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출총제 부활 등 수용 가능성 없어"
한나라당 비대위 정강·정책쇄신 분과위원장인 김종인 위원은 13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금산분리 강화, 출총제 부활 등과 관련해 "현재 심정으로서 그런 것은 내가 주도해서 끌어갈 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며 "왜냐하면 한나라당 자체가 그런 것을 과연 수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느냐, 없느냐에 대해 내 나름대로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황이 가능해야지 무슨 제도도 변경이 되는 건데 상황이 허용하지 않을 것 같으면 쓸데없이 노력을 경주할 필요도 없다"고 사실상 포기를 선언했다.
▲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연합 |
김 위원은 이어 "우리 현상을 놓고 봤을 때 어떠한 제도가 어떠한 결과를 갖다가 가져올 것이라고 하는 것은 대략 예측이 가능한 것이다. 지금 사실 출총제를 폐지 등등을 (한나라당이) 하고 난 다음에 (대기업의) MRO(소모성자제구입) 사업 진출 문제라든가 이런 것들이 사후적으로 다 나타난 것 아니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출총제 부활, 금산분리 강화 등이 현재 재벌 개혁의 핵심 중 하나라는 것은 여전히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한나라당은 18대 국회 들어 출총제는 전면 폐지 법안, 금산 분리 완화 법안을 모두 단독으로 처리했다. 금산 분리 완화의 경우 한나라당은 산업 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4%에서 9%로 늘렸다. 그러나 김 위원은 "지금 보수 문제와 마찬가지로 그런 얘기가 나올 것 같으면 (출총제 부활 등을 제기하면) 보수 논쟁으로 또 갈 것"이라고 거듭 불만을 표했다.
김 위원은 "말을 냇가에 물을 먹이려고 끌고가지만 물을 안 먹으면 할 수 없는 거 아니겠느냐"라며 "그런 분위기라고 할 것 같으면 그런 저런 (재벌 개혁) 얘기를 갖다가 거론조차 할 필요도 난 없다. 그런 다음 결과는 한나라당이 선거에서 책임을 지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에 불만?…김종인 "하는데까지 하다가 안되면…"
김 위원의 발언에서는 박근혜 위원장에 대한 불만도 읽힌다. 당 정강 정책에서 '보수'라는 용어 삭제를 추진했다가 박 위원장으로부터 단칼에 제지당한 김 위원은 "우리 현실을 놓고 봤을 때에 지난번 몇 차례에 걸친 선거에서 그와 같은 것(보수 용어의 불필요함)이 입증됐다고 보는데, 한나라당이 그것에 대한 인식을 아직도 철저하게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박 위원장에게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했다.
김 위원은 '보수 용어를 그냥 두기로 하면서 너무 의기소침해진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천만의 말씀이다. 내가 의심소침 할 그런 사람도 아니고 내가 하는 데까지 하다가 (쇄신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내 나름대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사퇴 의사까지 내비쳤다.
김 위원의 발언을 살펴보면 한나라당 비대위가 결국 '박근혜 1인 체제'로 흐르고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박 전 대표가 전날 "비대위를 흔들지 말라"고 한 것은 외부 세력 뿐 아니라 각 비대위원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박 위원장이 김 위원이 강력하게 밀어붙인 보수 용어 삭제, 그리고 쇄신파의 '재창당' 요구를 단칼에 거부한 것도 박 전 대표의 소통 태도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상황이 이러니 야당에서도 조롱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통합당 오종식 대변인은 "요즘 한나라당 비상대책위를 보노라면 TV 개그콘서트의 비상대책위의 주인공만큼이나 어수선하고 비관적"이라며 "더 가관인 것은 최근 회의를 보면 박근혜 위원장 발언만 공개한 채 생략한다고 한다. 이렇게 당이 운영되니 비상대책위원회가 박근혜의원의 측근 자문그룹이다 친위부대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박 전 대표의 폐쇄적 리더십을 비판했다.
쇄신파 '탈당론 '솔솔…'반박세력', 독자 행동 나설까?
박근혜 위원장이 쇄신파의 '재창당' 요구를 전면 거부하면서 쇄신파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정두언 의원은 전날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재창당을 해야 하는데 여기선(한나라당) 어려운 것 아니냐"며 "남아 있을 사람은 남아 있고 나가서 (재창당을) 할 사람은 그렇게 하겠다"고 '탈당'을 암시했다.
쇄신파는 오는 17일 열릴 국회의원-비대위원 연석 의원총회에서 재창당을 다시 요구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추가로 '탈당파' 의원들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비대위의 모든 활동 내용을 논의 대상에 올릴 것"이라는 의총에 김종인 위원은 "공천 규정 관련에 대해 토의할 예정인 것 같은데, 공천 관련 규정을 토의를 할 것 같으면 내가 굳이 거기 나갈 필요가 있겠느냐"고 불참 의사를 밝히는 등 비대위와 쇄신파의 갈등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쇄신파와 별개로, 구 친이계들을 포함한 이른바 '반박 세력'은 독자 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일부는 '박세일 신당'에 합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나라당이 비대위-쇄신파-반박 세력 등으로 분화되는 와중에 비대위 자체도 내부 갈등이 노정돼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돈봉투 파문으로 당은 패닉에 빠졌다. 박 위원장의 '폐쇄적 리더십'이 도마위에 오른 상황에서 박 위원장은 이날 한나라당 경기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지금 이 위기는 과거 모든 구태와 단절하고 새 길을 갈 수 있는 기회"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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