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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슈스케 국회의원? 재롱잔치 하라는 것도 아니고"

[30대, 정치와 놀다] 27세 비대위원 이준석과 '슈스케 비례대표'

요즘 정치권의 핵심 화두는 '젊은 세대의 마음 잡기'인 듯 보인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물론이고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마저 배우나 가수들이 주로 출연해 온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2030세대와의 소통'에 나섰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빙고>를 부르고 문재인 이사장이 격파 시범에 나서는 것은 친근한 이미지를 얻어 젊은이에게 가깝게 다가가겠다는 계산된 쇼인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박근혜 위원장은 '젊은 정당'을 지향하며 27세 이준석을 비대위원으로 모셔왔고, 민주통합당은 슈스케 방식을 통해 청년 비례대표를 뽑아 안정권에 배치하겠다고 준비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정치에 직접 뛰어들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줘 2030세대의 화두가 정치에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얘긴데, 정작 젊은이들의 시선은 싸늘해 보인다.

지난해 4월 재보선 직후부터 30대 일반인 패널들의 정치 방담인 '30대 정치와 놀다'를 진행했지만 어느덧 해가 바뀌어 패널들의 나이도 한 살씩 늘어났다. 덩달아 40대 패널도 생겨났다. 비록 앞자리 숫자가 달라진 패널이 생겨났지만 최근 정치권의 화두가 '2040세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 역시 올해 총선과 대선에서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것음 마찬가지다.

물리적 나이는 40대에 진입했지만, 아이 셋의 아빠로, 평범한 직장인으로, 하루 하루를 힘겨워하며 살아가는 그의 처지는 다른 패널들과 똑같기 때문이다. 이를 반증하듯 올해 마흔이 된 패널은 지난 11일 진행된 다섯 번째 방담에서 가장 '과격한(?)' 검찰 개혁의 방안을 내놓아 다른 패널들을 놀라게 했다.

이 기획을 처음보는 독자들을 위해 첫번째 방담의 머릿말의 일부를 되풀이해보도록 하자.
이 기획은 일반화된 세대론을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대 구분은 '공통의 경험'이라는 점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30대들의 정치인식에 주목하고자 한다. 30대의 일상은 노동, 부동산, 교육, 의료 등 정치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숱한 문제로 점철돼 있다. 40대도 그런 점에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지만, 이들에 비해 더 젊고 혈기왕성하다는 점에서, 30대의 불만 표출은 더 빠르고 직설적이다. 30대 생활인들이 정치를 향해 던지는 '언어폭탄'이 소통 부재를 이야기하는 정치권에 작은 파열음이라도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명박 정부 들어 발생한 미네르바 사건, 쥐벽서 사건 등 크고 작은 '말할 자유에 대한 탄압' 사건을 감안해 수다에 참석한 패널들은 다 가명을 쓰기를 원했다. 이에 발맞춰 기자들도 이 수다 만큼은 이름을 가린다. 또 거론되는 정치인들의 직함은 대화의 흐름상 생략한다.민주통합당 전당대회가 치러지기 전인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의 한 음식점에서 진행된 5번째 방담을 2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지난 15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전당대회 모습.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누구 찍으셨는데요?

지성 : 엇, 그건 비밀인데. (웃음) 박영선 찍었어요. 문성근이랑. 제 친구는 외환은행 다니는데, 노조에서 박지원, 박영선으로 통일하라 그랬대요. 그런데 자기는 박지원은 워낙 '구당' 느낌이 나서 이인영을 찍었다고 하더라고요.

이태권 : 이인영은 좀 '구태' 아닌가요.

지성 : 젊은 분인데, 좀 올드한 이미지는 있어요. 80년대 운동권 선배 같은 느낌이어서 (90년대 학번에게는) 너무 올드해요.

하지원 : 저는 민주통합당 지지자가 아니라 다 별론데, 차라리 박영선 같은 경우는 좀 좋아요. 한명숙은 왠지 참여정부의 대모 같은 이미지여서, 결집시키기는 좋은데, 과오 같은 것도 떠오르고. 문성근은 '친노' 이미지라 별로예요.

프레시안 : 박영선은 참여정부 때부터, 재벌 개혁 이미지, 삼성 저격수 이미지, 이런 게 있죠.

공효진 : 그런데 이미지일 뿐이잖아요.

