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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쓰나미는 부산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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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나라당, 쓰나미는 부산에서 온다"

[고성국의 총선 견문록]<1> "한나라당에 대한 불만은 상상 이상"

<프레시안>은 4월 총선 맞아 새 기획을 마련했다. 이번 총선에 출마할 예정인 정치 신인들을 통해 정치 개혁과 지역 민심 등을 두루 살피고자 한다. 인적 쇄신이 쇄신의 '종결'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정치신인에게 불리한 환경에서 주목할 만한 새 정치인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일은 소통의 창구인 언론이 해야할 역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특히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영남에서도 '한나라당이면 된다'는 보장이 없고, 호남에서도 '민주당이면 된다'고 자신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안철수 바람, 디도스 사태 같은 중앙 정치 변수들 못지 않게 지난 수십년 간 쌓여 온 지역민들의 실망, 분노와 좌절도 내년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흐름은 영호남 가릴 것 없이 각 지역 현역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과 회의로 나타나고 있다. 지역에서부터 새로운 정치에 대한 욕구가 분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내년 총선은 어느 때보다 더 역동적일 것이다. 예측 불가능한 선거가 될 것이다.

쉐보르스키는 결과가 예정된 선거는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했다. 만약 지금과 같은 역동적 변화가 계속된다면 우리는 참으로 오랜만에 전국적 수준은 물론, 지역적 수준에서도 제대로 된 민주적 선거를 치를 수 있게 될 것이다.

프레시안은 지역 민심이 실제로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지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기 위해 권역별 기획인터뷰를 시작한다. 첫 번째는 부산경남 지역에 출마한 한나라당 예비후보들이고, 다음 편에 이 지역에 출마한 야권 예비후보들 인터뷰가 이어진다. <편집자>


부산 강서북을 출마하는 한나라당 박상헌 후보

내년 총선은 두 개의 전선에서 치러질 것이다. 수도권 전선과 PK 전선이 그것이다. 부산 지역 친박계의 좌장인 허태열 전 최고위원에게 도전장을 내민 한나라당 박상헌 예비후보로부터 P‧K 민심을 들었다. 부산 북‧강서을 지역은 야권에서 민주통합당 문성근 후보가 출사표를 던져 P‧K지역 최대 접전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박상헌 예비후보는 부산대를 졸업한 후 14대 국회에서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했고, 안상영 전 부산시장의 비서를 지냈다. 17대 대통령 인수위 출신이기도 하다.

고성국 : 당내 상황이 여러 가지로 복잡한 가운데 출사표를 던졌다.

▲ 박상헌 에비후보 ⓒ프레시안
박상헌 :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안철수 쓰나미, 선관위 디도스 공격까지, 당이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몰려있는 것 같다. 백가쟁명식 당 쇄신 방안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부산 출마를 결심한 사람으로 착잡하다. 87년 체제가 마무리 되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도 있고, 한나라당의 역사적 소명이 끝난 것 아닌가 하고 말씀 하시는 분도 있다.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도록 당이 뿌리부터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고 기득권에 연연하면 살아남기 힘든 것 아닌가 하는 절박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고성국 : 지역에 다니면 사람들이 한나라당에 대해 뭐라고 하나?

박상헌 : 한나라당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상상 이상이다. 가까운 지인들도 '무소속으로 나가야 하지 않느냐'고 얘기하더라. 처음에는 (이런 얘기들이 나오는데)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제는 정치에 관심이 있든 없든, 친구든 선후배든 다 그런 얘기를 한다.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대안 세력이 있느냐?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고성국 : 지역 사람들이 한나라당에 대해 싸늘한 감정을 갖게 된 이유가 뭔가?

박상헌 : 87년 체제가 정치 타협의 산물로 나타난 상황에서 부산 경남의 정치인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누구의 뒤에 설 것인가', '어떻게 공천 받을 것인가'에 99%의 에너지를 투입해 왔다. 그 과정에서 마켓도 없어졌고 경쟁도 사라졌다. 이렇게 한 20년 지나다 보니까, 시민적 요구와 국회의원간의 괴리가 커졌다. 부산, 경남, 영남 지역 의원들은 지역구 관리 열정이랄까 에너지가 전체 에너지의 10분의 1이나 될까. 수도권은 국회와 지역구가 가까이 있지만 부산은 주말에만 가는 게 상례화 돼버렸다. 이 지역 정치인들의 DNA 속에 시민과 유권자에 대한 본능적 공포감 같은 게 없어져 버린 것 아닌가 싶다.

