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차 남북정상회담은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관계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정상회담 하루 뒤인 27일 오전 10시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양 정상간 주고받은 대화를 소개했다.
남북 정상간 관계에 대한 의심이 풀렸다. 그리고 남북 정상간 '위기 관리'가 충분히 되고 있다는 점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 남북 관계가 건재다는, 신뢰할만 하다는 것을 인증한 회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이 진행된 직후인 26일(현지 시각), 한국시간으로는 27일 밤에 <뉴욕타임스>가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에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취지의 보도를 정면으로 반박했고, 뒤이어 6월 12일 예정대로 개최할 것이라는 의지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2차 남북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남북간, 북미간 경색이 풀리는 국면에 접어든 상황이다.
이번 2차 남북정상회담은 한달 전인 4.27남북정상회담의 후속 회담으로서 크게 세 가지 진전된 의미를 담고 있다.
첫째, 판문점 선언 이행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음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줬다.
4.27 판문점 선언 당시 언제든 격의없이 소통하겠다는 양 정상의 약속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보여줬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의 역사적인 판문점회담 못지않게, 친구 간의 평범한 일상처럼 이루어진 이번 회담에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며 "남북은 이렇게 만나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는 판문점 선언의 이행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준 효과를 낳는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회담에서는 판문점 선언을 신속히 이행해나가며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해결하여야 할 문제들과 현재 북과 남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 조미 수뇌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도 "우리는 4.27 판문점 선언의 조속한 이행을 재확인했다"며 "이를 위해 남북 고위급 회담을 오는 6월 1일 개최하고,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군사 당국자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을 연이어 갖기로 합의했다"고 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김정은 위원장이 요청했다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북, 북미간 관계가 삐걱대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먼저 대화 테이블로 나온 셈이다. 남북간 '고위급 라인'도 가동중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남북간 여러가지 소통 경로를 유지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서훈 국정원장과 김영철 통전부장겸 당 부위원장 간의 소통 경로"라고 했다. '서훈-김영철 라인'을 통해 이번 2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
둘째, 북미정상회담의 개최 가능성을 높였다.
양 정상은 북미정상회담이 꼭 성공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한때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도 급선회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를 직접 전한 부분은 특히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6.12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 협상이 곧 시작될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실무 협상 속에는 의제에 관한 협상도 포함된다. 의제에 관한 실무협상이 얼마나 순탄하게 잘 마쳐지느냐에 따라서 6.12 북미회담이 차질없이 열릴 것인가, 성공할까 (여부)가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북미 양국이 (서로) 상대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분명히 인식하는 가운데 회담이 추진되기 때문에 실무협상도, 6.12 정상회담도 잘 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최근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고, 어제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을 했다. 어제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은 미국 측에 전달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셔틀 외교'의 불씨를 다시 살려내고 있는 셈이다.
셋째, 북한의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의지에 진전된 점이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와 관련해 북미간 일부 교감이 있다는 것을 문 대통령은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질의응답 과정에서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직접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고 말씀하신 바 있다. 실제로 비핵화에 대해서 뜻이 같다 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실현해갈 것인가라는 로드맵은 양국간의 협의가 필요하고, 그 로드맵은 북미간 협의할 문제이기 때문에 제가 앞질러 제 생각을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북미간 회담을 하면 그 점(CVID)에 대한 상대(북한)의 의지를 확인한 후에 회담이 가능하리라 본다. 북미간 회담에 합의하고 실무 협상을 하는 것은 미국에서도 북한의 (CVID) 의지를 확인한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혹시라도 확인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있으면 실무협상에서 더 확인하게 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비핵화 방법론인 CVID와 관련해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인데, 문 대통령의 설명대로라면 비핵화와 관련된 북한의 의지는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진전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현재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CVID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일관되게 CVID를 요구하고 있다.
취소됐던 북미정상회담이 다시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은 북미간 CVID에 대한 논의가 긍정적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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