지성 : 불쌍해 보이는 이미지도 있어요. (BBK 사건 관련해) 막 울고.

하지원 : 남자 정치인이 울면 모르겠는데, 여자 정치인이 우니까, '여성성' 같은 것으로 좀 부각이 될 것 같아요.

지성 : 문성근의 경우는 좀 재미없어요. 너무 진지한 것 같고. 그런데 문성근이 왜 인기가 있지? 하긴 '100만민란' 운동할 때는 좀 대단하다 싶긴 했어요. 누가 돈 주는 것도 아닌데. 민주당 출신이 하면 '도로 민주당'이니까 좀 다른 사람이 와서 민주당 대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어요.

프레시안 : 그래도 문성근이 배우 출신이라 사람들의 마음을 잘 움직일 수 있다는 평도 있어요. 그런데 이전의 민주당보다 기대가 좀 있나요?

이태권 : 기대가 많아서 사람들이 참여했다기보다는, 이 사람들, 이렇게라도 움직여 가야지, 그렇지 못하면 비전이 없겠구나, 이런 생각들을 (유권자들이) 했을 것 같아요.

하지원 : 일단 이 사람들 마음대로 못하게 만들고 나서 좀 보자. 이런 것이요.

이태권 : 그리고 모바일 투표라는 방식이 사람들을 많이 참여하게 했을 것 같아요. 서울시장 경선 때처럼 장충체육관에 모여서 하자. 그러면 전국에 있는 사람들이 왔을 수도 없고, 또 서울 사람들도 모이고 그럴 것 같지 않아요.

지성 : 획기적이예요. 너무 편하더라고요.

이태권 : 이 방식을 잘 만들어서 발전시켜갔으면 좋겠어요. 제가 봤을 때 '민주통합당이 희망이다' 해서 참여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제 주변에 신청한 사람들도 신기해서 해 봤다, 이런 반응이거나, 이명박 심판의 로드맵에 민주통합당이 재를 뿌릴까봐, 자기 의사를 표현하고 싶은... 그래서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지성 : 저는 신기해서 해 봤어요. 문자가 와요. 그러면 찍고, (전송) 누르기만 하면 되요.

이태권 : 저는 이런 방식을 발전적으로 만들어 갔으면 좋겠어요. 80만 명이라고 하면, 이것을 상설적으로 관리해서, 민주통합당이 최고위원회의에서 말도 안 되는 결정 하지 말고, 이 80만 명에게 한 달에 한번 씩이라도 물어보는 거예요. 예를 들면 한미 FTA 어떻게 할까요. 이런 식으로 물어보는 거죠. 최고위원들이 거기에 무조건 따르는 것은 아니더라도, 상설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참고는 할 수 있는 거죠.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분노 때문에 예상을 넘고 80만 명이 모였는데, 굴러들어온 복이잖아요. 그런데 전당대회 끝나고 이 기회를 차버린다기보다, 전당대회 이후에도 어떤 결정을 할 때, 물어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면 좋겠어요.

프레시안 : 문성근의 주장도 이들이 일종의 '시민당원' 형식으로 같이 갈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거였죠.

이태권 : 시민당원이든, 그런 레토릭보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죠. 정말 최고위원회가 결정하는데 있어서, 좀 물어보는 거죠. 돈도 별로 안들 것 같은데.

지성 : 돈이 정말 안드나요?

하지원 : 오프에서 의견을 수렴하는 것보다 비용이 낮죠.

이태권 : 싸게 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아요. 한달에 한 번 정도인데. 최고위원회에서 반영만 잘 해준다고 하면, 한번 할 때 마다 통화료 50원 씩 내겠다고 할 수도 있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 FTA 날치기 처리 이후 등원하느냐 마느냐 가지고 싸우지 말고 물어볼 수도 있다는 거죠. 비용을 걷겠다고 하면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원 : '슈스케' 문자 투표도 참여하는 사람들이 돈 내고 하는 거잖아요. 맥락을 만드느냐의 문제지, 비용의 문제는 방법이 많이 있을 것 같아요.

프레시안 : 프랑스 사회당이 이번에 대선 후보 경선을 하는데 '1유로 경선'을 했죠. 1유로를 내면 일시적인 당원 자격을 주는 거죠.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1유로면 1600원 정도인데, 몇 십만 명이 자발적으로 모이면 비용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태권 : 참여당비, 이런 식으로 가도, 민주통합당이 '경청하겠다'고 하면 사람들이 참여하게 되죠.

