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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눈치 안 본다던 증인은 왜 재판 출석 거부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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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삼성 눈치 안 본다던 증인은 왜 재판 출석 거부했나?

삼성, 재판에 불리한 증인에게 회유 의혹

<프레시안>과 <뉴스타파>, KBS 취재진은 2016년 발생한 '삼성전자 전무 기술유출 의혹' 사건을 공동으로 취재하고, 독립적으로 기사를 썼으며, 같은 날 보도합니다. 이들 매체의 보도를 함께 살펴보시면 이 사건을 더 자세히 다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한 개인이 법정 다툼을 한다. 어떻게 해야 공정한 재판이 될까. 우선 담당 판사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 그걸로 충분할까. 아니다. 남은 문제가 있다.

판사는 재판과정에서 다양한 증인을 불러 증언을 듣는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증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어떻게 되나.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다. 법치주의가 무너진다.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삼성, 불리한 증인 회유해서 재판 출석 막은 정황


삼성전자가 재판에서 불리한 증언을 하려던 증인을 회유해 출석을 막은 정황이 드러났다. 대기업의 영향력이 재판에 개입된 사례다.

삼성전자에 불리한 증인 두 명이 있었다. 그런데 이들이 같은 날 동시에 출석 거부 의사를 밝혔다.

증인 가운데 한 명은 삼성전자 관계자가 이날 자신을 회유한 사실을 털어놓았다. 대학 산학협력 교수인 그에게 삼성 측이 연구 과제 발주를 빌미로 회유했다는 내용이다.

다른 증인 역시 삼성에 불리한 증언에 대한 부담감을 호소했다.

반면, 삼성전자 측 증인으로 나선 삼성 임직원들은 사실과 다른 증언을 했다.

각종 재판에서 삼성에 치우친 판결이 자주 나오는 이유 하나가 드러난다. 삼성 편에 선 증인은 허위 증언을 하는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삼성에 불리한 증언은 받아내기 힘든 구조다.

증인 신문 나흘 전, 일제히 출석 거부 통보

<프레시안>은 지난 1월 삼성전자 전직 전무가 '기술 유출' 누명을 썼다고 보도했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공학 박사를 받고 인텔에서 일하다, 2008년 삼성전자로 스카우트됐던 이모 씨 사건이다. (☞관련 기사 : [단독] 삼성전자 전무는 왜 '기술 유출' 누명을 썼나)

삼성전자 측은 이 박사가 전무로 재직 중이던 2016년 7월에 반도체 핵심 기술을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병가 중에 회사에 들렀던 이 박사는 경찰에 신고 됐고, 곧 구속 기소됐다. 6개월 동안 구치소에서 지냈다. 회사에서 쫓겨났고, 지금껏 실업 상태다. (☞관련 기사 : 삼성 임원이 반도체 기술을 중국에 빼돌렸다고?)

1심 법원은 이 박사의 기술 유출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했다. 다만 추가적으로 제기된 법인 카드 일부 유용 혐의는 유죄 판결이 나왔다.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박사가 구속된 2016년 9월께, 그를 기술 유출 범죄자로 못 박은 기사가 쏟아졌다. 1심 판결대로라면, 이런 기사 내용은 모두 사실과 다르다.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삼성전자 측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아울러 삼성전자 측 증인들은 사실과 다른 증언을 했다. 또 이 박사를 인격적으로 모함하는 증언도 했다.

이 박사 역시 반박을 위해 증인 신청을 했다. 증인 신문 기일은 지난해 6월 23일이었다. 그런데 그보다 나흘 전, 이 박사 측 증인 두 명이 일제히 출석 거부를 통보했다. 석연치 않은 흐름이다.

"안부 묻는 줄 알았는데, 증인 출석 이야기같이 산학 과제 하니까"

이 박사 측은 이들 증인과의 대화 녹취록 및 카카오톡 대화 화면을 법원에 제출했다. 그 내용을 공개한다.

먼저, 과거 삼성전자에서 이 박사와 함께 일했던 A씨. 이 박사 측 증인으로 출석하려던 그는 당시 한 사립대학에서 산학협력교수로 재직 중이었다.

A씨는 지난해 6월 19일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인사팀 상무와 메모리 사업부 인사팀 부장으로부터 "이번 기일(지난해 6월 23일)에 증인으로 출석하면 산학 연구 과제를 주지 않겠다"라는 취지의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음은 녹취록에 담긴 A씨의 발언 내용.