고성국 : 부산 정치 시장에는 마켓도 없고 경쟁도 없다? 정치인들이 유권자를 겁내지 않는다?

박상헌 : 여의도식 정치 공학에만 집중하면 되고, 그 중에서도 힘 있는 사람 뒤에 서면 되니 그런 것 같다. 한 상품이 20년 간 독점하면 경쟁 상품이 제대로 등장할 수 없다. 이런 상태에서는 정치 신인들은 경쟁력이라는 기준으로 봤을 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고성국 : 기득권이 계속 공천 받고 당선되는 과정의 연속이다?

박상헌 : 그렇다. 사람을 교체할 때는 (지역의 경쟁력 있는 신인보다는) 법조계 같은 곳에서 가져다 쓴다. 그런 사람은 현장에서 멀어진다. 이같은 정당 기득권 구조만 깬다면 정치 신인들이 대거 등장할 수 있다.

고성국 : 완전 국민 경선제로 가면 정당 기득권 구조가 깨지나?

박상헌 :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보면, 여의도의 '세'와 대의원 숫자의 비율이 놀라울 정도로 일치한다. 그 구조 속에서 경쟁하라는 것은 정치신인들에게 죽으라는 것과 똑같다. 그런 것을 오픈한다면 신인들도 충분히 해볼 수 있지 않나. 대담하게 시장을 열 필요가 있다. 전면적으로 하기 힘들다면 PK지역 10군데, 혹은 몇몇 핵심 지역을 시범적으로 한다든지 하는 방법도 있다. 어떤 방식이든 시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정치에서 시장 기능의 회복이다. 순수한 경쟁의 복원이 필요하다.

고성국 : 시장에 맡기면 기득권이 확대된다는 지적도 있다. 공천을 혁명적으로 하려면 중앙당이 전략 공천을 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고... 어떻게 보나?

박상헌 : 전략 공천이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우리 당의 경우 이를테면 SNS 대책을 세우라고 당 지도부가 명하면, 알바를 동원해 리플을 다는 식이 돼 버린다. 이것은 한강에 돌을 던져 한강을 채울 수 있다는 발상이다. 인적 쇄신이라고 하면 중앙당에서 공천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지역 속에서, 지방 정부 속에서 끊임없이 지역 주민들과 긴장을 유지하면서 커리어를 발전시키고 정치적으로 훈련을 쌓은 사람들을 발굴하는 일이다. 지역의 젊은 신인들에게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과감하게 주는 게 맞지 않나.

고성국 : 허태열 전 최고위원을 이길 자신이 있나?

박상헌 : '허태열, 당신은 누구인가' 묻고 싶다. 10년 동안 주민의 권리를 위임받아 한 일에 대해 공개적으로 토론하고 싶다. 박근혜 전 대표의 비전도 좋고, 허태열 의원의 당내 위상도 좋고, 부산 지역의 불균형 발전에 관한 이야기도 좋다. 마이크를 달라는 것이다.

고성국 : 허태열 의원이 뭘 잘못했나?

박상헌 : 노무현 전 대통령과 허태열 의원이 이 지역에서 붙었다. 합동유세장에서 허태열 의원이 연설을 하는데 야유가 나왔다. 허태열 의원이 '야유한 분 전라도 사람이죠'라고 발언하더라. 이것은 금도를 넘은 것 아닌가. 이런 정도의 사고를 갖고 정치적인 출세욕으로 정치를 해온 것은 문제다. 지역을 대표할 권한을 위임해준 주민들의 불행이다. 이 일은 지역 사회에서 큰 이슈가 됐다. 그 선거에서 노 전 대통령이 떨어지고 허태열 의원이 이겼다. 노사모가 생기는 계기가 됐다.

고성국 : 부산 북강서을은 이른바 '부산 서부벨트'의 중심이다. 서부벨트가 위험하다는 얘기가 계속 들리던데. 왜 그렇나?

박상헌 : 부산에는 동서 불균형 문제가 있다. 해운대가 강남보다 낫다 홍콩보다 낫다고 하는데 강서는 암흑천지다. 부산 직할시가 광역시로 되면서 김해군 일부가 강서쪽으로 붙었다. 이게 100% 그린벨트였다. 개발 불가능한 그린벨트로 산업 공동화 현상이 생겼다. 한때 부산이 GDP 20%까지 차지했었는데, 쇠락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거기에 안상영 시장 때 동진정책을 폈다. 그게 해운대 기장 개발이다.