프레시안 : 누가 당 대표가 될 것 같나요?

임재범 : 요즘 회사일이 바빠서 정신이 없어요.(웃음) 그 전 까지 사람들이 '한명숙이 된다'고 하던데.

"차떼기 넘은 선거의 여왕, 돈봉투도 넘을 수 있을까?"





: 한나라당 돈봉투 사건 어떻게 생각하나요?

하지원 : 역시나, 했죠.(웃음) 민주당도 돈봉투 사건 있잖아요.

지성 : 공천권을 대표가 가지니까, 대표의 영향력은 또 공천권에서 나오니까 그런 일이 생긴 것 같은데, 한나라당도 공천 개혁을 하면 대표의 권한이 사라지고 하면 그런 (돈봉투 돌리기도) 좀 줄어들지 않을까요?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은 어렵겠지만. 모든 정치인은 다 자유롭지 못할 것 아니예요. 민주당이든 한나라당이든.

하지원 : 관행처럼 돼 왔다고 하는데, 사건이 안 터졌으면 관행대로 그냥 갈 건가요? 민주당도 그런 게 있다고 하는데, 정치 진입 장벽에서 제일 큰 게 '재산'이 있냐 없냐, 돈이 있냐 없냐, 이 부분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이런 때 박희태 같은 구태 정치인은 좀 퇴출시켜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 이상의 개혁이 있어야 한다고 보지만, 그 정도 선에서 이번 사건도 마무리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예요.

이태권 : 전반적인 구세대의 문제인데. 세비를 월 1억 씩 받는 사람들이 고작 300만원? 그게 이 인간들의 가격인가? 1억 씩 받는 사람들인데, 고작 300만 원 받고 (300만 원 준 사람을) 찍는 사람은 뭐고....우리 민주주의 수준이 고작 300만 원 정도인가? 그런 씁쓸한 기분이 드네요.

하지원 : 300만원 주고 애들(대의원, 당원 등)이랑 술 한잔 하고 밥 먹어라, 이런 건가?

이태권 : 돈이 없어서 못 사는 사람도 아니고, 왜 300만 원 가지고 표심을 흔들어야 하고, 또 흔들려야 하는지 저는 진짜 이해가 안가요.

프레시안 : 이런 의미로 볼 수 있는데,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당신이 지역의 당협위원장인데, 당신 지역 대의원들에게 밥 한 끼는 사라. 그러면서 내 이름 한번만 말해 달라. 이런 정도의 경비죠. 사람이라는 게 내돈 내고 밥 사는 것보다, 후보가 준 돈으로 밥 사는 게 훨씬 편하고, 그런 것이죠.

이태권 : 그래도 이해 안가요. 저는 정말 국회의원 세비 월 300만 원 정도로 줄이면 좋겠고요. 정말 하고 싶은 사람만 해서 고생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월 300만 원 주면 부정부패가 심해진다는 우려가 있다고 하는데, 그러면 법 적용을 엄정하게 해야죠. 진짜, 보수고 진보고 떠나서 나라의 수준이라는 게.... 지들이 국격, 국격 얘기하는데, 수준이 여기에서 후퇴하면 갈 곳이 없을 것 같아요. 21세기 어쩌고 하는데, 그런 수준이라는 거고, 뉴스 보고 짜증이 확 밀려오더고요.

공효진 : 저는 처음에는 '뭘 새삼스럽게'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이태권 씨 말씀이 이해가 가는데 그래도 300만 원이라는 돈이 적은 돈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뭔가 관행적으로 300만 원 씩이나 줘서 표를 사야 하나. 그리고 뿌린 사람은 또 10명 돌리면 3000만원이고, 100명 돌리면 3000만 원이예요. 보통 사람 연봉이예요. 그러면 그 돈이 과연 어디서 났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프레시안 : 정치자금에 잡히는 돈이면 불법 정치자금 유용이고, 정치자금에 안 잡히면 불법 자금이죠.

하지원 : 저는 세비 안 줄이고,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한 50배 쯤 벌금을 메겼으면 좋겠어요.