"실제 (삼성전자) 메모리 인사(팀)에서는 내 연구실도 오고 그러거든요. 아직도 관리를 해요, 나를. '뭐 도와줄 것 없느냐?' 그런 얘기도 하고. ()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인사팀) *** 부장은 '내가 자주 연락 못해 미안합니다'하면서. 그래서 내 안부 묻는 줄 알았죠. (중략) 그리고 나중에 그...증인으로 나가는 거를 얘기하시더라고요. ()

'최종판단은 내가 하는 게 맞다.' 하면서도, 뉘앙스는 그렇게. 이제 (산학연구) 과제...지금도 일도 하고 있고, 사실 과제도, 연구하는 과제도 같이 산학 과제하고 있고 하니까, 그런 얘기를 자꾸 하시더라고요. ()

'그러면서도 뭐 자꾸 그 얘기하니깐, 뭐 뻔한 거 아니에요?' ()

'사실은 아직도 월급이 삼성에서 나오잖아요? 과제도 하는 거고, 당장 또 내일 (삼성에) 들어가야 돼요. 내일 들어가 일을 해야 되는데, 같이 거기 또 벌려놓은 일들도 있고, 양해를 부탁합니다.'"

"이젠 삼성 눈치 볼 것 없고", "팩트가 중요"→"앞으로도 도움되지 못해 미안"

다른 증인은 일본계 기업 최고경영자(CEO)인 B씨. 그가 이 박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가운데 일부다.

"B씨 : 돌아가서 자세한 말씀 나누고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7월 3일부터는 *** CEO로 활동하게 됩니다. 제가 이젠 삼성에 눈치 볼 것도 없고 하거든요. 걱정 마세요.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이 박사 : 제 재판에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후의에 거듭 감사를 드립니다.

B씨 : 감사는요. Fact(사실)가 중요한 걸요.

이 박사 : 오늘 재판이 있었고 부사장님이 재판부에 증인으로 정식 등록이 되어 증인 출석일이 (2017년) 6월 23일로 정해졌습니다. 금요일입니다. 한국 오시면 그전에 한번 봬야지요. 연락 주세요.

B씨 : 넵”

이게 지난해 5월 31일에 나눈 대화다. 그 뒤로도 안부를 주고받으며, 증인 출석 일정을 확인했다.

"B씨 : (증인출석 기일이) 23일 몇 시지요?" (지난해 6월 14일)

B씨가 이렇게 먼저 일정을 확인했다.

그런데 증인 출석 기일을 나흘 앞둔 지난해 6월 19일 B씨가 연락을 했다. 다른 증인인 A씨가 삼성전자 인사팀 간부로부터 연락 받았다며, 증인 출석 거부 통보를 한 날이다.

"B씨 : 갑자기 출장을 다녀와야 할 상황입니다. 재판 참석이 어려워졌어요.

이 박사 : 이미 재판부에 증인으로 등록이 된 상태인데…. 큰일이네요. (증언 대신) 사실 확인서를 재판 때 제출하려고, 오늘 사인 부탁드리려는데 안 되나요?

B씨 : 아이구, 제가 여기 저기 왔다 갔다 해서요. 갑작스런 출장이라 할 일이 좀 많네요.

이 박사 : 전화 안 받으시네요. 사인만 받으면 되니까 오늘 저녁이나 밤이라도 집에 계실 때 찾아가도 될지요?

B씨 : 늦은 밤 귀가하는 관계로 곤란할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 밖에 드리질 못하겠네요. 잘 되시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이 박사 : 전화 안 받으시네요. 사인만 받으면 되니 밤이라도 집에 계실 때 찾아가도 될지요?

B씨 : 제가 도움이 돼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 박사 : 저를 적극적으로 만나시고 도우시려던 예전과 달리 저를 피하시려는 게 명백하네요. 그냥 솔직하게 말씀하시는 게 어떨지요. A씨는 제게 삼성에서 증인으로 나오지 말라는 회유와 압박을 받았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메모리 인사, 총괄 인사 양쪽에서요. 힘 앞에 어쩔 수 없다는 것 이해합니다. 저를 도우시려던 선의가 진심이었다면 부디 진실을 얘기해주세요."

B씨는 이 박사의 전화를 계속 받지 않았다. 카카오톡으로만 대화를 이어갔다. 증인 출석을 할 수 없다면, 서면 제출을 해달라는 게 이 박사의 요구였으나, B씨는 끝내 거부했다. 그리고 이 박사의 마지막 메시지 이후로는 카카오톡 응답조차 없었다.

