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에서 22일(현지 시각) 열린 한미 정상회담 결과와 관련,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우리(한국)에 부담이 많이 넘어왔다"며 미국이 향후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정권을 설득해 내라는 '미션'을 문재인 정부에 요구했을 것으로 관측했다.
정 전 장관은 23일 교통방송(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남북 정상이 남북 정상회담을 또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에) '북미 정상회담을 하기 전에 북한 태도를 다시 변화시키라'는 얘기인 것 같다"며 "좀 복잡해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정 전 장관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결과의 함의에 대해 "미국이 여러 가지 무역협정 문제, 군사비 부담 문제 등을 걸어놓고 여러 카드로 한국 정부를 압박하면서 '여기(무역·방위비)에서 미국이 한국을 좀 봐 주게 만들고 싶으면 책임지고 북한을 다시 원위치로 돌려놔라. 시진핑 만난 뒤에 (북한이) 좀 뻣뻣해졌다' 하는 얘기"라며 "원인 제공은 자기네들(미국)이 해 놓고 그 문제 해결은 문 대통령한테 넘기니까 문 대통령이 돌아와서 마음 고생이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이) 원인을 제공해 놓고, 원인 제공을 자기네가 했다는 생각은 못하고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었다고만 불평을 하면서 한국을 압박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된다면 (북미)회담을 안 할 수도 있다. 회담하게 만들고 싶으면 북한을 다시 한 번 설득해서 트럼프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김정은이 확실하게 동의하도록 만들어 놔라'는 얘기까지 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특히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가 원하는 특정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을 안 할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조건이 맞아야만 된다'는 얘기는 '(한국이) 조건을 만들라'는 얘기다. 혹 떼러 갔는데 부담이 좀 많아진 것 같다"고 짚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의 태도 변화 원인을 제공한 것은 미국이라는 자신의 주장의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만난 이후 북한 태도가 변했다'고 자꾸 말하는데, 그것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리비아 모델) 발언 때문에 김정은이 놀라서 시진핑한테 쫓아간 것"이라는 자신의 분석을 들며 "(북한이 중국에) '회담에는 못 들어오지만 밖에서 응원이라도 해 달라'는 요청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놓은 것은 미국"이라고 꼬집었다.
정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할 수 있는 카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리비아식이 아니고 트럼프식'이라고 하면서 (미국이 북한을) 안심시켰지만, 그 '트럼프식'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얘기를 해야만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달래고 설득해서 북미 정상회담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사전 조율을 해줄 수 있다"며 "그러니까 '군사적으로 치지 않겠다'는 약속이 분명히 들어 있는지, 경제적으로 한국만큼 살게 해 주겠다고 했지만 경제적 지원 문제와 관련해서 미국이 어떤 정도의 역할을 할 것인지" 등이 '트럼프 모델'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제시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북 경제지원에서의 미국의 역할과 관련해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보니까 '한국·중국·일본이 북한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는데, 자기네는 돈 안 내겠다는 얘기"라며 "돈은 한중일이 내라, 경제적으로는 너희들(한중일)이 책임져라. 안보 차원에서는 내가 책임진다"는 것이 이른바 '트럼프 모델'의 내용일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만약 "'트럼프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확실한 내용 언급 없이 '당신(문 대통령)이 김정은 좀 잘 조정해 놔라'는 미션을 (트럼프가) 줬다면 문 대통령이 앞으로 고생 많이 할 것"이라며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분명히 전달해야 되고, 그것이 사전에 노출되면 안 되기에 '공개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지만 (트럼프가 문 대통령에게) '카드'는 줬으리라고 생각한다"고 예측했다.
그는 북한 당국을 향해서는 "북한 측도 그런 일을 문 대통령이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분위기 조성을 하는 것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준비"라며 북한이 남북관계에 있어서 전향적인 태도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이날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현장을 취재할 한국 기자단의 방북을 이날 오전까지 지연시킨 것을 예로 들며 "그런 점에서는 지금 기자들 가는 것을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 국민 여론이 역류한다. '판문점 선언' 잘 됐다고 눈물로 환영하면서 잘 되기를 바라는데, 그거 몇 가지 불만 있다고 이렇게 드러내놓고 한국 정부를 어렵게 만들고 망신주면 되느냐. 아마 지금 여론조사하면 북한에 대한 정서가 상당히 나빠져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그것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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