이태권 : 아니, 진짜 밥 사주는 것 같고... 저는 밥만 먹고 다른 사람 찍을 것 같아요.

공효진 : 한나라당 대의원 입장으로 보면, 이게 성의일 수도 있겠죠. 나를 뽑아 주세요 하는 성의.

프레시안 : 밥자리에서 설득이 이뤄지죠. 부채 의식도 들고. 솔직히 유권자 대의원을 한 명 씩 만난다는 건데 밥 먹는 한 시간 동안 어떤 후보에 대해 얘기를 듣고 투표장 가는 것과 한 번도 얘기 안들어보고 투표장 가는 것은 조금 다른 의미죠. 현재 우리나라 정당의 수준, 위치에서 300만 원의 비밀이 그 쯤에 있을 것 같아요.

이태권 : 안 되겠다. 모바일 투표 해야 되겠다.

임재범 : 저는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돈봉투 관련해서 저는 좀 걱정되요. 이 문제로 사람들이 정치 전반에 대해 불신을 갖게 되는 거죠. 어떤 수법일 수도 있어요. 그렇다보면 사람들의 정치 혐오증을 불러오고, 정치는 정치인들만 하는 거야. 이런 식으로 가는 거죠. 결국은 한나라당의 '재집권 전략' 프로그램에 말려드는 것 아닌가. 저는 그런 우려가 있어요. 지금 프레임이 누가 줬냐, 안 줬냐. 돌려 줬냐 아니냐. 이런 식으로 가잖아요. 그런 프레임을 깨려면, 왜 지금 돈봉투 얘기를 하느냐. 관행이라면서? 왜 지금 그것을 얘기하느냐. 이런 식의 질문을 해야 할 것도 같아요. 그래야 정치판이 좀 바뀌고, 제대로 된 정치가 필요하다. 이런 논란으로 옮아가야 하는 거죠. 이런 식으로 가면 총선 결과, 대선 결과, 좀 우려스러워요. 야당이 굉장히 기대 섞인 총선 전망을 내놓는데, 이런 프레임으로 가면 웃기는 소리다, 하는 거죠.

하지원 : 관행이라고 하면서 (폭로를 시작한) 고승덕을 띄우고, 이런 관행을 타파하겠다는 한나라당의 '쇄신'이 주목받고, 그렇게 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공효진 : 저는 이런 세상이 좀 바뀌었으면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 하는 행태를 보면서, '정치는 어떻게 가야해'라고 신경 쓰는 사람은 아니예요. 이런 자리(30대 방담)에서 하는 얘기를 들으면, 내가 모르는 사람들(정치인들)이 되게 많고 그런데, 저는 이런 사건이 터지면 '누가 기획적으로 폭로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정말 정치가 썩었구나, 어찌됐든 바꿔야 하겠다'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민주통합당의 누가 (대표가) 돼야 한다? 한미FTA 현안에 대해 모바일 투표를 하자? 그냥 (정치인들이) 알아서 생각을 잘 해서 사람들 마음을 읽고 그래야 하는데, 그것을 민주통합당이나 한나라당이 (지금까지) 못했잖아요. 그게 문제인 것 같아요. 어떤 (의사 결정) 방식을 거대하고 체계적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보다는요...한나라당이 쇄신을 해서 어떤 이미지를 만들려고 한다, 이런 것보다는 돈봉투 사건, 그대로 느껴져요. 한심한 놈들. 어떻게 300만 원으로 표를 사고, 그것을 관행이라고 말하고, 정말 한심한 생각이 많이 들어요. 바꿔야겠다.

임재범 : 한나라당이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돈봉투 연루자들을) 막 쳐내고 할 수도 있겠죠. 그렇게 되면 다시 천막 당사 시절이 떠오르는데, 그 때는 차떼기였죠. 천막 치고, 연수원 팔고, 그때 박근혜가 대표가 돼 수습 대책을 지휘하고, 선거에서 사실상 이겨버렸죠. 저는 그게 억울한 거예요. 이번에도 (박근혜 체제는) 그게 통할 거라고 보는 것이거든요. 사실 (당시 2004년 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이) '저런 썩은 것들' 하면서 투표장에 안 간 것이거든요. 결국 차떼기 정치 풍자만 늘고, 참여는 안하게 된 거죠. 결국 정치인들은 그런 식으로 먹고 사는 거라고 봐요. '너희들 관심 갖지마, 우리같이 썩은 사람들이 정치를 하는 거야' 하는 거죠. 그런 프레임을 못 깨면 생활 정치? 진보 정치? 다 안 되죠. 정치는 술자리 안주, 이런 생각에서 못 벗어나는 거예요. 저는 그게 굉장히 걱정스럽고, 이번에 돈봉투 파문 이후 총선에서는 (과거 2004년과 달리) 그런 프레임이 깨졌으면 좋겠어요.

