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북미 수교, 확신한다"

'남북미' 종전 선언 방안 의견 교환…트럼프, 중국 때리기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만나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천명한 뒤 가질 수 있는 체제 불안감의 해소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한미 정상회담 직후 워싱턴에서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낮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6월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의심할 필요가 없다"며 "북미 간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비핵화와 체제 안정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체제 보장과 안정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함으로써 '완전한 비핵화'를 견인하자는 취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에 대한 구체적인 체제 보장 방안을 "이 시점에서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지만, 두 대통령이 북미 수교에 관련한 대화를 나눴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반드시 성공시켜 북미 간에도 수교하는 등 정상적 관계를 수립해내실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수용하면, 북한은 굉장히 번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대통령은 특히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이 합의했던 '종전 선언'을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미 3국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남북미 3국이 종전을 선언하는 방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도 부정적이지는 않으셨다"고 전했다. 판문점 선언에는 2018년 안에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 협정 체결을 위해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회담을 열기로 명시한 바 있다.

종전 선언은 북미 정상회담이 어느 정도 성공한다는 전제 하에 이뤄질 수 있는 만큼, 한미 정상이 종전 선언의 주체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못 박으려는 의미가 있다. 다만, 이러한 방안은 중국을 소외시킨다는 점에서 앞으로 다자 외교에서 갈등의 여지를 남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 들어가기에 앞서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두 번째로 만난 다음에 김정은의 태도가 좀 변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해 나는 별로 좋은 느낌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중국을 견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은 세계 최고의 도박사, 포커페이스 플레이어라고 볼 수 있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중요한 것은 시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의 만남에 대해서 아무도 몰랐다는 사실"이라고 불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종전 선언 단계에서 남북미중 4자의 이야기가 나온 것은 아니다"라며 "여러 가지 평가의 과정에서 의견 교환들은 있었지만, 결론을 낸 바는 없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에 돌입하기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배석자 없는 단독 회담을 하기 전에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아도 괜찮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대신, 북한이 '일괄적인 비핵화' 방안을 받아들인다면 북한에 체제 보장을 하겠다는 '당근'도 제시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도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리도록 하자는 데에는 전혀 이견이 없다"며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대한 관점의 차이이지,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해야 한다, 안 해야 한다는 의견의 차이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비난한 '맥스 선더'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의 종료일인 오는 25일 이후 남북 고위급 회담을 비롯한 대화 재개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내다보며 트럼프 대통령을 안심시키는 데 주력했다. 오는 25일 이후에 남북 교착 상태가 풀리리라고 전망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이날 워싱턴 영빈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서도 "최근 보여준 북한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 역시 분명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많은 사람들이 지난 25년간 북한과의 협상에서 기만당했다는 회의적 시각을 가지고 있으나 이번은 역사상 최초로 '완전한 비핵화'를 공언하고 체제 안전과 경제 발전을 희망하는 북한의 최고 지도자를 대상으로 협상한다는 점에서 이전의 협상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긍정적 상황 변동은 한미 양국 모두에게 있어 한반도 역사의 진로를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의 길로 바꿀 수 있는 전례 없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기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