그리고 증인 출석 기일이 지난 뒤인 지난해 7월 16일, B씨가 이 박사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 있는 위치도 과거와 같이 삼성의 중요한 협력회사입니다. 더욱이 일본 업체이며 () 현재 삼성에 대응해서 법정에 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선의로 도와드리고 싶었던 건 변함이 없습니다만, 지금으로선 도움이 되지 못함을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이 점 양해해주십시오. () 앞으로도 도움이 되지 못하는 점, 다시 한 번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삼성에 눈치 볼 것도 없고", "Fact가 중요"하다던 B씨는 불과 46일 만에 이렇게 변했다.

"자료가 다 수집되지 않았다. 시간을 더 달라" 발언 들었다고?

삼성전자에 불리한 증언을 받는 게 이렇게 어려웠던 반면, 삼성전자 측 증인들은 사실과 다른 증언도 선선히 쏟아냈다. 재판 과정뿐 아니라 경찰과 검찰 조사 단계에서도 그랬다. 이들 증인들은 모두 삼성전자 임직원들이다.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쏟아낸 허위 진술 및 허위 증언은 다양했다.

허위 증언 : 삼성전자는 고위 임원에 대해서도 엄격한 보안 검색을 했다.

: 삼성전자 측 증인이 한 증언이다. 전무 직급이던 이 박사는 병가 중이던 2016년 7월 29일 밤 회사를 나오다 보안 검색을 당한 뒤 경찰에 신고 됐다. 당시 이 박사의 차에 회사 자료 출력물이 있었다. 그게 몹시 수상쩍다는 주장의 근거로 삼은 증언이다. 고위 임원에 대해서도 보안 검색이 엄격했으므로, 차에 자료가 실려 있는 일은 이례적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증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했다. <프레시안>이 만난 현직 삼성전자 간부 역시 삼성전자는 2016년 당시 고위 임원에 대해서는 엄격한 보안 검색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위 임원은 자료를 차에 싣고 나가는 일이 흔했다고 한다.

고위 임원들은 가정에서도 회사 자료를 열람할 수 있으므로, 엄격한 보안 검색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요컨대 이 박사가 당한 보안 검색이 이례적이었다. 아울러 이 박사의 행동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였다.

이 박사 측 증인들이 법정에서 하려던 증언 역시 이런 내용이었다. 이들 증인이 출석하지 않았지만, 재판 과정에선 다른 증거 및 증언으로 사실 관계가 확인됐다. 만약 이 박사가 정말 기술을 유출하려 했다면, 집에서 컴퓨터 화면으로 자료를 열람하다 중요 내용을 촬영했을 게다. 굳이 비서에게 연락해서 자료를 출력하라고 한 뒤, 그걸 차에 싣고 나와서 의심을 살 이유가 없었다. 재판에선 이런 점도 참작됐다.

허위 진술 : 이 박사가 누군가와 통화하면서 '자료가 다 수집되지 않았다. 시간을 더 달라'고 말했고, 그걸 들은 직원이 있다.


: 경찰 조사 과정에서 삼성전자 직원이 한 진술이다. 하지만 그는 법정에서 이 진술의 근거와 출처를 밝히지 못했다. 결국 검찰도 증언을 철회했다. 사실로 인정하지 않았다.

허위 증언 : 이 박사는 메모리 반도체 관련 자료도 반출했다. 그런데 이 박사는 비메모리 반도체 품질관리 담당 전무였다.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는 너무 달라서 서로 참고할 점이 없다. 이 박사는 업무상 관련 없는 자료까지 반출한 셈이다. 따라서 이 박사가 병가 이후 업무 복귀를 대비해서 자료를 반출했다고 볼 수 없다.

: 삼성전자 임원이 법정에서 한 증언이다. 비메모리 반도체 품질관리 담당 임원이 메모리 반도체 관련 자료를 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은, 엔지니어의 상식에 어긋난다. 특히 공정 및 양산 관련 기술은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종종 참고한다. 삼성전자 임원의 증언은 재판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밖에도 다양한 허위 진술, 허위 증언이 있었다. "특별한 사유 없이 장기간 병가를 냈다", "병가 직전에 집무실에서 부하직원 출입을 막고 서류 등을 박스와 백팩에 챙겼다" 등이다. 모두 재판 과정에서 허위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프레시안>이 만난 한 변호사는 "이 박사가 위증 등 혐의로 고소하는 것도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증언 방해와 왜곡삼성 재판이 공정하기 어려운 까닭


대기업과 개인이 법정 다툼을 할 때,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기 힘든 한 이유가 드러났다. 대기업은 불리한 증언을 막거나 왜곡할 힘이 있다. 심지어 허위 증언도 받아낸다.