이태권 : 그런 것을 (한나라당이) 노리고 있을 것이라고 저도 생각은 해요. 그러나 차떼기 파동 때 천막당사 치던, 그런 식으로는 (지금은) 안 갈 것이라고 봐요. 그때보다는 국민들의 정치권에 대한 혐오가, 포기로 이어지지 않을만한 창구, 채널들이 좀 늘어났어요. 차때기 때와 달리 돈봉투 때는 엄청나게 사정이 달라졌거든요. 지금은 시민단체가 주도하지 않았는데도 (2009년 한미쇠고기협정 이후) 촛불시위가 나왔고, <한겨레>든 진보 언론이 주도하지 않았는데도, 야권 진영의 아젠다 세팅에 <나꼼수>가 영향을 미치고 있죠. 어떤 '허무주의'로는 가지 않을 것 같아요. 한나라당의 의도가 그런 식이라면 부분적으로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지난번처럼(2004년 총선) '선거의 여왕'은 탄생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촛불 시위도 시민들의 작품이고, 박원순 시장도 시민들의 작품이고 정봉주라는 '듣보잡'을 띄운 것도 시민들의 작품이었죠.

공효진 : 그래서 '돈봉투' 사건이 가지는 의미가 예전처럼 '썩은 정치인' 이런 식으로만 가지는 않을 것 같아요.

임재범 : 도구들을 우리가 갖고 있으니까?

이태권 : 2004년 식으로는 안 갈 것 같아요.

"박근혜 쇄신 행보? 지금까지 뭐 한 거 있어요?"

프레시안 : 박근혜의 쇄신 행보, 어떻게 보세요? 느낌이?

이태권 : 관심 없는 것 같아요.

공효진 : 지금까지 뭐 한 것 있어요?

이태권 : 박근혜보다 김종인에 관심이 더 있는데, 천막 당사 때와는 지금, 박근혜는 안 달라졌는지 몰라도, 박근혜를 둘러싼 배경은 달라졌죠.

하지원 : 형광등 100개가 생각나네요.

이태권 : 그러니까 그 (조선, 중앙, 동아) 종편들이 얼마나 대중적인 감각이 없으면 그런 방송을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프레시안 : 김종인 아는 사람이 많을까요?

지성 : 잘 모를 것 같은데요. 김종인이 예전에 민주당에서 공천 받았어요?

프레시안 :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을 했죠. 민정당 의원도 했고.

지성 : 저는 김종인이 들어왔을 때는 굉장히 (한나라당이) 참신한 결정을 했다고 봤거든요. 재벌 개혁 이미지도 있고, 경제민주화 조항을 만드는 데 역할을 했다면서요. 이상돈은 한나라당에 비판적인 사람이었는데 비대위에 오니까 신선한 느낌은 났어요. 박근혜가 잘 뽑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김종인, 이상돈의 과거를 보니까 또 그런가보다 하는 느낌도 들고, 왔다 갔다 하네요. 젊은 친구는 (이준석 위원) 관심이 없고. 그런데 많은 사람에게 물어보면, 다들 관심이 없더라고요.

이태권 : 그런데 민주통합당도 굉장히 착각하고 있는 게 생물학적인 나이는 중요하지 않아요. 의류 패션 시장에서도 '에이지타게팅(특정 연령대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이 사라진지 오래 됐거든요. 인구통계학적으로 사람들이 나이에 따라서 어떤 특정한 선택을 한다? 이런 게 안 잡혀요.

