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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장 여공 출신은 왜 시의회 문을 두드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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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장 여공 출신은 왜 시의회 문을 두드렸나?

"학교 밖 아이들도 평등하게 밥 먹을 권리를"

1993년 부천 원미동, 아남반도체의 여공으로 노조 활동을 시작하며 지역에 자리 잡았던 여성이 이번 6.13 지방선거의 시의원 후보로 나선다. 옛 민주노동당 시절 단병호 전 의원의 보좌관을 거쳐 부천의 사회적기업 1호 '행복도시락'을 운영했던 박명혜 씨. 이번 6.13 지방선거에 민주당 부천시 시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반도체 공정과정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설명하던 그는 7년동안 부천 아남반도체 3교대 사업장에서 노동했다. 생리휴가를 쓰려면 생리하는 것을 증명하라는 사측에 맞서 노조 활동을 했고, 서울, 부천, 인천에 있는 아남반도체 계열사 노동조합협의회를 조직했다. 이후 사회적기업 행복도시락에서 53만 그릇의 식사를 결식이웃을 포함한 부천지역 시민들에게 제공했다.

"사회적 기업에서 9년 동안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공과의 연계에 대한 중요함을 느꼈다. 사회적기업이 비영리적이고 지속가능한 일종의 사회복지 영역의 주체로 인식되면서도 한국의 인프라는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사회적 기업이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에 대한 공공정책에 관심이 갔다. 기초 지자체가 비록 규모는 작지만, 시예산과 조례, 입찰 등 현장과 연결할 지점이 많았다. 그래서 시의원이라는 주체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현장과 시의회를 연계할 수 있는 확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 부천시 시의원으로 출마한 박명혜 씨 ⓒ박명혜

"행정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위한 정치"

국회의원 보좌관을 하면서는 다문화 이웃을 위한 연약한 인프라를 보았고, 행복도시락을 운영하면서 결식이웃과 복지의 사각지대를 보았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그가 시의원으로서 하고자 하는 일은 분명했다. 생활도로구역 도입, 소규모 노후주택 보수사업 확대 등 구체적인 공약들도 있었지만, 예산과 안건을 심사하는 기준이 명확히 세워져 있었다. 그 중 하나인 '평등한 밥상'은 무상 급식과 친환경 급식을 넘어 학교 밖에 있는 청소년들에게도 밥을 주자는 것이었다. 기존 행정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도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그의 목표였다.

"차별 없는 예산심사와 행정을 해보고 싶다. 평등한 관계, 평등한 밥상, 평등한 교육복지는 나의 다짐과 방향이다. 먼저 평등한 관계는 예산과 정책의 순위에 있어서 약자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다. 평등한 밥상은 기존 행정의 변두리에 있는 아이들에게도 학교 안에 있는 친구들과 같은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평등한 교육복지는 우리 주변에 있는 비문해 이웃과 다문화 이웃들에 대한 교육을 확충하자는 것이다. 기존 행정이 관리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 범주 밖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하고 싶다."

선거운동도 눈에 띄었다. 동네 지역 곳곳을 누비며 도시락을 배달했던 그는 부천시의 주차난 문제를 주요 화두로 삼기도 했다. 오래된 주택들과 재래시장이 많아서 골목골목 다니기 쉽지 않은 지역적 특성을 살려 1인용 전기자동차를 선거용 차량으로 선택했다. 큰 트럭을 동원한 흔한 유세와는 다른 풍경이다.

▲ 소형 전기자동차를 타고 선거운동을 하는 박명혜 씨 ⓒ프레시안(박정연)

"확성기가 달린 유세 트럭은 눈에 띄고 동선도 커서 후보자를 크게 알릴 수 있는 방식이어서 고민이 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부천시의 미세먼지 문제와 주차난이 심각한데, 선거 운동을 하면서 이 문제를 알릴 방법도 고민이 됐다. 내가 선택한 도심형 전기 자동차는 220V로도 충전이 가능한 친환경 차다. 차가 작아서 주차난이 심각한 골목도 쉽게 다닐 수 있다. 지역 환경을 위해서 내 삶 속에 실천할 수 있는 것을 시도하는 것이다."

"지방정치에도 여성과 청년의 목소리가 진입해야"

시의원의 존재조차 모르는 시민들에게 시의회와 지방정치를 알리고, 정치를 불신하는 시민들을 설득하며 정치를 시작했다. 현실 정치에 뛰어들며 민주당에 입당한 그는 후보 기호 '1-가'를 받고 다른 당 후보로부터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타당 후보가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이라며 부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사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이라는 말은 TK 지역에서 보수정당이 해왔던 말이다. 밤낮으로 선거운동을 하는데, 억울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의 입장도 이해 갔다. 한국당 같은 경우는 이번 선거처럼 처절하게 운동하는 것 처음이지 않겠나. 그런 소리 듣고는 더욱 열심히 선거운동하게 됐다. 처음으로 시의원에 도전해서 겸손하게 배우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 부천시 시의원으로 출마한 박명혜 씨 ⓒ박명혜
인터뷰 도중에도 몇 번이나 초등학생 딸의 전화를 받던 박 씨는 딸과 함께 방탄소년단 노래를 흥얼거리는 평범한 맞벌이 엄마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육아를 병행하기가 어려워, 딸에게 '엄마는 너무 바빠서 보기가 힘든 사람'이라는 볼멘소리를 듣는다. 중년 남성들이 부인 지원을 받으며 선거하는 것과 달리 박 씨는 육아와 가정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중년여성인 후보가 낯설었는지 나를 후보가 아닌 선거운동원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다. 선거운동을 하다 보니 아침부터 저녁까지 밖에 있는데 아이가 독립적으로 잘 지내줘서 고맙다. 다른 중년 남성들 보면 집안일은 신경 쓰지 않고 선거에만 집중하는데 그런 점이 부럽긴 하다. 지방정치에도 여성과 청년과 같은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더 나은 사회가 올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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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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