고성국 : 안상영 시장과 일을 같이 했으니 강서 발전이 더딘 것은 후보에게도 책임 있는 것 아닌가?

박상헌 : 서울과 부산이 다른 게 (부산은) 재원 부족 문제다. 산업 공동화 때문에 세수가 없다. 산업,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해운대에는 인프라가 있었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에서 불가피한 면이 있었다.

고성국 : 강서를 발전시킬 복안이 있나.

박상헌 : 이명박 대통령이 들어와서 그린벨트가 대부분 해제됐다. 조선 관련 산업 단지라든지 부가가치를 높이는 여러 가지 것들, 택지 개발 등이 가능해졌다. 지금까지 강서라는 곳은 부산시의 혐오물들을 갖다 버리는 곳이었다. 쓰레기장이 있고, 혐오 시설을 임시로 갖다 놓는 지역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부산의 미래는 강서에 있다. 젊고 다이나믹한 강서로 만들어 부산이 밸런스(균형)를 잡아가야 한다. 중앙 정부의 협조 없이는 예산 구조상 어떤 형태든 발전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국회의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고성국 : 한나라당 국회의원 17명은 그동안 뭐 했나?

박상헌 : 글쎄... 내말이 그 말이다.

고성국 : 부산 현역 의원들이 좋게 생각 안 할 것 같은데?

박상헌 : 상관없다. 언제든지 토론을 원한다.

고성국 : 한나라당은 보수 정당으로서 자격을 잃었나?

박상헌 : 완벽히 잃었다. 제가 이해한 보수는 이렇다. 부단한 자기 혁신을 동반하지 않는 보수, 겸손과 겸양의 마음을 갖지 않는 보수는 수구다. 진보 못지않게 당대 문제에 치열해야 하고, 책임 져야 하며, 노블리스 오블리제와 공동체적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 출세주의, 기득권 수호로 간다면 보수가 아니고 수구 아닌가.

고성국 : 지금 한나라당은 수구인가?

박상헌 :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고성국 : 박근혜도 그렇나?

박상헌 :박근혜 비대위원장에 대해 말할 입장은 아니다. 고민하는 보수의 관점에서 개인적 바람은 치열한 내부 경쟁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한나라당 유력 주자로 25% 이상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영남 중심의 줄서기 행태에 동조하는 것인지, 기득권에 동조하는 것인지, 박근혜의 비전을 영남 지역에 끊임없이 알리려는 노력이 있었는지 의심이 간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도 그렇다. 밀양이냐 가덕이냐 하는 논쟁은 부산 시민들이 각성하는 계기가 됐다. 부산에 출마하기 때문에 부산 입장을 대변하는 게 아니다. 여기(동남권 신공항 문제)에 대해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명확한 원칙과 소신 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못 보여 준 게 아닌가. 이런 모습을 보면서 부산 시민들이 박근혜에 대해 처음으로 '글쎄'라는 심정을 갖게 됐다.

고성국 : 박근혜 비대위원장에 대한 회의나 의문이 PK 지역에 광범위하게 깔려 있다는 뜻인가?

박상헌 : 절대적 믿음에서 상대적 믿음으로, 배타적 지지에서 상대적 지지로 간 것 아닌가 싶다. 야권이 PK에서 해볼만 하다고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김두관 지사가 이긴데다, 신공항 문제가 겹쳤다. (PK에서) 한나라당 독점 구도에 균열이 생긴 상태다. 만약 야권이 제대로 된 인물과 비전을 앞세우고 빠른 속도로 정비해서 나온다면 총선은 부산이 제일 흥미롭게 전개될 것이다. 부산이 과거에는 야도였다. 바람이 심한 곳이다. 바람의 에너지가 20년 동안 억눌려 있었다. 그게 터져 나오고 있다. 야당이 인물을 제대로 배치하고 진정성 있게 한다면 한 20년만에 대전이 벌어진다. 정말 재미있는 선거가 될 것이다.

고성국 : 부산 사람들은 문재인을 대권 주자로 보나?