그런데 한나라당이 27살 짜리를 비대위원으로 뽑고, 민주통합당이 무슨 '슈스케 방식'으로 비례대표를 뽑는다? 다들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요? 이준석 같은 사람은 과학고 하버드대 출신인데, 나와는 다른 사람이고, 슈스케 방식이라고 하는데, 사실 그런 게 '신파성'이 강하잖아요. 감정선을 자극하는 것이죠. 그런데 그것은 소비되는 것일 뿐이고, 내 나이대 사람이 나를 위해 뭘 해줄 것이라고 누가 생각을 하나요. 굉장히 어리석은 관념에 빠져 있는 것 같아요.

지성 : 박근혜에게 강박관념이 좀 있는 것 같아요. 하도 젊은 사람들이 한나라당을 싫어하고 자기를 싫어한다고 하니까, 그런 사람을 영입을 해서라도 좀 타파하고 싶었겠죠.

이태권 : 그런 대중적인 접근 밖에 못하는 거죠. 본질적인 접근을 하는 게 아니라.

"슈스케 방식? 자기들은 PD고 젊은세대는 모두 연예인 지망생인가요?"

프레시안 : 그러면 이 시대의 젊은이를 대표하는 사람은 누구를 어떻게 뽑아야 하느냐. 이런 문제가 생기죠.

이태권 : '슈스케' 방식이라고 해서 접근하는 것이 굉장히 기분 나쁜 게, 자기들은 PD고 방송국이고, 국회에서 활동하겠다는 사람은 연예인 지망생이야. 여기에 권력 관계가 없을 것 같나요? 이건 말도 안 되는 거예요. 마리오네뜨 인형이에요. 전혀 건강하지 않고, 세대 모순을 없애는 게 아니라 심화시키는 거예요. 그러면 심사위원은 누가 하게요?

슈스케 같은 것을 보면 심사위원과 참여하는 사람 의 권력 관계가 정상으로 보이나요? 이것은 도제식, 그 이상이예요. 자기들의 마리오네뜨 인형을 인기투표로 뽑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민주주의와 근본적으로 다른 거예요. 시장 경쟁도 아니고, 왜곡된 형태의 하나의 쇼죠.

프레시안 : 어떤 방식이 좋을까요?

이태권 : 그냥 쿼터제를 늘리는 게 좋죠. 여성 쿼터제라든지 연령 쿼터제도 하고 싶으면 할 수 있죠. 그런데 '슈스케' 방식이라는 게, 이미 (젊은 사람을) 보는 시각 자체가 (젊은 사람을) 도구화시키는 거예요. 그렇게 뽑힌 사람이 '저 사람이 나랑 나이가 비슷하니 내 또래의 요구를 잘 표현해주겠구나' 하고 생각할까요?

하지원 : 그냥 '젊은 사람 하나 뽑았구나' 하는 생각 이상은 안 들것 같아요.

이태권 : 지금은 옛날처럼 운동권에서 새로운 피 수혈을 못하니까, 이제 이런 식으로라도 수혈하겠다는 건데 웃기는 거죠. 여야 막론하고 다들 그런 환상에 빠져 있는 것 같아요. 박원순 시장조차도 마찬가지예요.

예컨대 이번에도 보육법이 바뀌었잖아요. 0~2세 갓난 아기를 어린이집에 맡기면 공짜로 해준다고요. 그런데 이건 집에서 애를 키우는 저소득층 부모들에게는 도움이 하나도 안 되거든요. 지금 여야를 막론하고 똑같은 점이 정책 수혜자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을 생각하더라고요. 어린이집 운영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거죠. 왜냐면 그것이 표니까요. 정작 젊은 부모들이 어떤 마음인지는 모르는 거예요.

그런데 더 간단한 해법이 있어요. 모든 초등학교마다 병설 어린이집을 만드는 거예요. 국립 어린이집 비용이 월 3만3000원이거든요. 또 공부를 안 가르치고 인성 교육이 중심이고요. 모든 초등학교에 어린이집을 만들면 지원도 되고 교육도 공공화될 수 있죠. 민간은 영어 교육 등의 시장에서 나름 발전할 수 있고. 그런데 왜 안 할까요. 각 어린이집 원장들이 반발하니까 못 하는 거거든요.

이런 눈치 보고 저런 눈치 보면서 나이만 20-30대인 아이들을 가져다 놓으면 달라질까요? 전 아닌 것 같아요.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박원순 진영도 마찬가지로 감각이 없다는 느낌이 들어요. 박원순 시장의 예방접종 무료 정책을 보고 엄청 실망했거든요. 필수예방접종은 원래 보건소 가면 공짜인데 왜 동네 병원에 돈을 주죠?

