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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는 라돈입니다?

[안종주의 안전사회] 라돈의 역습 <1>

라돈 방사성 침대 사건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너무나 부끄러운 사건이다.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성격을 지닌 이 사건은 세계적으로도 초유의 일이다. 소비자들에게 음이온 건강 침대라고 회사가 선전하던 침대에서 외려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선과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의 최고 10배가량이나 나왔다. 사용자들이 당혹감과 분노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라돈 침대와 무관한 시민들도 이를 남의 일처럼 여기지 않고 이번 사태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라돈과 토륨, 모나자이트 등 어제까지만 해도 낯선 용어가 우리 사회에서 이제 일반상식처럼 통한다.


라돈의 특성과 위험성에 대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새삼 알게 된 시민들도 있지만 여전히 그 실체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 자신들도 라돈의 희생자가 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한다. 또 어떻게 이런 일이 가습기살균제 참사처럼 대한민국에서만 벌어지게 됐는지 안타까움과 함께 궁금하게 여기는 이들도 많다. 이 사건의 파장이 어디까지 갈지, 또 우리 사회가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이자 위험소통전문가인 안종주 환경보건학 박사가 이번 사태를 종합적으로 진단하는 글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1. 대한민국에서 홀대 받은 라돈의 역습

1980년대 이미 라돈 위험 경고, 하지만 2년 전 관리 시작

라돈이 우리 사회에서 조금씩 그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10년 가까이 된다. 라돈은 미국에서는 이미 1980년대 중반부터 공중의 관심을 끌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나서야 우리 사회에서 정부는 라돈의 위험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실은 1980년대 후반부터 라돈에 대해 정부와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한 전문가가 있긴 했었다. 하지만 그 경고에 대해 환경단체, 대다수 전문가, 정부, 언론 등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이는 석면의 위험성이 우리 사회에서 대접받은 것과 꼭 닮았다. 필자는 1980년대 중후반부터석면 관련 저술과 석면암인 악성중피종 국내 대규모 발생 등 언론보도를 통해 석면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정부가 이를 깨닫고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학계, 환경단체, 정부, 대다수 언론 등은 당시는 물론이고 그 뒤 20년 가까이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정부, 언론, 전문가들이 석면의 위험성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쯤 된다. 석면광산과 석면방직공장 노동자와 인근 지역주민 등에게서 석면 피해자가 무더기로 나타나면서부터이다. 현재 정부로부터 석면피해구제대상자로 공식 인정받은 석면질환자는 무려 3000명 가까이 된다. 지난해부터는 학교석면 부실 해체·제거 때문에 개학이 늦어지는 등 사회적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경고를 무시한 대가를 우리 사회가 최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라돈도 석면이 걸어온 그 길을 똑같이 걷고 있다. 선진국이 라돈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1980~1990년대 관련법을 정비하고 라돈 관리·규제기준 등을 제정·강화하는 등 그 사회 구성원들의 라돈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애쓰는 동안 우리는 남의 나라 불구경 하듯이 마냥 세월을 보냈다.

환경부, 원안위 업무보고 때 라돈, 생활·환경방사선 전혀 언급 안해

우리나라에서 실내 라돈에 대한 규제가 걸음마를 뗀 것은 불과 2년 남짓 된다. 환경부는 2015년 12월 실내공기질관리법을 개정해 다중이용시설과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라돈으로 인한 실내공기오염 및 건강피해 방지 대책, 라돈의 실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시설 개량 등에 관한 관리계획을 시도지사가 세워 시행하도록 했다.

환경부는 지난 1월 23일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함께 올해 업무보고를 국무총리에게 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라돈이나 환경방사선, 생활방사선은 단 한 줄, 단 한 단어도 언급되지 않았다. 환경부는 무려 17쪽에 달하는 업무보고에서 가습기살균제, 미세먼지, 환경영향평가제도, 통합물관리체계 구축, 녹조, 온실가스, 지진경보, 생활기상정보, 환경오염피해, 환경산업 해외진출, 화학물질, 전기차 충전기 등 매우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다. 한데 여기에는 라돈의 '라' 자와 환경방사선의 '환' 자도 보이지 않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도 이날 2018년 업무보고를 하면서 방사성물질 공항·항만 감시기 확대, 대형지진 대비 원전 내진보강, 방사선 건강영향 조사, 사용후 핵연료 등 방사성폐기물 규제체계, 사이버보안 강화, 신규 원자력시설 인허가 시 철저한 안전성 확인, 핵안보 등 7쪽에 걸쳐 아주 다양한 원전안전 문제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대표적 방사성 광물인 모나자이트 관리 등 생활방사선 관리에 대해서는 한 줄은커녕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국무총리, 원자력안전위원장 대신해 국민에게 사과

이낙연 총리가 지난 21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라돈 방사선 침대 사태와 관련해 원안위가 원자력발전처럼 거대한 안전에 대해 치중하다보니 정작 중요한 생활방사선 문제에 대해서는 소홀했다는 질책과 함께 자기반성을 왜 했는지 알만한 대목이다.