▲ 박상헌 에비후보와 고성국 박사 ⓒ프레시안
박상헌 :
지식인들은 대권주자로 보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문재인 이사장이) 지향하는 바가 뭔지에 대해 아직 정확하게는 모르는 것 같다. 문 이사장이 대권주자로 뛰려면 내년 4월 총선에서 문재인이 위력적으로 런칭이 돼야 한다.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박원순은 거인이었는데 막상 서울시장 나간다고 했을 때 지지율은 5%에 불과했다.

고성국 : 부산 사람들이 안철수는 어떻게 보고 있나?

박상헌 : 최근에야 안철수가 부산 사람인 줄 알게 된 것 같다. 출향인사라는 말이 있다. 안철수는 성공한 출향 인사다. 보통 그런 경우는 동네 사람으로는 안친다.

고성국 : 한나라당은 부산에서 현역 교체를 어느 정도 할 것 같나?

박상헌 : 지금 분위기로 보면 18개 중에 13~4개 쯤이 전면적으로 바뀌지 않나 예상한다.

고성국 : 부산 현역 의원들의 위기의식은 어느 정도인가?

박상헌 : (위기 의식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아우슈비츠에서 유태인들이 가스실로 끌려가는데 독일군이 오늘은 '모자 쓴 사람 나와', 내일은 '안경 쓴 사람 나와' 이런 식으로 처형을 하는데도 끝까지 '나는 아니겠지' 하면서 기다렸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강고하게 버티고 있으니 나는 (인적 쇄신 대상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들 하는 것 같다. 쓰나미가 온다는 소문은 있는데 본적도 없고, 당해본 적도 없다. 수도권은 위기의식을 매우 강하게 느끼는 것 같은데 영남은 아니다.

고성국 : 중국에서 세계 최대 공룡이 발견됐다. 몸 길이 18미터, 어깨 높이가 6미터인데, 두개골의 크기는 지금의 개 정도 된다. 그 공룡은 육식 공룡이 다리를 물면 뇌까지 아픔이 전달되는데 5분 정도 걸렸다고 한다. 자기가 잡아먹히는데도 잡아먹히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있다가 잡아먹혔다는 것이 고생물학자들 얘기다. 한나라당을 보면 그 공룡이 생각난다. 그 중 가장 취약한 곳이 바로 영남인 것 같다.

박상헌 : 전적으로 동감이다.

고성국 : 본인이 국회의원 될 확률은 어느 정도라고 보나?

박상헌 : 스텝으로 20년 가까이 (정치권에) 있었다. 이제는 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과정에서 충실하게 가야 한다. 목표에만 집중하면 여러 사람이 상처를 입는다. 상처주지 않고, 상처받지 않고 행복하게 갔으면 좋겠다. 당당하고 재미있게 가고 싶다. 저를 도와주고 저와 함께 한 모든 분들이 제 선거하는 동안만큼이라도 보람 있고 뿌듯해 했으면 좋겠다.

최구식(진주갑)에 도전장 내민 김대영 한나라당 예비후보

김대영 예비후보는 진주고 서울대 법대를 나와 창원지법 부장판사를 지냈다. 현재 경상대 법대 겸임교수로 있다. 친박계이고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 외곽조직인 '포럼경남비전'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고성국 : 최구식 의원의 비서가 선관위 디도스 공격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진주갑 분위기는 어떻나?

김대영 : 한 쪽에서는 진주 사람들 자존심을 훼손 시켰으므로 정치인으로서 책임을 지라는 분위기가 있다. 다른 쪽에서는 아직 '배후'가 밝혀지지 않았으니 사태를 지켜보고 사실관계가 드러나면 그 때 정리를 해도 늦지 않다고 하고 있다.

고성국 : 어느 쪽이 우세한가?

김대영 : 지역분들이 창피하게 생각한다. 시민들이 정치에 실망이 크고 분노하다 보니 무관심해 졌다. 무관심하다보니 정치는 아예 관심 밖의 사안이 돼버린 느낌이다.

고성국 : 한나라당은 잊혀진 존재인가?

김대영 : 그렇다. 화낼 대상도 아닌 것 같다.

고성국 : 그런데도 한나라당 공천을 받고자 한다. 왜 한나라당인가?

김대영 : 우리나라가 이만큼이라도 성장한 것이 자유민주주의 가치가 유지돼 왔기 때문이다. 그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 온 중심에 한나라당이 있었다. 한나라당이 그동안 국민 마음을 읽지 못했고 민심을 읽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새롭게 태어나려 하고 있다. 새로운 한나라당의 공천을 희망하고 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함께 움직이고 싶다.

