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좋지만, 안 열려도 괜찮다"고 발언했다. 대신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수용할 경우 북한에 체제를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에 당근과 채찍을 모두 제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2시 5분부터 1시 3분까지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단독 정상회담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배석자 없는 비공개 회담에 들어가기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먼저 "싱가포르 회담이 열릴지 안 열릴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해 북미 정상회담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뜻을 처음으로 내비쳤다.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취재진이 즉석에서 북미 정상회담 성사 여부를 물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예정된 비공개 단독 회담으로 들어가기 전에 "우리가 원하는 특정한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을 안 할 것"이라고 답변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두 번째 만난 다음에 태도가 변화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수용할 경우 북한에 체제를 보장하겠다"는 당근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북한의 체제 안전)은 처음부터 보장하겠다고 이야기해온 것이다. 또 김정은 위원장은 안전할 것이고, 굉장히 기쁠 것"이라며 "북한은 굉장히 번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비핵화 합의가 이뤄지면 "한국, 중국, 일본 3국이 북한을 위대한 국가로 만들기 위한 많은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며 삼성과 엘지(LG)의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김정은 위원장은 역사상 없는 가장 큰 기회를 가지고 있다. 북한 국민들뿐 아니라 전세계를 위해서, 한반도를 위해서 굉장히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지금 김정은 위원장의 손 안에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방식으로는 단계적이 아닌 일괄적 방안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무산을 작심하고 언급한 것은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해 맞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기싸움에서 눌리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일괄적인 비핵화'를 수용할 경우 북한에 체제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당근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22일 단독 회담에 돌입하기에 앞서 북미 정상회담 전망에 대한 기자들의 돌발 질문을 받고 "과거에 실패해왔다고 이번에도 실패한다고 비관한다면 역사의 발전은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즉석에서 답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반드시 성공시켜 65년 동안 끝내지 못했던 한국전쟁을 종식시키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동시에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체제를 구축하고 북미 간에도 수교하는 등 정상적 관계를 수립해내실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사에서 엄청난 대전환의 위업을 트럼프 대통령이 반드시 이룰 것이라는 믿음이 있고, 저도 최선을 다해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건부이지만 '북미 정상회담 무산'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백악관은 수습에 나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를 확신한다.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봐야 하지만, 북한이 원한다면 만날 것이고 현재는 예정대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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