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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꾸 정신 장애인을 시설에 가두나요?

[복지국가SOCIETY] 정신 장애인에게 주거·직업재활 지원해야

2016년 보건복지부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를 보면, 우리나라의 정신질환 평생 유병률은 25.4%(남 28.8%, 여 21.9%)이다. 성인 4명 중 1명이 평생에 한 번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정신질환의 일년 유병률은 11.9%(남 12.2%, 여 11.5%)였다. 지난 1년 동안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사람은 약 470만 명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중증 정신질환자 수를 전 국민의 1%에 해당하는 약 50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의 시행으로 병원으로부터 탈원화는 용이해졌다. 그러나 원 가정이나 지역 사회로 돌아갈 곳이 없는 정신 장애인들은 병원에 다시 입원하거나 노숙인으로 전락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국제 사회, 한국 정신 장애인 높은 시설 수용 비율 우려

정신 장애인의 인권은 한 사회의 인권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유엔(UN)의 '장애인 권리 협약'에 가입해 있다. 장애인 권리 협약에서 장애는 발전하는 개념으로 장애인은 사회 참여가 어려운 장기간의 손상을 가진 사람을 포함한다. 이는 장애인을 둘러싼 환경의 문제에 더 주목한다는 점에서 의학적 손상만을 근거로 장애인을 규정하는 국내법보다 더 발전한 것이다.

장애인 권리 협약 위원회는 2014년 9월 30일에 열린 165차 회의에서 한국 정부에 장애인 인권에 대한 최종 견해를 발표했다. 이 위원회는 장애인복지법에 의한 '장애 등급제' 시스템을 장애인의 특성과 욕구에 따라 개별화하고, 정신 장애인도 욕구에 따라 개인별 복지서비스를 지원하도록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또한 신체의 자유 및 안전 측면에서 정신보건법을 근거로 자유를 박탈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정신 장애인을 그들의 자유롭고 자발적인 동의에 기초하지 않은 채 장기간 시설에 수용하는 것을 비롯해서 정신 장애인의 높은 시설 수용 비율에 우려를 표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또한 2013년에 발표한 '한국 정신건강 정책 리뷰와 제안 사항'을 통해 한국 정부에 세 가지 권고를 했다. 첫째, 정신 건강 모델을 입원 중심에서 지역사회 기반으로 바꾸라고 했다. 둘째, 공공보건 계획의 일부로서 대한민국 국민 전체의 정신건강 전략을 수립하라고 권고했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인식하고 해결함으로써 국민의 정신 건강을 증진시키라는 것이다. 셋째, 정신건강 관리 체계와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 2012년 '발달장애인법 제정추진연대' 출범식. 장애인 부모들의 노력으로 2014년에 발달장애인법이 제정되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보편적 인권에 관한 새로운 프레임이 필요하다

1995년 정신보건법이 제정된 이후 지속적으로 정신보건 정책과 전달체계에서 지역 사회 중심 서비스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나라 정신보건 정책은 여전히 입원·입소 중심의 서비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5월 30일은 한국이 '정신건강복지법'을 시행한 지 1년이 된다. 정신건강복지법은 '강제 입원'과 관련한 요건을 규정했다. 보호 입원과 행정 입원 시 두 명의 정신과 전문의가 판단하여 입원하며, 입원 치료가 필요한 요건이 자·타해의 위험 요건에 부합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 결과 '자의 입원률'이 높아진 것은 성과다. 2016년 12월 31일 기준으로 35.6%였던 '자의 입원률'은 2017년 4월 30일 기준으로 38.9%에 그쳤다. 그런데 2017년 6월 23일 '자의 입원률'은 53.9%로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이후 약 2개월 만에 약 15%포인트나 상승했다.

하지만 부득이한 경우 동일 병원의 정신과 전문의 2명의 판단으로 입원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 있다거나, '입원 적절성 심사위원회' 제도가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는 점은 과제로 남는다. 또 강제 입원의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상당수의 정신 장애인이 지역 사회로 나오리라 예상되었지만, 지역 사회에서 정신 장애인을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는 매우 빈약하다는 점도 문제다.

그럼에도 기존의 정신보건법이 정신 장애인의 인권을 병원 내의 인권으로 한정해서 다루었다면, 정신건강복지법이 복지서비스를 명시하고 정신질환자의 주거, 고용, 평생교육, 복지서비스 등에 대한 지원을 포함했다는 점은 지역 사회에서 정신 장애인의 인권을 강화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현재는 정신건강복지법에 근거한 정신질환자의 재활, 복지, 권리 보장(자기결정권, 절차참여권, 도움을 받을 권리 등)에 대해 많은 이들이 예의주시를 하고 있다.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의사결정 지원 제도의 확대를 통한 후견인 사업과 절차 보조인 사업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 올해 2월 국가인권위가 정신 장애인 복지시설 이용을 제한한 지자체 조례를 삭제할 것을 권고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정신 장애인의 사회복지관 같은 복지시설 이용 제한이나 퇴장을 가능케 하는 조례는 평등권을 침해한다. 현재 총 74개 기초자치단체에서 128개의 시정조치가 필요한 운영 조례가 시행되고 있다. 또한 5월 8일, 국가인권위는 정신 장애인의 자격 및 면허 취득 제한 제도의 개선을 권고했다. 현행 법령에서 정신 장애인의 자격 및 면허 취득 제한 관련 27개 결격 조항이 폐지 또는 완화될 수 있도록 범정부적인 정비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지역 사회에서 정신 장애인들이 한 사람의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법률적 정비를 해야 한다.

정신 장애인의 인권 증진, 당신의 목소리를 더해 주세요!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열악한 정신보건서비스의 프레임에 갇혀 있었는지도 모른다. 시급한 현안을 해결하느라 정신 장애인들이 지역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보편적 인권 관점의 논의를 하는 데 적극적이지 못했다. 2005년 이후 지방이양 사업이 된 정신재활 서비스는 낮은 재정 자립도와 복지사업 예산의 부족으로 별다른 발전 없이 답보 상태다. 낮은 예산 지원의 결과, 전체 장애인(16.3%)에 비해 높은 수급률(54.5%)을 차지하게 되었다.

지금 우리나라의 정신 장애인은 높은 사회적 편견과 사회적 배제로 인해 큰 차별을 받고 있다. 부처 간의 합의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정신 장애인에게 거주와 직업재활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정신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살 집이 필요하다', '정신 장애인도 낮 동안 갈 곳이 필요하다', '정신 장애인도 함께할 친구가 필요하다', '정신 장애인도 경제적 활동을 할 일자리가 필요하다.' '정신 장애인도 다른 장애인이나 지역사회의 주민들과 같이 다양한 삶의 영역에서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인권 선언문에 이와 같은 정신 장애인 인권에 관한 목소리가 제대로 담겨야 할 것이다. 그래야 보편적 인권 증진이 보장되는 제대로 된 '포용적 복지국가'가 될 수 있다.

(유숙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은 '송국클럽하우스' 대표입니다. 송국클럽하우스는 지역 사회와 정신 장애인이 함께 꿈꾸는 클럽하우스 공동체입니다.)

(☞이상이의 칼럼 읽어주는 남자 바로 가기 : 국민연금 대납 & 담배 규제 패러다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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