고성국 : 당의 주류가 이명박이 아니라 박근혜인가?

김대영 : 그렇게 보고 있다.

고성국 : 박근혜 비대위원장에 대한 민심은 어떻나?

▲ 김대영 예비후보 ⓒ프레시안
김대영 :
박근혜 비대위원장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와 여망이 상당하다. 제가 친박계로 분류되다 보니 그런 여론을 많이 듣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진주는 보수적인 분들이 많은 곳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보는 것 같다. 사람들은 그가 지금까지 정치인으로 살아온 행적을 본다. 원칙대로 정도의 정치를 해온 인물로 보는 것이다.

고성국 : 경남 전체는?

김대영 :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김해 쪽, 동부 경남 쪽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 있다 보니 정서적 차이가 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서부경남에서는 박근혜에 대한 기대와 지지가 매우 높다.

고성국 : 경남 살림살이는 좀 나아졌나?

김대영 : 창원에서 변호사 생활을 오래 했다. 창원은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다. 그러나 이번에 출마하는 진주를 포함한 서부 경남은 창원과 달리 매우 어렵다. 전국 6대 낙후도시라고들 한다. 중부 경남에는 통합창원시가 등장했고 김해, 양산도 인구가 많이 늘었다. 중부와 동부는 발전하고 있고 도시에 활기가 넘친다. 반면, 진주 산청 함양 거창 고성 하동 남해가 있는 서부경남은 굉장히 낙후돼 있다. GDP 수준도 차이가 많이 난다.

고성국 : 지금은 무소속 김두관 지사지만 그 전에는 한나라당이 광역 단체장을 쭉 해왔다. DJ, 노무현 정부 때도 경남 지사는 한나라당이 해왔고 국회의원들도 한나라당이었다. 서부 경남 낙후의 1차적 책임이 한나라당에 있는 것 아닌가.

김대영 : 한나라당이라기보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지역 정치인들이 제 목소리를 못 낸 데 큰 원인이 있다.

고성국 : 지난 3년 반은 이명박 정부였다. 압도적인 과반수 당이었다. 경남은 다 한나라당이었다. 사천, 김해, 창원 빼고 다 한나라당이었다. 진주도 그렇다. 그런데 발전이 안됐다고 하면 야당에게 책임을 물을 상황은 아니지 않나. 이런 흐름이라면 서부 경남 뿐 아니라 경남 전체에서 한나라당 현역 의원들에 대한 거부감이 높을 것 같은데?

김대영 : 그렇다. 지금 진주 지역도 두 사람이 다 한나라당 소속 재선 의원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한 것은 알고 있지만 진정성을 갖고 시민들에게 다가가고 시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보듬는 점에서는 부족했기 때문에 시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진주시민들은 두 현역 의원의 불협화음에 대해 다 알고 있다. 작년 시장 공천 과정에서도 두 사람의 의견 불일치로 문제점이 발생했다. 중앙당도 이런 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고성국 : 야권에 대한 지지는 어느 정도인가. 상승하고 있나?

김대영 : 진주가 갑, 을 지역으로 나뉜다. 제가 활동하는 갑 지역은 보수 색깔이 강하고 중산층 비중이 높다. 을 지역은 공장 지역도 있고 농민회가 활성화 돼 있다. 진보적이고 야권 성향이 강하다. 같은 지역이라도 이렇게 차이가 난다. 경남 전체로 보면 창원, 거제, 사천 등 몇 군데에서 야권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김두관 지사에 대한 평도 괜찮은 것 같다. 듬직한 이미지에, 공약했던 것을 실천하려는 모습을 도민들이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고성국 : 김두관 지사는 야권이 내년에 경남에서 7~8석 정도를 차지할 수 있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김대영 : 정치 풍향이 워낙 오락가락 하다 보니까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상황에 따라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인물 위주 투표 성향이 강해졌다. 새롭고 참신한 인물을 어떻게 공천하느냐가 중요하다. 야권의 인재풀이 조금 약하지만 이전에 비해 조금 나아진 측면이 있다. 지금까지 PK 지역은 '한나라당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정서가 있었다. 이런 상황이 크게 요동치는 것은 아니지만 꽤 흔들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고성국 : 지난번 10.26 재보궐 선거 때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함양에 내려왔다. 서부경남 쪽이다. 힘이 어느 정도였나?