그렇다면 남은 과제는 삼성전자 임직원의 허위 진술 및 허위 증언을 누가 왜 지시했는지 밝히는 일이다. 아울러 삼성전자에 불리한 증언이 가로막힌 과정도 규명해야 한다. 이에 대해 <프레시안>, <뉴스타파>, KBS는 공동으로 삼성전자 측에 질의했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확인해 드릴 수 없다"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그러나 <프레시안>, <뉴스타파>, KBS 공동 취재진은 추가 취재를 통해 답을 찾아낼 계획이다. 아래 질문에 대한 답이다.

- 삼성은 왜 고위급 엔지니어에게 '기술 유출' 누명을 씌웠나?
- 삼성 임직원들이 허위 진술 및 증언을 하도록 지시한 자는 누구인가?
- 삼성에 불리한 증언을 하려던 이들이 증인 출석을 포기한 구체적인 내막은 뭔가?

대기업은 왜 직원에게 '기술 유출' 누명을 씌우나?

모든 기술 유출 사례가 '누명 씌우기'인 것은 아니다. 회사의 지원 속에서 동료와 함께 연구개발한 기술을 혼자 몰래 빼돌려서 부당한 이익을 얻은 사례 역시 흔하다. 그러나 다른 범죄에 비해 억울한 누명을 쓴 비율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윤건일 <전자신문> 기자가 쓴 <도난당한 열정>에 따르면, 2000~2009년 10년 동안의 기술 유출 사건에 대한 1심 무죄 선고 비율은 11.95%였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사건의 1심 무죄 선고 비율(0.19%)의 63배에 이른다.

기술 유출 사건은 유독 억울하게 기소되는 비율이 높다는 뜻이다. 물론 우리 헌법은 무죄 추정 원칙을 보장한다. 비록 기소가 됐어도,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헌법과 떨어져 있다.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는 순간, 혹은 검찰 기소가 되는 순간,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게 현실이다. 기술 유출 누명을 쓴 이들이 수사와 재판을 받는 동안 겪은 정신적, 물질적 피해는 보상받지 못한다.

기업 입장에선 중요한 기술을 다루는 직원들을 단속하려는 동기가 있다. 기술 유출 사건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 이직 등을 고려하는 직원들이 위축되는 효과가 있다.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등을 시행하는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의 입장도 있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산업기술이 해외로 넘어가지 않게끔 하는 취지다. 억울한 누명 씌우기를 막기보다는 기술 유출 방지에 강조점이 찍힌다. 애초 대기업의 요구가 반영된 법안 및 정책에 가깝다.

국가정보원도 관여한다. 정보기관은 정권에 봉사하며 인권을 유린한 역사가 있다. 그래서 종종 개혁 혹은 '적폐 청산' 목소리가 나온다. 정보기관의 필요 자체가 부정당하기도 한다.

그때마다 국가정보원이 내건 명분이 '산업 스파이 색출'이었다. 일종의 '산업안보' 논리다.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당시에도 그랬다.

박근혜 정부 탄핵 이후 '적폐 청산' 요구가 높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올해 1월, 국가정보원은 핵심기술 등 산업정보 보호 활동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올해 1월 14일 권력기관 개편방향을 밝히면서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고, 정보활동에 전념하는 '대외안보정보원'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힌 직후다.

요컨대 정보기관 역시 기술 유출 피해 사례를 과장해서 공개할 동기가 있다. 그래야 조직이 존재할 명분이 생긴다. 또 정보기관이 감청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발의 당시처럼, 조직의 이해관계와 맞물린 법안 발의 및 통과를 앞두고도 비슷한 동기가 생긴다. 기술 유출 피해가 과장될수록, 정보기관의 힘을 키우기가 쉬워진다.

기업, 정부 산업 부처, 정보기관은 각각 나름의 이유로 기술 유출 피해를 과장할 동기가 있다. 반면, 억울한 누명을 막아야 할 동기가 있는 집단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기술 유출 사건이 유독 억울하게 기소되는 비율이 높은 배경이다.

기사 본문에서 소개한 이 박사 사건은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며 한국의 전문 인력을 대대적으로 스카우트 하려던 무렵에 발생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임직원들이 이직 유혹에 흔들리지 않게끔 단속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이런 필요와 누명 씌우기 의혹을 바로 연결 짓는 건 무리다.

다만 기업과 정보기관, 유관 정부 부처 등이 지닌 이해관계를 두루 고려해서 판단할 필요는 있다. 기술 유출 피해를 과장할 필요가 있는 집단과 억울한 누명 방지에 관심을 둔 집단 사이의 불균형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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