많은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그 불안이 어느 부처의 잘못 또는 실수로 증폭됐다면 당연히 그 부처 수장이 기자회견 등을 통해 신속하게 피해자 또는 잠재적 피해자들에게 진솔한 사과를 하는 것이 위험소통의 기본원칙이다. 원자력안전위원장은 그 원칙을 실천하지 않았다. 총리가 대신 그 짐을 짊어져야만 했다. 원안위가 욕을 먹는 데는 엉터리 부실 1차 조사뿐만 아니라 위험소통 능력 부족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5월 3일 SBS 방송이 대진침대를 사용하던 한 소비자가 라돈측정기를 구입해 자신의 침대에서 고농도의 라돈이 검출된다고 제보한 것을 바탕으로 연세대와 함께 정밀측정을 한 결과 제보가 맞는다는 것을 주요뉴스로 다루었다. 원안위는 보도 뒤 곧바로 진상조사를 벌여 1개 침대에 대해서만 조사분석을 한 뒤 측정값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10일 1차 중간발표를 했다.

1차 조사결과 발표 날 열린 원안위 회의에선 라돈침대 다루지 않아

이 날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제81차 회의가 열린 날이기도 했다. 5월 4일부터 원안위가 조사에 들어갔고 10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분석 결과는 적어도 발표 하루 또는 이틀 전인 8일이나 9일쯤 나왔을 것이다. 원안위의 안건이 사전에 결정된다 하더라도 긴급하고 중요한 사안, 혹은 사회적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보는 사안에 대해서는 즉각 원안위에 긴급 심의 안건 내지는 보고 안건으로 올려 원자력안전위원들에게 알렸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국민과의 소통뿐만 아니라 내부 소통도 제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이날 원안위가 다룬 안건은 원자력이용시설의 사고·고장 발생 시 보고·공개 규정 일부개정 고시(안)과 원자력안전 옴부즈만 설치 및 운영 규정 일부개정 훈령(안) 등 2개 의결안건과 2019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하나로 수동정지 관련 안전성 확인 점검 결과,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 신규사용허가 심사 결과 등 3건의 보고였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위기가 서서히 자신에게 다가오며 목을 조르려 하는데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위기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처하는 조직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또 평소 위기 대처 능력이 몸에 배인 조직은 어떤 사안이 위기로 번질지를 잘 안다. 하지만 원안위는 생활방사선이 지닌 위험성을 깊이 깨닫지 못했다. 그 결과 앞으로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과 직무유기 고발 등 원안위뿐만 아니라 정부 전체가 오랫동안 라돈 방사성 침대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게 됐다.

라돈, 그것이 알고 싶다.

방사성 기체로 폐암과 백혈병 유발, 흡연과는 상극.

라돈은 원자번호 86번의 화학원소로 원자기호 Rn으로 표기한다. 라돈은 방사성을 띠며, 무색·무취·무맛의 비활성기체이다. 헬륨과 네온 등도 비활성기체 성질을 지니고 있다. 라돈은 토륨과 우라늄의 정상적인 방사성 붕괴사슬의 중간단계에서 자연적으로 미량 발생하며 서서히 납과 다른 여러 단기수명의 방사성 원소로 붕괴된다.

라돈은 라듐의 중간붕괴산물인데 호흡을 통해 폐에 들어와 정착한 뒤 붕괴하면서 방사선을 내뿜는 대표적인 내부피폭 방사성 물질이다. 역학조사 결과 고농도의 라돈은 폐암을 유발하며 미국에서 흡연 다음으로 폐암 사망자를 많이 발생시킨다.

라돈 피폭에 의한 미국의 연간 폐암사망자는 2만100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2900명 가량은 흡연을 한 적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다. 폐암은 흡연과 나쁜 시너지 효과가 있어 라돈 노출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금연이 필수적이다. 라돈은 폐암 외에도 우라늄광산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만성림프구성백혈병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9년 주거공간의 라돈 관리기준치를 100Bq(베크렐)/㎥로 정해 세계 각국에 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주거공간에 대해 이보다 두 배나 느슨한 200Bq/㎥로 관리기준치를 정해놓고 있으며 학교의 경우에는 주거공간보다 다소 더 강한 147Bq/㎥을 관리기준치로 하고 있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은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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