임재범 : 좋은 일 아니에요?

이태권 : 아니죠. 보건소를 더 강화하는 게 맞아요. 그건 원래 박원순 정책이 아니라 민주당 정책인데 아마 민주당도 개원의협회에서 압력을 넣어서 내놓은 정책일걸요. 그거보다는 지금 보건소에서 공짜로 안 놔줘서 동네 병원들이 폭리 취하는 백신들이 있어요. 로타 바이러스 같은 것들을 보건소에서 직접 시술하는 게 더 중요하죠.

지성 : 압력단체 그런 거 때문이군요.

이태권 : 오늘도 보건소에서 애 접종 맞히고 왔거든요. 보건소 너무 친절하고 좋은데 애 엄마들이 정말 없더라고요.

프레시안 : 왜 그렇죠?

이태권 : 동네 병원에 가도 공짜니까요. 보건소까지 올 이유가 없죠. 또 최근에 살림하는 엄마들이 전부 갓난 애기 어린이집에 보내겠다고 난리라고 하더라고요. 3월부터 보육비를 지원해주는데 어린이집을 보내야지만 돈을 주거든요. 안 보내면 웬지 손해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죠. 전업주부들조차 어디 보내야 하나 알아보느라고 난리래요.

프레시안 : 황금 돼지띠 아이들이 요새 유치원 구하기가 어렵대요. 그해 워낙 많이 낳아서 애들이 많은 것도 있지만 만5세부터 유치원비를 지원해주다 보니 영어유치원, 놀이학교 보낼 생각이 있던 사람들도 다 유치원을 보낸다고 하더라고요. 수요가 몰리니까 유치원 들어가기도 힘든 거죠.

이태권 : 그것도 결국 세금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거든요. 생활정치 면에서는 여든 야든 다 똑같은 것 같은데 '슈스케 방식'으로 국민 눈높이를 맞추겠다? 어렵죠.

"노인네들이나 '슈스케'가 신기하지 젊은이들은 관심 없어요"

임재범 : 슈스케 방식은 결국 이벤트잖아요. 그냥 이벤트.

이태권 : 결국 이벤트죠. 이벤트인데 20-30대를 대상화시키고, 오히려 모욕적인 것 같아요.

임재범 : 맞아요. 모욕적이죠. 우리 앞에서 재롱잔치 한 번 해봐, 이거잖아요. 잘 하면 뽑아줄게.

이태권 : 장기자랑 잘 하는 4명은 안정권, 4명은 후순위 해줄게. 딱 이거예요.

프레시안 : 우리도 다른 나라처럼 정당 내에서부터 젊은 정치인을 키울 생각을 해야 하는데, 당에서 일해 온 젊은 당료들을 사무직 직원 취급하는 건 문제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 늙었다고 하면 밖에서 데려올 생각만 하는 거죠.

지성 : (젊은 정치인이) 진짜 없어요. 우리 나이 정치인 한 명도 없지 않나요.

프레시안 : 없죠. 제일 젊은 현역 의원이 김세연 한나라당 의원(부산 금정구)인데, 1972년생이예요. 그런데 이 사람도 아버지 지역구를 물려받은 사람이거든요. 재밌는 것은 나이는 젤 어린데 국회의원 가운데 재산 2위라는.

이태권 : 젊은 정치인들 다 그렇더라고요. 남경필도 아버지 지역구 물려받았고. 사실 이준석이나 '슈스케 방식'에는 노인네들이나 '와, 신기하다' 이러지, 젊은 사람들은 별 관심도 없어요. 이해찬이 며칠 전에 어딘가 인터뷰한 걸 보니까, 슈스케 이거 엄청나게 흥행할 거라고 하던데 이해찬도 노인네니까 그런 거에요.

프레시안 : 그렇군요. 개인적으로는 비대위 명단에 스물 일곱의 이준석이 들어가 있는 건 좀 관심이 갔었거든요. 어떻게 들어갔을까, 하고요.


이태권 : 말초적인 호기심일 뿐이죠.

프레시안 : 물론 알고 보니 유승민 의원의 친구 아들이더라고요.

공효진 : 아, 그래요? 그건 몰랐어요. 그래서 그렇게 띄워주는 건가?

☞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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