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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다 나온 박근혜 한마디에 '재벌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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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다 나온 박근혜 한마디에 '재벌 규제'?

[기자의 눈] 박근혜, 사과가 먼저 아닌가?

한나라당 쇄신 논쟁에는 '사과'가 없다. 대신 "뛰어 넘는다"는 말이 난무한다. '재창당'도 뛰어 넘겠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출총제 부활'도 뛰어 넘겠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 대주주 중 하나인 이재오 의원도 현 정부 '일부' 실정에 대한 사과를 얘기하고, 쇄신파도 사과를 얘기하는데, 사과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주변을 돌아보지 못한 점"만 사과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미 폐지한 출자총액 제한제를 '보완' 하겠다고 밝혀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당에서도 논의된 적 없는 것으로 보이고, 정부와 정식 협의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일부 기자들과 밥을 먹다 불쑥 '출총제 보완'을 언급했다고 한다. 일부 언론이 이를 출총제 부활로 읽자 친박계 의원들은 박근혜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부활이 아니다"라는 것을 확인하고 엉뚱한 곳으로 번질지 모를 불을 끄느라 여념이 없다.

박 위원장 발언이 보도된 지 하루만에 한나라당이 급하게 정리해 놓은 것을 보니,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대한 부작용 등을 해소하기 위해 시민단체들이 요구해왔던 출총제 부활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활시키겠다는 것도 아니고 폐지 3년만에 '보완책'을 논의해보겠다는 수준에 불과하다. 여론과 재벌 눈치보기 사이에서 어정쩡한 자세로 서 있는 뽄새다. 그러면서 "출총제 부활을 뛰어넘"겠다고 화려한 수사를 동원했다.

▲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정책 실패 '인증'해 놓고, 설마 '사과'도 "뛰어넘"으려고?

출총제 폐지의 당위성에 동의했던 박 위원장은 뒤늦게 "출총제를 폐지했던 것은 미래 성장동력 강화와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대주주가 사익을 남용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보완이 필요하다"고 19일 밝혔다. 지난 한해 뜨거웠던 재벌 개혁 이슈에 대해 사실상 침묵에 가까운 태도를 취해왔던 박근혜 위원장이 밥자리에서 한 이 이야기 덕분에 비상대책위원회 정책쇄신 분과는 20일 부랴부랴 출총제 보완 문제를 논의했다.

정책쇄신 분과 대변인격인 권영진 의원은 오전 회의 후 브리핑을 자청해 "출총제는 폐지했기 때문에 부활시키는 것은 재벌 개혁 상징성은 있을지 모르지만 실효성은 한계가 있다는 논의가 있었다"며 "출총제 부활을 넘어서는 정책 과제를 논의했다. 현재와 같은 재벌의 과도한 탐욕을 억제하기 위해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일감 몰아주기 방지, 하도급 제도 전면 혁신, 프랜차이드 모기업과 체인점의 불공정 근절, 덤핑 입찰로 인한 중소기업 죽이기 방지 문제 등이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권 의원은 덧붙여 "동반성장위원회에서 검토 하고 있는 성과공유제(이익공유제) 도입 문제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고 했고, 연기금 주주권 행사도 실질화 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파격적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질 차례인데, 권 의원은 "정책 쇄신분과에서는 논의만 있었다"며 "안을 만들어 비대위에 건의하겠다"고 말한 뒤 "질문은 받지 않겠다. 더이상 구체적으로 말씀들일 것이 없다"고 선수를 쳤다. "급하게 논의했다"는 말을 돌려서 하는 '티'가 난 것이다.

동반성장위원회가 만신창이가 될 때 침묵하던 박근혜 위원장이었고, 한나라당이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지난해 5월 대기업에 대한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문제를 꺼냈을 때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던 한나라당이었다. 지난 2009년 3월 출총제 폐지와 지주회사 규제완화 등을 핵심으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한나라당이었다. 날치기는 아니었지만, "직권상정하겠다"는 협박을 동원해 야당을 압박한 결과였다. "대주주가 사익을 남용할 우려가 있다"는 것은 당시에도 제기된 우려였다. 그런데도 박근혜 위원장을 비롯한 한나라당은 보완책도 마련하지 않은채 막무가내로 통과시켰다.

아이러니하게도, 재벌이 지난 3년간 커피숍, 제빵, 떡볶이, 연필, 사무용품 제조 및 유통 사업에 무차별적으로 뛰어들자, 비판의 날을 가장 날카롭게 세운 것은 한나라당이었다. 출총제 폐지 후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아 생긴 일인데도 한나라당은 마치 친서민 행보를 하는 것처럼 포장을 했다. '대기업 때리기'는 유행이었다. 오죽하면 재벌 총수가 국회 출석을 보이콧하면서까지 반발했을까.

그런데,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맞는 다섯번 째 설을 앞두고 갑자기 이 모든 현안을 논의하겠다고 한다. 지난 13일 김종인 비대위원이 "(출총제 부활은) 상황이 가능해야지 제도도 변경이 되는 건데 (한나라당 내부) 상황이 허용하지 않을 것 같으면 쓸데없이 노력을 경주할 필요도 없다"고 회의를 토로한 것이 무상할 정도다. 6일만에 당의 분위기가 갑자기 바뀐 것일까? 박근혜 위원장이 전날 일부 유력 언론 기자들과 밥을 먹던 자리에서 한마디 한 것에, 갑자기 이 난리를 피우는 것일까? 판단은 보류하겠다.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한나라당이 "지난 10년 좌파 정권의 좌파 정책을 정상화 하도록 사회 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2009년 밀어붙였던 법안들이 줄줄이 재검토 대상이 됐다는 점에 대해 박근혜 위원장이 사과 정도는 한마디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설마, '사과를 뛰어넘는' 사과를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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