 금품살포와 달리 이번에는 돈을 받았다가 돌려줬다는 의원이 관련 사실을 증언한 것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최시중 위원장은 자신의 금품살포와 관련된 의혹이 겉잡을 수 없이 불거지자 지난 27일 방통위 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최시중 "만나자"더니 친이계 의원에게 "차에 실었다"며 현금 쇼핑백 전달
<시사저널>은 오는 2월 1일 발간되는 최신호(1163호)를 통해 "최시중 전 위원장이 2008년 추석 직전 친이계 의원 3명에게 현금 3500만 원을 건넨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친이계 한 국회의원의 증언을 인용했다. 이 의원의 증언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 보면, 2008년 추석을 앞두고 최 위원장이 만나자고 해 식사 자리를 가졌는데 헤어지는 순간 최 위원장이 이 의원에게 "차에 실었다"는 말을 했다. 이후 차를 살펴보니 2000만 원의 현금이 들어있는 쇼핑백을 발견해 이를 정용욱 전 보좌역에게 돌려줬다는 얘기다.
이 의원은 "나 말고 다른 두 명의 국회의원에게는 당시 정 전 보좌역이 현금을 전달했는데 이들도 정 전 보좌역에게 돈을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다른 두 의원에게 전달한 돈은 각각 1000만 원과 500만 원의 현찰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 전 위원장은 해당 의원과의 조찬 자리에서 "역대 정권마다 당선 축하금을 받았는데 이명박 정부는 안 받았다"며 "그걸 받아서 나눠주면 불만 없이 열심히들 뛰었을텐데 이 정부는 그러질 않아서 흔들렸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고 <한겨레>가 31일 전했다. 신문은 "최 전 위원장이 뿌린 돈이 정권 관리 차원에서 재계 등으로부터 거둔 자금일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보도했다.
<시사저널>은 돈을 받았다가 돌려줬다는 의원과의 실명 인터뷰를 추진했지만 해당 의원이 끝까지 익명을 요구했다면서도, 이 의원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나서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해당 의원이 함께 돈을 받았다고 지목한 나머지 두 의원은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MB 절친 최시중의 행동, MB 위한 일이었을 것"
비록 최 전 위원장이 자신을 겨냥한 각종 의혹들이 불거지자 방통위 위원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났지만 사태는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또 최 전 위원장이 이명박 정부의 핵심 실세였던만큼 계속되는 의혹 제기가 이명박 대통령에게까지 벌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박은지 진보신당 부대변인은 당장 논평을 통해 "최시중 위원장의 행동은 모두 절친이자 멘토인 이명박 대통령을 위한 일이었을테니 그 화살은 청와대를 향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은지 부대변인은 "검찰은 친이계 의원 측의 증언이 상당한 신빙성을 갖고 있는 만큼 당장 최시중 씨를 소환해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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