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와 그에 상응하는 보상 체계를 놓고 최종 담판을 짓기 위해 이번 주말 고위급 접촉을 갖는다. 6월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도 이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의 2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조지프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미라 리카르델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포함한 고위급 대표단이 주말 싱가포르에서 북한 관리들을 만나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접촉을 가질 예정이다.
CNN 방송도 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우리는 북미 정상회담이 유용한지 아닌지 판단하기 전에 우리가 논의할 것들에 대한 더 많은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고위급 대화를 통해 '빅딜' 내용을 재확인한 뒤 정상회담의 효용성을 판단하겠다는 뜻이다.
CNN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성공적 회담이 되도록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라도 준비할 것"이라고 밝힌 대목이 제3국에서 북측과의 접촉을 시사한 것이라고 풀이하기도 했다.
CNN은 특히 북미 정상회담 조율 차 두 차례 방북했던 폼페이오 장관이나 백악관 고위급 인사가 사전 대화에 나설 수 있으며, 이 경우 북한 측은 카운터파트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상대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 (성사 여부에 대해) 다음 주에 알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점도 북미 간 사전 접촉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북미 사전 접촉에서 미국 측은 '신속한 비핵화'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모델은 신속한 비핵화"라며 "시간을 두고 늘어지지 않는 전면적이고 완전한 비핵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체제 전복이 아닌) 비핵화에 집중하고 있다. 대통령도 안전보장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우리는 (잘게 쪼개는 형태로) 주고받기식으로 하지 않을 것이며 오래 끌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말과 약속이 아닌 불가역적인 일련의 조치를 볼 때까지는 경제적 제재 완화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며 "거기(일련의 조치)에 도달했을 때에는 그 대가로 북한 사람들을 도울 위대한 거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장해 북한이 크게 반발한 '리비아 모델'과 선을 그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동시적 방식과 절충의 여지를 남긴 트럼프 대통령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일괄타결' 방식이 바람직하다면서도 "한꺼번에 이뤄지는 것은 물리적 여건으로 봤을 때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수전 손턴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대행도 지난 15일 일본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북한이 착수금을 크게 내면 동시 보상을 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볼 때,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와 북한이 요구하는 보상 조치의 신뢰성을 상호 담보하는 조건은 '속도'로 모아질 것으로 점쳐진다. 비핵화 단계를 잘게 자르지 않고 큰 묶음으로 진행하되 그 단계에 따른 보상 조치를 취하고 시간차도 크게 줄여 상호 불신을 극복하는 방식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청문회에서 북한이 체제안전 보장과 평화협정, 경제지원 등 3가지를 요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방북 당시 김정은 위원장과 나눈 협상의 내용을 일부 공개함으로써 북한 요구 사항에 대한 수용 의사를 재확인하는 한편, 북측도 신뢰할만한 비핵화 조치를 담보하라는 요구인 셈이다.
CNN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으로부터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사를 재차 확약받기를 원한다"고 보도했다.
고위급 사전 접촉을 통해 북한의 핵프로그램 포기 의사를 분명히 확인한 뒤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에 따른 성과물을 거두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막판 협상 전략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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