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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윤이 제시한 '北美 주고받기'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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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윤이 제시한 '北美 주고받기' 시나리오

'비핵화 시간표' 합의, '8월 한미 연합훈련' 조정 등 관건

방미 중인 김영철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향한 '마지막 관문'인 뉴욕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 내용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회담 분위기는 비핵화 협상이 일정 수준까지 의견 접근을 이룬 게 아니냐는 관측으로 이어질 정도로 양호하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대북 특사를 맡았던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31일 김영철 부장의 방미를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이뤄진 실무 조정에 대해 최종 보고를 받고, 확실하게 끝나니까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도장 찍으러 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북미 간 핵심적인 의제와 관련한 협상은 "다 끝난 것"이라는 추론이다.

잘 알려진대로, 북미 간의 핵심 의제는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을 주고받는 '빅딜'의 성사 여부다. 구체적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폐기·검증 절차를 밟는 대신 미국이 북한에 외교안보적, 그리고 경제적 '보상'을 언제 어떤 방법으로 제공하느냐다.

이와 관련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지낸 조셉 윤 전 대표가 미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를 통해 북미 간 '주고받기'의 개괄적 시나리오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원문 보기)

윤 전 대표는 미국의 목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명백히 밝혔듯,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면서도 이 'CVID'는 "명확히 규정(grasp)하기 어려운 표현"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반면 북한에게는 "체제의 생존"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며, 합법적 국가로 인정받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경제 제재 완화로 이어지는 연속적 단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바라는 것이라고 그는 전제했다.

윤 전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약속하건, 북한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마음에 두고 있는 방안, 즉 모든 핵무기와 장비를 즉각 포기하고 이것들을 포장해 오크리지로 보내는 방안에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조차 이것이 비현실적 요구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자신이 선호하는 것은 '올인원(일괄타결)' 협상이지만 '아마도 그렇게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 '단계적(phased) 비핵화'의 문을 열었다"고 언급했다. 속도감 있는 일괄타결 방식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조차 북한 비핵화에 단계적 절차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미 협상의 핵심은 이 단계적 절차를 어떻게 구성하느냐다. 윤 전 대표는 "쉽고 즉각적인 조치로는 북한이 핵실험·미사일발사 중단 조치를 선언하고, 조사를 위해 영변 핵시설을 개방하며, IAEA의 사찰을 받는 것"이라며 "이보다 훨씬 어렵지만 필수적인 단계로는, 북한이 가진 모든 핵시설과 핵연료 물질에 대한 '진실한' 신고와 검증"이라고 대별했다.

그는 과거 북한이 이 '신고·검증' 단계를 "완강하게 거부"했기 때문에 1994년 북미 제네바 협정과 6자회담이 "붕괴"했다면서 "이런 신고와 완전한 검증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느냐에 따라, 선대와 다른 북미관계를 추구한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주장이나 미국 정부가 북한을 믿어 봐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북미) 협상은 그 최종적 목표인 북한 핵과 ICBM 관련 시설·물질·장비 불능화(disablement) 및 해체(dismantlement)까지 포함하는 명확한 시간표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만약 김정은 위원장이 '2020년까지' 등의 신속한 시간표에 동의한다면 미국과 한국, 일본 내 회의론자들은 입을 다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북한이 '신고·검증' 절차에 동의하고 △이에 대해 명확한 일정표를 제시하며 △그 세부 과정이 일부 진행되는 것까지를 북미 정상회담의 현실적 목표로 제시한 것이다.

윤 전 대표는 이어 비핵화의 반대 급부로 북한이 제공받을 '보상'에 대해선 외교적, 군사적, 경제적 안전보장 조치를 언급했다. "비핵화에서 명확한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북한 체제의) 안전 보장에 있어서도 그에 상응하는 명료성이 있어야 한다"고 그는 전제했다.

먼저 외교적 안전보장 조치에 대해 그는, 북한 지도자들이 지난 수십 년 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원해 왔다는 면에서 북미 정상회담 성사 자체가 김정은의 "승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아가 "외교적으로 북한과 미국은 종전 선언에 동의하고 평양과 워싱턴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함으로써 관계 정상화에 대한 진지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미국이 '적대적 의도'가 없다고 선언하는 것이 관계 정상화의 시작이 될 것이며, 평화협정 협상 역시 안전보장의 측면에서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군사적 안전보장 조치에 대해서는 "미 국방부는 오는 8월의 한미연합훈련과 특히 전략 자산(핵무기 운반 능력이 있는 자산)을 동원한 훈련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을 재검토, 그리고 타당하다면 조정하는 데 동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낼 평화협정을 논의할 외교적 과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경제적 측면에서 즉각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인도적 지원"이라며 "제재 해제에 대한 더 큰 합의는 검증된 비핵화 과정의 진전에 상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조셉 윤 전 대표의 이같은 주장은 국내 대북정책 전문가들의 시각과도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31일 <한겨레>에 따르면,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으로부터 6개월 내의 시간 안에 북한이 핵·ICBM 시설 목록을 제출하고 핵 관련 물질·장비의 국외 반출까지 행동에 옮기는 조건으로 미국이 종전선언, 불가침협정, 북미수교,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대북 경제 제재 해제, 평화협정 논의 착수 등을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전 장관은 '6개월' 이후 2020년까지는 비핵화 측면에서 북한이 제출한 핵·미사일 관련 목록과 시행한 폐기 조치에 대해 검증을 완료하고 사찰을 받으며, 그 반대급부로는 대북 경제 보상, 미국 기업의 북한 진출, 평화협정 체결 마무리 등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전 장관의 이같은 제안은 지난 30일 '한국미래포럼' 강연에서 나왔다.

북한 핵·미사일 관련 시설 및 장비의 국외 반출이 첫 단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 대북 불가침 협정 또는 선언의 필요성, 북미 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 논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해야 한다는 점 등은 이 전 장관과 조셉 윤 전 대표 두 사람의 주장이 일치하는 부분이다. 조만간 윤곽을 드러낼 이른바 '트럼프 모델'이 이들의 조언과 어느 정도 비슷한 모습을 띨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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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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