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비핵화 방식과 관련해 북미 간 일부 갈등이 노출되는 가운데, 전 세계의 이목이 한미 정상회담으로 쏠리고 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22일 "짜인 각본이 전혀 없다는 것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22일 워싱턴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간담회를 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목적에 대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반드시 우선 성사돼야 하고, 성사되면 거기서 우리가 바라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그 두 가지 목표를 위해서 지금 어떻게 두 정상이 여러 아이디어들을 공유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용 실장은 "6.12 북미 정상회담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성사시키고 중요한 합의를 이룰 수 있게 할지, 합의를 이룰 경우 그 합의를 어떻게 잘 이행할 것인가에 대한 두 정상 간 허심탄회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최근 미국이 일방적인 비핵화에 대한 양보만 요구한다면 6.12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려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미국이 바라는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이 바라는 체제 보장 방안에 합의하는 것을 일차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또 최종 목표인 북미 간 합의를 잘 이행하는 것까지를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각) 워싱턴에서 배석자 없이 단둘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다는 회담 형식을 택했다. 정의용 실장은 "대개 정상회담은 사전에 많은 조율이 있고 합의문도 99.9%까지 다 사전에 조율이 끝나는 게 관행이지만, 이번 정상회담은 그런 것이 일체 없다"며 "그래서 사실 저희 수행하는 저희들도 두 분이 무슨 말씀을 어떻게 하실지 예측을 전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의용 실장은 최근 북한의 태도 변화에 대해 "북한 측 입장에서 우리가 이해를 하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최근 북한과 미국 모두에 '역지사지'의 태도를 요구한 바 있는데, 사실상 미국의 전향적 태도를 촉구하는 데 방점을 찍겠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이 '포괄적이고 단계적 비핵화 방식'을 좀더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중재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아직까지 북한과 미국 모두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뒤집는 징후는 나오지 않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의용 실장은 북미 정상회담 성사 전망에 대해 "지금 99.9% 성사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여러 가능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대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한 전화 통화에서 북한 담화 내용과 판문점 선언 이후 문 대통령이 자신에게 전한 내용이 왜 모순되는지를 물어봤다는 <뉴욕타임즈> 보도에 대해서도 정의용 실장은 "제가 정상 통화에 배석했는데, 그런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 연합 공군 훈련을 문제 삼았던 북한은 이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할 기자단 가운데 남측 언론사의 방문을 끝내 거부했다. 이에 따라 이번 취재 기자단은 미국, 영국, 러시아, 중국 등 4개 외신 기자단으로 한정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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