김대영 : 저도 현장에 갔었는데 열기가 대단했다. 동원된 사람들이 아니었다. 외지인들도 있었는데 모두 박근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온 것이다.

고성국 : 시민들은 뭐라 하나?

김대영 : 한결같이 말씀하시는 게 싸우지 말라는 것이다. 정치인들에 대한 분노가 느껴졌다. 선의의 경쟁이나 정책 대결이 아니라 몸싸움을 하고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정치인들에 대한 분노가 큰 것 같다.

고성국 : 진주는 어떤 곳인가. 역사가 오래된 고도지만 젊은 사람들이 많다고 하던데?

김대영 : 학생들이 많다. 인구 대비 학생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25% 정도다. 서부 경남의 교육도시고 젊은 도시다. 다만 정치에 대한 관심도는 그렇게 높지 않은 것 같다. 제가 경상대 법대 겸임 교수다. 특강도 하는데 한나라당을 좋게 평가하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한나라당이 젊은층의 고민을 제대로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취업난 문제에도 한나라당의 책임이 크다고 보는 것 같고...

고성국 : 진주의 가장 큰 현안은 뭔가?

김대영 : 경제적으로 낙후돼 있다 보니 일자리 같은 생활이슈가 크다. 진주에는 변변한 공장 하나 없다. 최근 LH공사 유치가 확정됐지만 시민들은 이것을 한나라당이 했다고 보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 때 지방 분권의 일환으로 계획된 것이기 때문이다.

고성국 : 두 명의 재선의원이 있어도 안 된 문제를 초선의원이 할 수 있냐는 얘기도 있던데?

김대영 : 그 얘기는 '일 좀 하려면 3, 4선은 돼야 한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그런 사고방식 때문에 정치의 위기가 왔고 변화와 쇄신의 큰 광풍을 맞게 됐다. 초선 의원이라도 열정적으로, 헌신적으로 하면 큰 일들을 할 수 있다.

고성국 : 강기갑 전 민주노동당 대표, 이방호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사천에서 뛰고 있다. 어떨 것 같나?

▲김대영 예비후보 ⓒ프레시안
김대영 :
보수적인 분들은 이방호 전 사무총장이 낙선하고 강기갑 의원이 당선돼서 지난 4년 동안 사천 발전이 좀 안됐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도로, 다리 공사가 진척이 되지 못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러나 강기갑 의원이 열심히 하고 있다는 평도 있는 것으로 안다. 어느 쪽이든 쉽지는 않을 것이다. 거제 같은 곳은 조선소가 많이 있어서 젊은 층이 많고 노동자들이 많다. 야권 강세 지역으로 분류된다. 문재인 씨도 거제가 고향이다.

고성국 : 경남 전체를 주도하고 아우르는 한나라당의 리더가 누구인가?

김대영 : 지금은 없는 것 같다. 그게 심각한 문제다.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그 부분을 걱정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서병수 전 최고위원이 부울경 지역의 친박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서 전 최고위원은 5년 전에 PK 지역의 친박 조직인 포럼부산비전을 만들었고 그게 활성화 돼 있다. 저도 9월 3일 창립한 포럼경남비전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고성국 : 위기의식의 심도가 깊은 것 같다. 한나라당이 어떻게 해야 하나?

김대영 : 설사 제가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서 지역 민심을 얻고 당선된다고 해도 만신창이가 된 지금의 한나라당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겠나? 제대로 된 당의 모습을 갖춰야 하고 무엇보다 다수당이 돼야 한다. 환골탈태 하지 않으면 당이 살아날 길은 없다.

고성국 : 박근혜가 대통령이 될 것 같나?

김대영 : 될 것이다. 박근혜를 대통령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재보선 패배, 안철수 바람으로 위기가 일찍 왔다. 하늘이 우리에게 대비하고, 준비하고,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것이다.

고성국 : 박근혜, 안철수가 대결하면?

김대영 : 박근혜가 이긴다. 안철수의 인기는 바람이고 거품이다. 약점이 노출 안 됐다.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정치인으로 등장하면 여론의 검증을 받고 거품이 해소될 것이다.

고성국 : 내년 총선은?

김대영 : 나는 수도권 여론을 정확히 읽지는 못하지만 한나라당이 1당이 되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본다. 총선은 그렇다. 그러나 대선은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국민은 고비 때마다 현명한 판단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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