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KTX '부분 민영화' 방안을 담은 업무 보고를 받기로 해 논란이 일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국토해양부로부터 27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독점해 온 철도 운영에 민간 업체를 참여시키는 '철도 경쟁 체제 도입'과 관련된 업무보고를 받는다. 이명박 정부가 1899년 경인선 개통 이래 113년간 지속되온 철도 공공 운영의 원칙을 깨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분할 민영화 작업(서울~수서 등 신규 노선 운영권 매각)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토해양부 산하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 9월 발표한 '철도운영 경쟁체제 도입의 기대효과' 보고서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14년 말 완공을 목표로 서울 강남구 수서와 경기도 평택을 연결하는 수도권 고속철도(KTX)를 새로 놓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김진애 의원 등에 따르면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이르면 내년 2월까지 사업자 선정 등을 마치고 첫 삽을 뜨게 될 전망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호남 고속철도가 완공되면 2015년부터 수서-평택을 거쳐 부산, 목포까지 가는 KTX의 운영권을 민간에 넘길 가능성이 높다.
즉 건설사 등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강남(수서)~부산, 강남~목포 행 KTX를 2015년에 선보이겠다는 것. 그렇게 되면 서울역, 광명역 등지에서 출발하는 '공공 KTX'와 수서에서 출발하는 '민영 KTX'가 경쟁하게 된다. 수도권, 호남 고속철도 건설에 정부는 총 14조 원의 예산을 들일 계획이다.
세금 14조 원을 쏟아붓고 운영권만 30년 간 민간 기업에 헐값으로 넘기겠다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민간 기업에 고속철도 건설 비용 면제, 역사 및 차량 기지, 고속철도 차량 등을 저가로 임대하는 방식까지 제시했다. 이 '민영 철도'에 현재 D건설, S건설, D그룹 등 건설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공사가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부문이 KTX 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업권을 사들일 민간 기업에 대한 정부의 특혜는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마을, 무궁화호 등 경쟁력이 없는 부문을 떼서 민영화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수익 구조가 안착된 부문을 떼서 민간에 주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인천공항 민영화' 방안과 닮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4조 들여 인프라 깔고 대기업에 팔며 특혜까지?
정부는 철도 분할 민영화와 관련해 KTX 요금 인하, 효율성 확보, 서비스 향상, 안전 확보 등을 내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교통연구원은 KTX 사업 민간 개방과 관련해 설문조사 결과 70%가 찬성했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또 연구원의 '철도운영 경쟁체제 실천 방안'에 따르면 철도 부분 민영화에 따라 여객 서비스, 역사 운영, 유지 보수, 기술 인력 등 14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한다.
그러나 민영화를 위한 최대 논리인 요금 인하 부분과 관련한 설명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 이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철도정책기술본부장은 지난 10월 19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고속철도사업부분은 2005년 이래 계속 흑자를 기록했고 2010년에도 약 3200억 원 정도의 흑자를 기록했다 고속철도 사업이 이런 과다한 이익을 줄이면 우선 요금인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즉 현재 흑자가 과도하므로 이를 요금 인하 쪽으로 돌리면 된다는 것이다.
현재 철도공사는 수익이 나는 KTX 부분에서 '교차 보조' 등을 통해 공공 성격이 강한 무궁화, 새마을호 등 적자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 본부장이 설명한 것은 경쟁 도입을 위한 요금 인하 구상과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KTX의 교차 보조가 없어지게 돼 공공 성격이 강한 적자 노선의 폐지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다.
왜 굳이 흑자가 나는 KTX 노선을 민간에 넘기려고 할까? 정부의 방침에 반발하고 있는 철도공사 측의 설명을 들으면 보다 명확해진다. 철도공사는 '고속철도 민간 개방,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문서를 통해 "고속철도 운영 시장 개방을 위해서는 민간 대기업 참여가 불가피한데,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기업 생리상 수익 노선이 아니면 참여 유도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민간 대기업에서는 2015년 수도권 고속철도 개통을 앞둔 지금을 (철도 민영화의)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적자 노선은 기업에 매력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흑자 노선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작은 정부론'과 맥이 닿아 있는 공기업 선진화 방안의 허상을 잘 보여주는 지적이다. KTX 부분 민영화와 닮은 꼴인 인천공항 매각 문제의 경우, 이 대통령의 조카가 깊숙히 관여하고 있는 외국계 회사 이름이 거론되면서 '음모론'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철도공사는 이어 "(교통연구원의) 분석 내용을 보면, 역사 및 차량기지 등을 인수하지 않고 저가의 사용료를 지불하고 임대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고, 수요를 과다하게 예측해 예상 수입을 높이거나 불분명한 근거에 바탕해 운영 비용을 낮게 책정하는 등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또 민간 기업은 공기업보다 자금 조달 금리가 높아 연간 수백억 원의 금융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한다"고 '민영화 시 요금 인하'의 허상을 지적했다.
효율성 제고에 대해서도 철도공사는 "오히려 중복투자가 발생하고 기존 자원의 활용이 불가능해져 철도 산업 전체의 비효율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비스 수준 향상에 대해서는 "고속버스나 수도권 전철 등에서도 운영 기관별 특별히 차별화된 서비스나 가격 경쟁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전 확보도 "관제사와 철도 운영자의 조직 이원화로 명령 체계에 혼란을 유발하게 될 수 있다. 시설 관리자, 유지 보수 수행 주체가 각각 달라져 사고 발생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70%가 철도운영 경쟁체제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는 교통연구원 측의 설문 조사의 공정성에도 의문을 표했다. 찬반 의견을 질문하면서 "경쟁체제가 도입되면...그에 따라 요금이나 서비스 등도 경쟁하게 돼 차별화가 가능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식으로 문구를 짰고, "귀하께서는 독일, 일본 등 철도 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철도 운영에 경쟁체제를..."이라고 답변을 유도하는 등 KTX 부분 민영화에 유리한 질문을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독일, 일본의 경우 장거리 노선은 모두 정부가 독점 운영하는 등 철도 운영 시장 개방이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설문 문항을 작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철도공사 노조 측 역시 "고속철도를 민간에 허용한다는 것은 수익성이 낮은 부분은 공공부문에 남기고 수익이 나는 상품만 민영화해 운영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표했다. 사측과 노조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
김진애 "1%에 충실한 MB정부, 마지막 먹튀로 철도까지 팔아먹나"
민주당 김진애 의원과 통합진보당 강기갑 의원은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세금과 호주머니를 털어 민간 대기업의 배만 불리는 제2의 철도 민영화 정책이 이명박 정부 1년의 임기를 남겨두고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어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4대강 사업, 한미FTA, 영리병원 도입, 인천공항 매각 등 사회 전반의 공익보다는 1% 자본의 이익 챙겨주기에만 충실해왔던 이 정부가 마지막 '먹튀'로 철도까지 팔아먹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철도를 민영화할 경우 요금 인상은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하다. 특히 한미FTA 통과 이후 국가 기간산업의 공공성이 풍전등화인 현실에서 민영화되는 철도에 외국 자본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경우 국부 유출 뿐 아니라 지역 적자선 운영, 교통 약자에 대한 요금 지원, 공공 요금 정책 등은 완전히 파탄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