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슈퍼마켓(SSM) 출점으로 중소상인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삼성테스코 홈플러스가 지난 1일 자사 출입기자 20명을 대동해 영국 본사로 해외취재를 떠났다. 국회에서 SSM을 개설 허가제로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 의원들이 힘 겨루기를 하고 있고 중소상인들이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대형 유통업체가 언론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려 한다는 의심이 일고 있다.
일주일 일정으로 영국에 머물 이들의 경비는 영국 테스코 본사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테스코 측은 "해외 취재는 삼성테스코 창설 이후 2년마다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행사"라며 "영국의 선진 유통사례나 미래에 등장할 유통 전략들을 미리 알고 소개하는 목적에서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테스코 관계자는 "요새 언론에서 홈플러스 매각설이나 SSM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힘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해외취재는 국내 문제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지난 5월 이마트를 운영하는 신세계 역시 출입기자단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세계자체브랜드(PL) 박람회 행사에 4박6일 일정으로 해외취재를 떠나는 등 사회적인 갈등의 당사자인 대기업들의 행보는 충분히 '오해'를 살 만하다. 해외취재 이후 SSM 문제가 불거질 당시 일부 언론이 대형 유통업체의 새로운 시장 진출만을 부각시키고 중소상인들의 반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보도를 하지 않았던 것이 그 예다.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이 지난달 15일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SSM은 친서민 정책"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다음날에는 소상공인을 "장애인이 만드는 맛없는 빵"에 비유하는 등 잇단 '실언'이 보도되면서 물의를 빚자 이번 해외취재를 통해 언론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려 한다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이 회장은 자신의 발언이 문제가 되자 지난달 28일 인터넷 장애인 뉴스에 공식 사과문을 광고 형식으로 게재한 바 있다.
신규철 중소상인살리기 전국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사실 그 동안 언론이 (SSM)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대책을 촉구해 지금 상황까지 오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며 "홈플러스에서는 의례적인 차원의 취재 지원일 수도 있겠지만 현재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유통산업발전법이 국회에서 다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행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또 "지난 3일 국회 앞에서 열린 첫 대규모 상인대회에서도 예전과는 달리 취재 열기가 사뭇 가라앉아서 이미 대기업들이 '언론 관리'에 들어간 것 아니냐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며 "앞으로도 상인들은 힘을 모아 목소리를 내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인만큼 공정한 보도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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